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ood education is a foundation for a better future. -Elizabeth Warren-
미국의 소도시 마을에서 경험하는 초등학교의 모든 것은 면면이 다르고 또 새롭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유치원부터 시작하고 한국보다 6개월 빠른 학제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직도 여름방학을 즐기며 2학기를 기다리는 3학년생이겠지만 똘똘이는 벌써 4학년이 되었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8월 중에 새 학년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작 6개월, 한 학기가 빠를 뿐인데 그 차이는 꽤 크게 느껴진다.
학부모로서, 자원봉사 교사로서 미국 초등학교를 5년째 경험해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교사로 지냈기 때문일까, 왠지 학교에서 있을 때면 내 마음은 종종 싱숭생숭해지고 작은 것에도 관심이 갈 때가 많다. 미국 초등학교는 겉보기에 한국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싶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이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엄마 또는 교사의 입장에서 똘똘이가 다니는 미국 초등학교가 여러 가지로 부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미국 초등학교가 너무 부러운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서 써 보고자 한다.
1. 전교생이 8시에 등교하고 오후 3시에 하교
여기서 말하는 전교생이란 유치원부터 6학년(K-6, kindergarten~sixth grade)까지를 말한다. 미국의 공교육은 유치원이 포함된다. 한국의 일부 초등학교에도 공립 유치원이 있긴 하지만 취원율은 약 30%(2020년 기준)에 그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공립 대신 사립 유치원을 택하고 있다. 한국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을 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등교 시간은 8시 반으로 같았지만 하교 시간이 각기 달랐다. 저학년은 대부분 12시나 1시면 하교를 했고 중학년 이상이 되어서야 비로소 2~3시 이후에 하교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나 미국의 초등학교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등하교 시간이 동일하다. 똘똘이네 초등학교는 오전 7시 반에서 8시까지 등교를 마치고 오후 3시에 하교를 한다. 미국의 다른 초등학교들도 그렇게 길게 학교에서 일과 시간을 갖는지 궁금해서 몇 군데 물어보기도 했는데 대체로 같았다. 오전 8시 전후 등교, 오후 3시 하교는 알아본 학교가 모두 비슷했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희망에 따라 오후 5~6시까지 돌봄을 제공해 준다. 모든 학년 동일하게 긴 학교의 일과를 갖는 것은 부모의 사회생활과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 전시 행정이 거의 없고 행정 업무는 교장이
매년 학년 초가 되면 한국의 교사들은 올해 맡게 될 행정 업무가 어떤 것이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때론 맡게 될 학년보다 더 궁금하고 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배정 업무. 만일 기피 업무 중 하나인 학교폭력 업무라도 맡게 된다면 담당 교사는 수업보다도 업무에 더 신경을 쓰며 한 해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학교의 모든 행정업무는 업무 분장이라는 이름으로 세분화되어 전 교사들에게 분배되고 담당교사는 담당자 및 기안자라는 이름으로 관련된 공문 작성 및 업무 처리를 전적으로 맡게 된다.
교사로서 미국 초등학교가 너무도 부러운 이유 중 하나는 행정 업무를 교장이 거의 다 한다는 점이다. 교장은 행정 전문가로서 채용이 된 것이고 맡은 역할도 학교 행정이니 만큼 행정 담당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한다. 학교의 안내 사항은 교장과 교장의 행정을 돕는 비서가 직접 이메일로 학부모들에게 전달을 한다. 교장실은 교실의 반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며 일하는 공간으로서만 운영된다. 보여주기 식의 전시 행정, 교사에게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교장은 결재만 하는 모습을 미국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3. 친구들과 바깥 잔디밭,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많다.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마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동일한 대답이 나올 것 같다. 바로 쉬는 시간! 똘똘이에게 어느 시간이 제일 기다려지는지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리세스(recess)'.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리세스는 밖에서 노는 시간을 말한다. 미국초등학교는 리세스가 굉장히 길다. 똘똘이네 학교는 매일 1시간 정도의 리세스가 있다고 한다. 리세스 시간에 아이들은 모두 바깥에 나가서 논다. 교실에 있는 아이는 거의 없다.
미국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절반은 잔디밭, 절반은 놀이터 시설로 구성된다. 한국의 운동장처럼 대부분이 흙으로 되어 있거나 맨 앞 정중앙에 커다란 조회대가 있는 경우는 못 봤다. 미국 어린이들이 리세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저 바깥에서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놀기 때문이다. 놀이도 학습이라며 굳이 놀이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교실에서 아이들을 머무르게 하거나 미션을 주고 단체 활동을 시키는 경우는 없다. 리세스는 친구들과 바깥에서 자유롭게 신나게 어울리고 노는 시간으로만 운영된다.
4.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실내 온도
미국의 학교에서 또 하나 느낀 점은 언제나 실내 온도가 적정하다는 것이었다.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에서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잘 나왔고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를 벗고 얇은 윗도리만 입고 있어도 될 정도의 난방이 항상 유지되었다. 사시사철 더운지 추운지 모를 정도의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 준다는 점은 언제나 쾌적한 학습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느낄 수 있는 실내 온도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너무도 중요한 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삼복더위 여름에도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 수 없어서 땀을 줄줄 흘리며 수업을 했던 적이 있다. 글쎄, 여름 내내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거나, 겨울 내내 마음 놓고 난방을 하며 수업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교실 천장에 냉난방 기기가 붙어 있었지만 전원 버튼을 중앙(교무실) 조절로 해 놓아서 교실에서는 에어컨을 켜거나 끌 수 없었다. 어느 여름날 교실에서 어떤 한 남자아이의 얼굴 전체에 주르륵 물이 흐르길래 순간 우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이야? 우는 거니?" 물었더니, "선생님, 이거 땀이에요."라고 대답을 했던 웃지 못할 경험도 있었다.
5. 스승의 주간에 선생님께 마음껏 감사 표현
미국의 학교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적은 5월이면 매년 돌아오는 스승의 주간 행사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담임 선생님께 커피 한 잔, 꽃 한 송이도 드릴 수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에 시행되었으니 어느덧 6년이 다 되어 간다. 솔직히 나는 이 법에 대해 매우 찬성하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 촌지를 무척 밝히는 선생님들을 만나기도 했거니와 법 시행 이전 교직생활 중에도 은연중에 학부모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동료를 보기도 했다. 서열과 경쟁의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법이 진즉에 필요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경험한 스승의 주간은 정말이지 다른 세상이었다. 일주일로 정해진 스승의 주간 동안 매일 선생님들께 대접을 하고 요일마다 다른 주제로 담임 선생님께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도록 한다. 꽃 드리기, 좋아하는 음료수 드리기, 선생님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 입기 등 주제도 아주 구체적으로 제공된다. 학부모회에서 교사들을 위한 학부모들의 간식 찬조와 후원금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는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스승의 주간에 선생님께 마음껏 감사를 표현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런 풍경들은 놀라우면서도 부럽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면서 직접적,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 중에서 교사로서, 학부모로서 부럽게 느껴졌던 것들 다섯 가지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미국의 초등학교를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물론 안 부러울 때도 있다. 부러운 점도 많지만 안 부러운 점도 많다. 다음 글은 미국 초등학교가 절대 안 부러운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