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Aug 28. 2022

온 가족 스포츠는 피클볼, 너로 정했다.

누구나 배우기 쉬운 스포츠

Family. We may not have it all together, but together we have it all.


두 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온 가족이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스포츠가 생겼다. 그건 바로 피클볼. 우리 동네 YMCA 체육관에서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는 오전과 저녁 시간에, 토요일에는 오전 시간에 피클볼을 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해두고 있다. 네트와 패들, 공은 모두 체육관에 비치되어 있다. 피클볼을 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운동복 차림으로 가서 자유롭게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피클볼?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의 여러 요소를 결합한 라켓 스포츠

오이 피클과는 전혀 상관없는 피클볼은 1965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조엘 프릭처드의 집에서 탄생되었다. 배드민턴을 치고 싶었지만 셔틀콕이 없어서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공(야구 연습용 휘플볼)과 나무 판(패들)으로 배드민턴 네트를 낮추고 공놀이를 한 것이 최초의 시작이었다. 피클이란 이름은 프릭처드 가족의 강아지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남은 선원을 태우는 배 이름인 피클 보트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재미있고 쉬운 이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스포츠를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신나게 즐겨 본 적도 없다. 학창 시절, 체육 과목을 제일 못했던 나는 그동안 운동이라면 최대한 멀리 하고 싶었다. 대학생 때 테니스를 배워보고 싶어 동아리 활동을 아주 잠깐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을 제대로 치는 건 고사하고 라켓만 잡고 폼만 연습하다 지쳐서 포기했다. 테니스의 벽은 내게 너무도 높게 느껴졌다. 그 이후 스포츠는 내 몸을 움직여서 하는 운동이라기보다 눈으로 즐기는 종목이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몇 달 전부터 가족과 함께 피클볼을 치는 것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시작의 처음은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인데 특히 라켓 스포츠는 두루 잘한다. 테니스와 탁구, 배드민턴을 즐겨 쳐 왔던 남편이었지만 피클볼은 처음이었다. YMCA에서 피클볼을 치는 사람들은 몇 번 보게 되면서 남편은 금세 호기심을 보였고 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워낙 라켓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몇 번 치기 시작하자 금방 실력을 보였다.


남편이 피클볼을 하는 시간에 나와 똘똘이는 트랙을 돌거나 다른 운동 기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끔 벤치에 앉아서 남편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피클볼을 치는 걸 보기도 했다. 경기는 생각보다 아주 흥미진진했고 운동도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속으로 문득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똘똘이도 왠지 내심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에 우리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피클볼의 가장 큰 장점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가끔 벤치에 앉아 피클볼 경기를 구경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한 번 같이 쳐 보겠느냐고 물어보곤 했다. 괜히 같이 한다고 도전했다가 경기에 방해가 될 거 같아 괜찮다고만 대답을 했다. 그런데 몇 번 오다 보니 잘 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 치는 연세 지긋하신 초보자들도 꽤 눈에 띄었다. 그분들을 보면서 '한번 해 볼까? 나라고 못할쏘냐!'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몇 번 공을 쳐 보니 이게 웬 일!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공을 제대로 넘겨 보기도 힘들었던 테니스의 악몽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공의 속도는 테니스보다 훨씬 느리고, 공과 패들의 크기는 탁구보다 훨씬 크며, 경기의 진행은 배드민턴보다 훨씬 여유가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대부분의 샷이 언더핸드 스윙으로 이루어져 공을 패들로 맞추는 것이 의외로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피클볼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똘똘이도 몇 번 쳐 보더니 곧잘 공을 잘 맞추기 시작했다. 공이 잘 맞으니 연습하는 것도 재미가 붙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열심히 연습을 했더니 주걱(?)으로 푸는 것 마냥 어색하게 치는 폼도 조금씩 고쳐졌다. 나와 같이 처음 피클볼을 시작한 똘똘이의 실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두 달 정도 피클볼을 연습한 결과 온 가족이 함께 무난하게 경기할 수준이 되었다. 같이 경기하는 사람들도 제는 봐 주기식으로 공을 넘겨주지 않는다. 인정사정 없이(!) 공이 날아오 내 손과 발은 더 바빠다. 피클볼이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어서 좋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배우기 쉽다는 뜻이지 만만하고 쉬운 스포츠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서브를 직선으로 넣는 기술, 스핀을 주면서 공을 넘기는 기술 등은 아직 초보 단계인 내가 따라 하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피클볼의 낮은 진입장벽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스포츠는 못 할 것만 같았던 나의 위축된 마음을 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 왕초보를 벗어났으니 중급을 향해 도전이다.


온 가족 스포츠는 피클볼, 너로 정했다. 자주 보자!



[참고 자료]

https://usapickleball.org/

https://www.cnn.com/2022/08/25/sport/pickleball-ben-johns-spt-intl/index.html

매거진의 이전글 조로인생일지라도 조로하지 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