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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un 07. 2021

몬태나 보즈만 집값이 미쳤어요.

Bozeman's real estate market is crazy.

It's not how big the house is, it's how happy the home is.


몬태나 보즈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는 집과 관련된 것이다. 여기저기서 집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계속 도시에서 사람들이 이사를 오고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등등. 집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특히, 집값에 관한 부분에서 따라오는 영어 단어는 Crazy! 내가 생각해도 이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단어는 보즈만의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 또 얼마나 오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착각을 했었다. 한국에서 몬태나 보즈만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정해졌을 때, 인구를 찾아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몬태나의 면적은 남한보다 3.8배나 큰데 인구는 백만 명 정도라고? 그럼 수원시 보다도 적은 인구잖아. 보즈만 인구가 4만 3천이니까 강원도의 한 마을 정도 인구? 도대체 얼마나 시골인 거지! 설마 동네에서 사람 마주치기도 힘들고 마트에 가려면 한 시간씩 가야 하는 거 아냐?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은 아주 한국적인 생각이었다. 미국에서는 맞지 않았고 특히, 보즈만에서는 더 맞지 않았다.


보즈만은 몬태나 주의 갤러틴 카운티에 속해 있다. 미국의 카운티(county)는 한국으로 따지면 군(郡)의 개념으로 주 아래의 지방 행정구역을 말한다. 보통은 군 안에 시(City), 읍(Town), 리(Village)가 있다. 보즈만이 속해 있는 갤러틴 카운티는 몬태나 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운티이다. 지난 7년 동안 갤러틴 카운티의 인구는 거의 60% 증가했고 현재 107,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중 보즈만은 몬태나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한 곳이다. 2017년 43,000명이었던 인구는 2020년 오만을 넘어섰고 2021년 현재 53,000명이 되었다. 매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몬태나 주의 4배가 넘는 성장률이다.


미국에서 인구 4~5만의 도시는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니다. 2018년 기준에 의하면 미국에는 시, 읍, 리를 합쳐 모두 19,495개가 있는데, 이 중 16,410개는 인구 만 명이 안된다. 많은 마을이 인구 몇 백명, 몇 천명으로 정도로 아주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99배가 크지만 인구는 6배밖에 되지 않는다. 그 넓은 땅에 인구가 백만 명 이상인 도시는 열 군데뿐이고, 인구 천만 명인 도시는 단 한 군데도 없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는 뉴욕시. 인구가 정말 많다고 하는 뉴욕시이지만 인구 850만으로 서울시 인구보다 백만 명 이상 적다. 하지만 뉴욕시의 면적은 서울의 두 배 이상 크다는 점. 참 많은 것들이 다르다.


미국 내에서도 몬태나 보즈만의 인기가 왜 이렇게 높아지고 있을까? 지역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옐로스톤 국립공원 때문일 거라는 대답을 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계 최초 국립공원으로 보즈만에서 한 시간 반에서 두어 시간이면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산과 강이 지천에 있고 스키장도 가까이에 있어서 사시사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기 곳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2016년 뉴욕 포스트에서는 몬태나 보즈만을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원격 근무, 홈스쿨링이 더욱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전원생활을 하길 원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몬태나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로는 더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많은 인기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017년 우리 가족이 보즈만으로 이사를 올 때만 해도 한화 3~4억 정도면 방 2~3개, 화장실 2개, 거실 및 실내 주차장을 갖춘 단독주택 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 2021년 지금은? 같은 조건의 집이 모두 2배 이상 오른 데다 매물 조차 찾기가 힘들어졌다. 오른 가격의 집 조차도 매물로 올라오면 몇 주 이내로 모두 팔려버린다고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주에서 보즈만으로 이사를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이다. 대도시 집값 기준으로는 보즈만 집값이 싸게 느껴지니 매물이 나오면 웃돈을 얹어 현금으로 집을 사는 일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정작 집을 꼭 사야 하는 지역 사람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한 남자가 보즈만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18군데의 집을 알아봤지만 결국 집을 못 샀다며 자신도 집을 사고 싶다는 패널 시위를 한 것이다. 이 남자는 왜 결국 집을 못 사게 되었을까? 그건 더 비싸게 현금으로 산다고 하는 사람이 매번 나타났기 때문이다. 5억에 나온 집을 누군가 현금으로 6억에 산다고 하면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원래 사려고 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보즈만에서 18군데 집을 알아봤지만 결국 못 샀다며 시위를 하고 있는 지역 주민

한 사이트에 소개된 보즈만의 집은 1935년에 지어졌고 방 하나, 화장실 하나, 거실 겸 부엌 등 552 평방피트의 아주 작은 집이다. 이 집은 2000년도 초에 한화 1억 원 이하였는데, 2017년에는 2억 5천만 원 정도로 올랐고, 2021년 5월 초에는 5억 원 넘는 금액으로 팔렸다. 엄청난 가격 상승이다. 몇 주 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집은 벨그레이드에 있는 부엌이 없는 집인데도 월세 950불. 댓글을 보니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었다. 벨그레이드는 옐로스톤 공항이 있는 보즈만 옆 마을로, 인구 만 명 정도 되는 마을이다. 보즈만보다 집값이 싸고 보즈만에서 차로 15~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라 보즈만의 높은 집값이 부담되는 사람들이 이곳에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동네의 작은 집도 월 100만 원 이상이 되었다.


(좌) 몇 년 사이에 두 세배로 가격이 오른 1935년에 지어진 보즈만 집, (중, 우) 페이스북에 올라 온 벨그레이드 집과 댓글들

보즈만이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로 높은 교육 수준을 들기도 한다. 보즈만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교이자 가장 큰 기관은 몬태나주립대학교인데 이 대학교의 학생 수는 16,000명이고, 교수, 직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모두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구 5만 중에서 2만 명 이상이니 정말 많은 숫자이다. 대학이 중심이 되는 마을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교육 수준이 높고 다른 지역보다 다문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다른 주에서 보즈만으로 이사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보즈만 지역 사람들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다. 집이 이미 있는 사람들 집값이 올라봐야 어차피 이사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세금만 오른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보즈만의 한 단독 주택에서 살고 계신 한국분께서는 월 30만 원이었던 집 세금이 요즘 월 50만 원 정도가 되었다며 인구가 그만 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집이 없어서 월세를 사는 보즈만 사람들은 점점 집을 사기도, 비싸지는 월세를 감당하기도 힘들어져서 멀리 이사를 가거나 월세가 더 저렴한 외곽으로 집을 옮기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보즈만에서 사는 동안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몬태나주립대학교 캠퍼스 주택우리 가족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큰 행운이었다. 좋은 이웃, 예쁜 텃밭, 아름다운 캠퍼스가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일 캠퍼스 주택을 배정받지 못해서 2017년 초에 집을 샀었더라면?


P.S. 신문기사를 보다가... 보즈만뿐만 아니라 미국 집값이 미쳤다고요? 그런데, 한국 집값은 미국을 제쳤다고요? musun129



[참고 자료]

https://www.kbzk.com/news/local-news/bozeman-man-asking-community-to-help-sell-him-a-home

https://xlcountry.com/if-bozeman-housing-prices-anger-you-dont-read-this-pos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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