Life begins at 45. The last 44 years have just been a practice!
시간이란 되돌아보면 늘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느새 내 나이 마흔 하고도 다섯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마음은 아직 20~30대인 것 같은데 말이다. 마흔다섯이 주는 의미는 뭘까? 모든 나이가 중요하고 소중하겠지만 마흔다섯이 된 내가 나를 돌아볼 때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예전의 마흔다섯이란 나이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무시도 받는 나이였다. 20년 전쯤 유행했던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사오정! 사십오 세면 정년을 해야 하는 나이라는 뜻이었다. 거기에 하나 더 붙인 말은 오륙도였다. 오십육 세까지 일을 하면 도둑이라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황당한 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20년 전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십 년 이상 젊었으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급속하게 나이가 들고 있다. 올해 마흔다섯은 딱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령, 즉 중위연령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는 마흔다섯 보다 젊은 사람이 절반이 있고, 그 보다 늙은 사람이 절반이 있다는 것이다. 사오정이 유행어였던 약 20년 전의 중위연령은 30대 초반에 불과했으니 엄청난 변화다. 앞으로 10년 후의 중위연령은 50세라고 한다. 궁금해서 찾아본 다른 나라의 중위연령은 현재를 기준으로 미국은 서른여덟, 일본은 마흔여덟. 그러나 한국이 곧 일본을 추격한다고 하니 뭐든지 빨리빨리 잘하는 한국답다.
평균 수명으로 따져봤을 때도 마흔다섯은 인생의 딱 절반을 산 나이가 된다. 한국의 여성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나이는 90세이다. 따라서 마흔다섯 살까지 살았다면 그동안 산만큼 앞으로 더 살 날이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계산 수치요, 희망사항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예상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아무리 백세 인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백세 이상까지 사신 어르신을 내 주변에서 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부디 지금까지 산만큼 앞으로도 더 살 수 있기를.
1900년에는 기대 수명이 불과 마흔다섯이었다고 한다. 이후 공중보건과 영양 개선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은 엄청나게 늘어서 현재에 이르렀다.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마흔다섯은 죽음을 코 앞에 두었거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나이였을 거란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때 그 시절과 비교해 보면 지금 이렇게 수명 연장이 된 사회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내 삶은 보너스 같은 기분이 든다.
꿈을 향한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운이 좋아 선생님이 되었고 엄마가 되었고 지금까지 큰 사건 사고 없이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마흔 살까지 한국에서 살았고 다섯 해 미국에서 살았다. 때론 한국이 너무 그립지만 내 곁에는 든든한 남편과 똘똘이 아들이 있고 미국에서도 새롭게 사귄 좋은 친구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감사한 것들 투성이다.
그동안 인생 전반전이었다면 이제부터의 인생은 후반전이다. 어느새 흰머리도 하나 둘 나기 시작하고 가끔 눈도 침침하니 안 좋아지는 것 같고 밥을 많이 먹으면 영락없이 더부룩하고 때웠던 금니도 하나 둘 다시 손 볼 때가 되었다. 모든 것은 노년을 향해가는 탓이런가. 하지만 항상 그랬듯 시간은 계속 흐르고 흐른다. 언제는 안 소중하고 안 귀한 때가 있었을까. 예전의 삶도 소중했고 지금의 삶도 소중하듯이 앞으로 남은 날들도 얼마나 소중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