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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Dec 13. 2021

몬태나에는 반전이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들

Everything in life is relative. -Anita Lasker Wallfisch-


몬태나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몬태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시골처럼 느껴졌고, 막연하게 강원도의 아주 한적한 시골마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막상 이사를 와서 살아보고 경험해 보고 나니 한국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알기 힘들었던 몇 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몬태나에서 살아보지 않은 분들께서는 천혜의 자연을 지닌 몬태나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몬태나에 대한 반전 사실을 알고 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다. 몇 년을 살아보고 나서야 알게 된 몬태나의 반전 사실 다섯 가지에 대해 정리해 본다.


1. 몬태나는 항상 공기가 맑다? No! 최악일 때도


몬태나 하면 탁 트인 넓은 공간, 멋진 자연경관, 낮은 인구밀도가 떠오른다. 이러한 사실은 종종 깨끗한 공기와 함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몬태나는 남한의 3.8배의 크기에 단 백만 명만 사는 주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적은 주이다. 사람보다 야생 동물이 많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나 공기의 질은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한다는 사실. 건강한 공기의 질을 따져봤을 때 몬태나는 미국 내 14위에 불과하다.


여름이면 매우 건조한 날씨로 인해 캘리포니아주, 오레건주 등 주변 지역과 몬태나 삼림지역에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엄청난 연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여 몬태나 많은 도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름 동안 몬태나의 공기는 매우 나쁨일 때도 드물지 않다. 특히 올해 7월, 몬태나 공기의 질은 연일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호흡기가 민감한 사람들이나 환자들은 외출을 피하라는 자제령이 내려졌고 많은 캠핑장에서 캠프 파이어도 금지가 되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좌) 올해 7월의 어느 날, 연기가 가득했던 몬태나 미줄라 모습, (우) 8월 몬태나 빅스카이 친구의 포스팅

2. 몬태나는 다 시골이고 사람도 적다? 보즈만, 빅스카이 지역은 아님


몬태나는 인구가 매우 적고 고산지역이라 모든 지역이 다 시골일 줄 알았다. 농담이었겠지만, 지인들로부터 설마 말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곰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거 아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몬태나의 많은 지역들은 시골이 맞다. 일단 주 전체적으로 인구가 적으니 집도 적고 생활 시설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살았던 몬태나 보즈만 지역과 인근 지역인 빅스카이 지역은 결코 시골이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1호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이 근처에 있는 동네이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몬태나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는 연중 천만명이 넘고, 그중 많은 관광객들은 옐로스톤을 방문하기 위해 옐로스톤 바로 위에 있는 빅스카이(차로 한 시간 거리) 또는 보즈만(차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거리)을 찾는다. 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에 호텔들과 마트 등과 같은 편의 시설도 같은 인구수를 지닌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높은 인기로 인해 모든 물가비싼 편다.


3. 몬태나는 살기 좋다? 돈이 많다면! 높은 집값, 엄청난 호텔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몬태나 보즈만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에서 아예 살기 위해 찾는 도시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 온라인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고 물가가 매우 비싸고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쳐 있는 미국 사람들,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몬태나로 최근 많이 이사를 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10억 정도가 기본이라고 하니 그분들의 기준으로는 이곳의 집값은 아마도 싼 편?!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현금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몬태나 보즈만 집값이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2017년에만 해도 한화로 3억 정도면 방 2~3개, 화장실 1~2개 정도의 단독 주택을 심심치 않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집값이 올랐고 코로나 이후로 더욱더 상승하여 이제 5~6억 이하의 단독 주택은 찾기도 어렵게 되었다. 1930~40년대에 지은 오래된 작은 집도 8~9억 원 이상으로 거래가 되고 있고 방 하나인 다세대 주택도 8억이라니, 그야말로 놀랄 노 자! 미국 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에서 3~4억 정도 하는 집을 보즈만에서 사려면 3배 이상 비싼 가격을 생각해야 한다. 호텔비는 한술 떠 뜬다. 올여름, 7~8월의 보즈만 호텔 가격은 별 2개짜리 평범한 호텔의 경우도 1박 기준 40~50만 원, 빅스카이의 경우는 더 비싸서 1박에 100~200만 원 이상이었다. 로컬 친구들도 이 가격 실화? No way! 할 정도였다.


2021년 12월 현재, 몬태나 보즈만에서 거래되고 있는 집값 (https://www.realtor.com에서 갈무리)

4. 몬태나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늘 행복? 상대적 박탈감, 높은 자살률


몬태나의 일부 지역의 인기는 해가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즈만, 빅스카이 지역의 인기는 팬데믹 이후 더욱 상향가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부유한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삶을 위해 도시를 벗어나 시골 지역, 특히 몬태나를 찾는다. 단기 여행을 위해 찾고 여름을 즐기기 위한 세컨드 하우스 구매 후 여름 두세 달 동안 살기 위해 찾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로는 아예 이사를 와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올여름 빅스카이에 사는 친한 미국 친구네 집에서 며칠간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낸 적이 있다. 이 친구 부부는 모두 미국 사람들이고 약 삼 년 전 한국 아이를 입양했다. 이를 계기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다. 홈스테이를 하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는데, 최근 집값이 더욱 올랐다며 옛날에 대출받아 집을 사서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 많은 빅스카이 친구들 부모님이 원래부터 부자거나 Yellowstone Club member (가입비 약 4~5억, 연간 회비 약 5천만 원인 럭셔리 클럽)인 경우도 많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말을 했다. 또한, 가끔 비싼 생활비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로컬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몬태나의 인기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드넓은 몬태나주의 대부분 지역에는 띄엄띄엄 떨어져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몬태나주는 자살률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몬태나와 한국의 인구 십만 명 당 자살률 비율은 너무도 닮아 있다. 몬태나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높은 고도로 인한 장기적인 산소 부족이 불러오는 건강 악화(전 세계적으로 2500피트(762미터) 이상에서 자살률 증가가 나타남, 참고로 몬태나의 평균 고도는 3,400피트(1,040미터)), 넓은 땅에 적은 인구가 살아가기에 사회적 물리적으로 빚어지는 고립, 높은 아동 빈곤율, 정신 건강 서비스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5. 몬태나는 9~10월부터 눈이 많이 온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해가 갈수록 몬태나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몬태나에 눈이 오는 달은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열 달이 넘을 정도로 눈이 많이 오고 안 올 때도 여기저기 쌓여 있 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몬태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기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 심각해졌다. 지난 12월 1일 몬태나 보즈만의 기온은 화씨 68도(섭씨 20도)로 따뜻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푹한 12월은 처음이었다며 한 몬태나 친구는 눈이 오길 기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바다가 없는 몬태나의 경우 기후변화의 영향이 연중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저 멀리 바다로 둘러싸인 하와이의 경우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하와이의 주요 섬들 중 3개가 해변의 약 1/4을 잃었다고 한다. 또한 하와이 주의 해수면도 4년마다 약 1인치씩 상승하여 하와이 해안선의 70%를 위협하고 있고 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좌) 12월에 눈을 기원하는 몬태나 친구의 포스팅, (우) 몬태나주의 기온 변화(https://statesatrisk.org/montana/all)

그동안 몬태나에서의 생활에 대해 글을 쓰면서 좋았던 추억, 즐거웠던 기억을 많이 떠올렸고 글로도 담아냈다. 하지만 어느 곳도 완벽한 곳이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몬태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몬태나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있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든 우리네 인생은 절대적이지 않고 항상 상대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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