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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가 절대 안 부러운 다섯 가지

물론 부러울 때도 있다.

by Olive

Education is the movement from darkness to light. -Allan Bloom-


미국은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한국과 전혀 다른 나라이다. 크기부터도 엄청난 차이가 있고(한국의 98배), 인구는 3억 3천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6~7배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을 이루고 있는 50개의 주 중에서 약 40개에 가까운 주는 한국보다도 크기가 크다. 미국 전역에는 모두 19,000여 개의 마을(cities, towns, villages)이 있는데 이 중에서 15,000개 정도는 인구 오천 명 이하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띄엄띄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고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 중심의 소도시 마을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서 5년 이상 살면서 초등학교 엄마, 자원봉사 교사로서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넓고 넓은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 살고 있는 나의 개인적 경험일 뿐이다. 대도시보다는 소도시 마을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나의 소도시 이야기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미국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공감이나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글(미국 학교가 부러운 이유)이 기대치 않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조회수는 4만을 훌쩍 넘겼고 불편한 댓글도 달렸다. 큰 관심은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번 글은 따뜻한 관심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국 학교가 부럽기도 하지만 부럽지 않은 이유도 많다. 이번에는 내가 경험한 미국 초등학교가 절대 안 부러운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1. 동네에 따라 천차만별 교원의 질, 학교교육 수준


한국에는 약 6,100개의 초등학교가 있지만, 미국에는 약 87,000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한국보다 14배 이상 많은 학교가 있는 미국에는 지역 간, 학교 간 교육의 격차도 한국과는 다른 차원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아무리 지역마다 교육 환경의 차이를 보인다 하더라고 교원이나 학교교육의 질에 있어서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하기 어렵다. 교원들은 국가 임용시험을 통해 엄정하게 선발이 되고 순환근무제를 하며 초등 교과서는 국정이 대부분이기에 한국의 공립학교 수준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학교마다 계약을 통해 교사를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 국정보다는 인정 교과서를 많이 활용하기에 지역별·학교별로 교육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미국에서는 더욱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은 지역에 따라, 동네에 따라 교육 격차가 매우 크다. 미국의 어느 곳은 공립학교의 수준이 떨어져서 사립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지역은 우수한 공립학교 시스템을 지니고 있어 대부분 공립을 보내기도 한다. 다행히 대학이 가까이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 똘똘이네 학교는 마을에서도 훌륭한 교장과 우수한 선생님들이 근무하는 좋은 공립학교로 꼽히는 곳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2. 이게 전부라고? 시원치 않은 급식 메뉴


한국의 초등학교 일과 중 급식 시간은 또 하나의 행복,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따뜻한 밥과 국은 기본이었고 다양한 반찬, 요일별 특식과 가끔 색다른 간식 메뉴까지, 급식 시간은 학교 구성원 모두의 기분을 만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미국 초등학교의 급식 메뉴를 보면 한국과는 너무 다른 양과 질에 당황을 할 수밖에 없다. 똘똘이네 학교의 급식은 주 메뉴가 거의 정해져 있고 돌아가며 나온다. 피자, 햄버거, 핫도그, 샌드위치, 치킨 너겟, 파스타 등이 주 메뉴를 이루고, 사이드로는 야채(당근, 콩 등), 과일(사과, 오렌지, 바나나 등)이 한두 가지씩 나온다.


우유는 초콜릿 우유와 흰 우유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뭐 먹어? 물어보니 당연히 대답은 초콜릿 우유! 똘똘아, 두 번 중 한 번은 흰 우유 먹으면 어떨까? 제안을 해 본다. 부실한 급식 메뉴 때문인지 똘똘이네 학교는 매일 간식을 지참해서 오라는 안내를 빼먹지 않는다. 아침마다 그래놀라 바, 과일 몇 조각, 감자 칩이나 과자 등을 작은 통에 담아 간식으로 보낸다. 근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똘똘이의 요청이 생겼다. 다른 친구들은 오레오를 가장 많이 싸 온다면서 본인도 오레오가 너무 먹고 싶단다. 하~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오레오 한 봉지를 샀다. 매일 아침 간식을 싸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라고 쓰고 귀찮음)이라고 느낀다.


