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good, everything magical: Happens between the months of June & August.
몬태나에서 맞은 여름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저 매일매일이 좋았다. 그동안 경험했던 여름은 덥고 습하고 땀이 많이 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몬태나는 전혀 딴 판이었다. 언제나 햇볕은 쨍쨍했지만 그늘 밑은 시원했다. 파란 하늘에 화창한 날씨가 연일 이어졌지만 땀이 많이 나는 날은 거의 없었다. 햇볕이 따갑다고 느껴질 땐 그늘 아래만 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고도가 높고습도가 낮은 날씨 때문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름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눈이 전혀 오지 않는 진정한(?) 여름은 단 한 두 달 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여름이 좋은 이유는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름 내내 아이들 식사가 제공되고,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많이 개최되었다. 산과 들로 전문해설사가 함께 하는 하이킹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소수를 제외한 모든 행사는 무료였다.
# 무료 식사 프로그램
여름 내내 고등학생 이하의 모든 아이들에게 여러 장소에서 무료 점심이 제공되었다. 처음에는 '이용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부모와 함께 온 많은 아이들이 이용을 했고 아이들의 무료 식사를 꼭 이용해 달라는 홍보도 아주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학교는 여름방학이 참 길다. 6월 초에 방학을 시작해서 8월 말에 개학을 한다. 그리고는 새 학년이 시작된다. 점심 프로그램은 여름 방학 내내, 약 3개월 동안 많은 장소에서 실시된다. 보즈만에서는 9개의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인근 동네 2~3군데에서도 함께 이루어진다.
시립 도서관에서는 점심뿐만 아니라 아침도 제공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부모들은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향할 때가 많았다. 한 곳에서 아이들 아침 먹이고 책 보다가 점심까지 먹이고 올 수 있었다. 무료였지만 아이들이 먹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식단으로 제공되었다. 항상 우유가 함께 나왔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야채와 과일 등 골고루 구성이 되었다. 부모도 같이 먹고 싶을 땐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점심을 받을 수 있었다.
# 가족 이벤트
여름에는 다양한 가족 행사, 어린이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그중에서 우리 가족은 Thrive라는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 및 행사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의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했다. 한 달에 한번 다이너마이트 대드라는 아빠와 자녀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했고, 여름방학 때 이루어지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점심도 주고 게임이나 만들기 활동 등을 하는 캠프에도 함께 했다. Thrive에서는 부모 워크숍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모든 행사는 무료를 기반으로 하나 전문가를 모시는 워크숍 같은 경우 소액을 받기도 한다.
매년 8월에는 시내에서 슬램이라는 지역사회 예술가와 함께 하는 축제가 개최된다.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행사로 예술 작품 전시 및 판매가 이루어진다.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도 함께 한다. 가족, 친구와 함께 가서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이 행사는 무료로 이루어진다.
유료로 개최되는 지역행사도 있는데 보즈만에서는 스윗피 축제가 유명하다. 스윗피(Sweet pea)는 말 그대로 콩과의 원예식물을 뜻한다. 1~2미터 높이로 자라는 이 식물은 여러 꽃이 같이 피고 향이 매우 좋다. 가족, 감사,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갖는 식물이다. 스윗피 축제는 8월 초 3일간 열리는 축제로 유료답게 연극이나 밴드 등의 공연 관람, 활동 중심 이벤트 등이 함께 한다. 좀 더 집중적으로 여름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스윗피를 추천한다.
# 해설사 하이킹 프로그램
몬태나의 여름 동안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해도 좋은 날씨 덕분에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이 특별히더 좋은 만큼 많은 연예인들, 유명 인사들이 몬태나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겨울에 오는 경우 스키를 타기 위해) 별장을 구매해서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름을 몬태나에서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한다. 보즈만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에 가기가 가장 편리한 도시이기 때문에 몬태나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더 인기가 많았다.
많은 여름 활동 중에서 특히, 캠핑, 하이킹을 하기에 최고였다. 산과 강이 지천에 있어 짧으면 5~10분, 멀어도 30분 내외면 멋진 산이나 강을 배경으로 하는 곳에서 캠핑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캠핑의 경우 높은 인기 때문에 서둘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다. 각 캠핑장에서는 대부분 온라인 예약과 직접 찾아가서 하는 예약을 동시에 받는다. 온라인 예약을 못 한 경우 직접 찾아가서 예약해도 된다. 하지만 평일 자리만 있고 주말 자리는 진작 꽉 차있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캠핑장을 쓰기 위해서 직접 찾아가는 예약을 하려면 목요일쯤 미리 가서 주말까지 쓰는 것으로 예약을 길게 잡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우리 가족은 캠핑을 종종 하기도 했지만 하이킹을 더 많이 했다. 물과 똘똘이 간식만 챙기면 언제든 할 수 있었다.
보즈만에는 갤러틴 밸리 랜드 트러스트라는 비영리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보즈만을 포함해서 북쪽 옐로스톤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농장, 목장, 산과 강,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와 관리 등의 일을 한다. 매년 여름마다 이 단체에서는 무료 해설사 하이킹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리 가족은 이 프로그램을 여름마다 종종 이용했다. 해설사가 함께 하기 때문에 하이킹을 하면서 그곳의 역사, 전통,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해설사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이 된다. 똘똘이와 함께 몇 번 참여를 했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해설, 간단한 조작활동 등을 제공해서 좋았다.
몬태나 보즈만의 인구는 오만에 불과하지만 일 년 관광객은 그 열 배인 오십만에 육박한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이곳을 찾는다. 따라서 보즈만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살지 않는 이상 비싼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숙박과 차에 드는 돈 외에는 큰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무료로 진행이 되고 아이들 점심도 무료로 제공이 되기 때문이다.
눈 부신 햇살이 함께 하지만 신기하게도 땀이 잘 안나는 여름. 좋은 사람들과 좋은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산과 강이 늘 함께 하는 여름. 우리 가족이 가장 찬란하게 보낸 여름은 몬태나에서 보낸 세 번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