3. 등하교 때 반드시 부모가 학교로 가야


대중교통이 거의(아예?) 없는 미국의 소도시 마을에서는 자가용이 필수다. 발처럼 움직이는 내 차가 없으면 동네 슈퍼도 약국도 갈 수가 없다. 초등학교의 등하교도 마찬가지다. 똘똘이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에서 6시 반 사이. 7시에는 아침밥을 먹기 시작하고 7시 반에는 집을 나선다.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7시 30분부터 7시 55분이며 8시부터는 지각으로 처리된다. 하교시간은 오후 2시 50분에서 3시 사이다. 이러한 시간에 맞춰 모든 초등학생들의 등하교는 부모의 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인근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스쿨버스를 이용해서 등하교를 하는 어린이들 몇 명을 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똘똘이네 학교에서는 노란색 스쿨버스를 본 적이 없다. 만일 하교 시간에 부모 모두 바빠서 픽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나 조부모 등 다른 사람이 대신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경우에는 미리 학교 선생님께 연락을 취해서 그 사실을 알려드려야 한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 마을에서는 차로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되었다. 매일 어딜 가든 차량으로 실어 나르고 이동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운전을 좋아하는 편이라 위안을 삼아 본다.


4. 인기 없는 교직, 박봉에 시달리는 교사들


이 또한 미국의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다. 똘똘이네 초등학교 경우는 대학의 지원과 지역사회의 후원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교사들의 월급이 다른 학교에 비해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 전체적으로 볼 때 교직은 매우 인기가 없는 직종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해서 벌 수 있는 연봉 대비 더 적은 월급이 교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급여는 지역에 따라 천지차이다. 미국 뉴욕주의 교사 연봉은 8만 불이 넘지만 오클라호마주의 경우 이의 절반 규모인 4만 불 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주에 있는 학교라 하더라도 동네에 따라 연봉의 차이가 큰 경우도 물론 많다. 뉴욕주의 교사 연봉이 높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주거비용과 생활비를 고려할 때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절대 많은 금액이 아니다. 뉴욕의 생활비는 미국 남부 지역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지역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으로 미국에서의 교직은 다른 직업에 비해 급여가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것은 교직으로 우수한 사람들을 끌어오지 못하는 큰 이유로 꼽힌다.



5. 뉴스에서 나오는 끔찍한 미국 총기사고


우리 마을과 미국에 사는 지인들의 마을에서 총기 사건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가끔 뉴스로 미국 총기사고를 접할 때면 내 마음도 철렁 내려앉는다. '맞아, 나도 미국에 있지!' 지난 5월 미국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총기난사로 인해 학생 19명, 성인 2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봤을 땐 머리가 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참담한 비극이 어디 있을까. 미국의 총기 문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전통적 인식이 있다. 총기 소지 문화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총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자살의 용도로 쉽게 선택할 수 있고 자살 시도 시 치사율이 다른 그 어떤 방법보다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 총기 사망사건의 대부분은 살해가 아니라 자살로 인한 사망이라고 한다. 총기 사망의 60%는 자살이라고 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한국의 치안은 매우 좋지만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던 터, 총이 있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총기 자살이 심각하고 치안이 좋지 않은 미국보다 한국의 자살률이 설마 높을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봤더니,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미국에서의 타살률과 자살률을 합친 수치의 1.5배에 달한다고 한다. 참 가슴 아픈 현실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과 많은 것들이 다르듯, 미국의 초등학교도 한국의 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이 다 좋고, 미국이 다 좋을 수는 없다. 어떤 것은 미국이 좋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한국이 좋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든 간에 겸손한 마음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도 믿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서 말이다.



[참고 자료]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37

https://www.statista.com/topics/1733/elementary-schools-in-the-us/#dossierContents__outerWrapper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41695/number-of-us-cities-towns-villages-by-population-size/

https://howmuch.net/articles/average-teacher-salary-by-state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1581719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22801032609000001

https://www.teachersalaryproject.org/salaries-shortages-report.html

https://brunch.co.kr/@psych/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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