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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Mar 20. 2021

몬태나 최강 초특급 슈퍼 호스트

데브와 조니

Thank you for having us.

It's been absolutely marvelous. I've loved every moment of it.


몬태나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이 두 분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가족을 집으로도 여러 차례 초대해 주시고 또 몬태나 여기저기를 여행시켜 주신 두 분, 바로 '데브와 조니' 부부이시다. 데브께서는 에어비앤비(Airbnb)를 운영하고 계시고 조니께서는 방송국 피디 겸 아나운서로 일을 하고 계신다.


데브는 몬태나 보즈만의 여성 모임이었던 도메스틱 엔지니어링 모임에서 처음 뵈었다. 그땐 사람들이 워낙 많고 정해진 모임 주제가 있어서 서로 대화를 잘 나누지는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들이 함께 간 ISI 모임에서는 데브와 조니를 함께 뵐 수 있었다. ISI 모임은 저녁식사 후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라 가까이서 뵐 수 있었다.


이 분들은 모임을 열어 주시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참 좋아하신다. 그래서 데브께서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처음 댁으로 초대를 받은 것은 2017년 11월 말, 미국의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때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하셨을 때였다. 우리 가족 말고도 네팔,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초대하셨다. 에어비앤비 손님으로 오신 분들도 물론 함께 했다.


우리 가족에게 미국 가정집의 추수감사절 식사는 처음이었다. 아이들도 몇 명 되었기에 귀여운 접시로 아이들을 위한 테이블도 따로 마련하셨다. 가장 주요리인 칠면조 오븐구이에서부터 매쉬드 포테이토, 샐러드, 캐서롤, 직접 구우신 빵 등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주셨다. 이틀 전부터 요리 준비를 시작하셨단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특히 조니의 크렌베리 그레이비(칠면조 구울 때 나온 즙으로 만든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뭐든지 같이 먹으면 맛있어지는 만능 소스였다.


알고 보니 데브와 조니께서는 해마다 추수감사절이면 많은 친구들을 초대해 대접을 해 주시고 계셨다. 이듬해 추수감사절 땐 선약이 있어서 함께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에도 우리 가족은 또 초대를 받아 맛있는 추수감사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초대를 하시냐고 여쭈니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리고 재미있어서! 매년 많은 친구들을 초대하시는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느 겨울날, 데브께서는 도메스틱 엔지니어링 홈페이지에 건강빵을 만드는 모임을 여니 오고 싶은 여성들은 모두 오라고 공지를 올리셨다. 너무 가고 싶었지만 하필 그 날 일이 있어 참석이 어려웠다. 모임 하루 전 데브께서는 내게 내일 올 수 있냐며 문자를 보내셨다. 갈 수 없다고 하자 그럼 다음 주에 또 모임을 하면 올 수 있냐고 하셨다. 당연히 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다음 주 빵을 만들기 위해 약속된 시간에 데브네 집으로 향했다. 나 말고 한 두 명이 더 온다고 했는데 일이 생겨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단다. 덕분에 나는 빵 만들기 수업을 개인 과외(!)로 받을 수 있었다. 빵을 만드는 데는 1차, 2차 발효가 필요해서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결국 빵을 굽지 못하고 1차 발효가 끝난 빵 반죽을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 와서 모양을 만들고 1시간여 2차 발효를 한 후 오븐에 구워냈다. 콩을 듬뿍 넣은 빵이 3개의 틀에서 완성이 되었다. 데브 덕분에 일주일 동안 식사 대용으로 맛있는 빵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몬태나에 온 지 이 년쯤 지났을 때 데브께서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연락을 하셨다. 보즈만에 있는 호수에 가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플랫헤드 호수에는 가봤지만 보즈만에서는 가 본 적이 없었다. 자주 가는 하얄라이트 저수지 근처에 호수가 여럿 있었지만 못 가봤다. 꽤 난이도 높은 하이킹을 해서 갈 수 있었기에 어린 아들과 같이 가기가 어려웠다. 하얄라이트 근처 말고도 보즈만에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호수도 있었다. 사륜구동이 아닌 우리 차로는 가는 길이 워낙 험난해서 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데브께서는 보즈만에 살면서 보즈만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에도 꼭 가봐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주말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들의 호수 여행이 시작되었다. 데브와 조니는 우리들을 태우고 페어리 호수(Fairy Lake)로 안내했다. 산 꼭대기에 있는 호수까지 가는 길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구불구불, 중간에 돌도 많은 길이어서 사륜구동으로 올라와야 안전하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 있었다.


도착을 하니 정말 이름대로 요정이 나올 것처럼 아름다운 호수였다. 페어리 호수의 높이는 해발 2,300미터, 보즈만이 해발 1,500미터(지리산 노고단 높이)니까 800미터를 차로 올라온 것이다. 한라산(1,950미터)보다도 더 높이 올라왔다. 워낙 높은 곳이라 9월인데도 생각보다 쌀쌀했다. 다행히 햇살이 좋아서 햇볕 아래에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배가 고프니 주차장 근처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각자 점심을 준비했지만 데브께서는 우리들 몫의 샌드위치와 쿠키도 가져와 주셨다.


저 멀리 해발 2,900미터에 달하는 브릿저 산맥(Bridger Mountains)의 전경도 풍경화처럼 눈에 들어왔다. 페어리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성인 걸음으로 30~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똘똘이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진도 찍도 그네도 타고 나무 위에 앉아 이야기하기도 했다. 2~3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내려온 후 우리차가 있는 집 근처 주차장까지 우리들을 데려다주셨다.  



작년 여름에는 옐로스톤에 어디를 가봤냐고 물어보셨다. 옐로스톤에는 가족과 함께 몇 번 가 본 적이 있고 가장 인기 있는 곳인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등을 둘러봤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안 가본 곳이 많을 거라며 같이 가자고 말씀을 하셨다. 데브께서는 예전에 국립공원 내에서 안내하는 일을 오래 하셨고, 조니께서는 국립공원으로 취재를 많이 나가시기 때문에 옐로스톤과 그 인근 지역에 관한 한 전문가 분들이시다.


당일치기로 옐로스톤 여행을 하려면 일찍 만나야 한다고 하셨다. 여쭈어 보니 데브와 조니는 새벽 4시나 5시에 출발해서 옐로스톤에 다녀오신단다. 하지만 그 시간은 똘똘이에겐 너무 이를 것 같아서 6시 반에 만나기로 정했다. 근데 아침이 되니 웬걸? 똘똘이는 새벽 5시 전에 깨서 아침밥 달라며 오늘 옐로스톤 가서 좋다고 신이 났다. 여행이 설레는 건 어린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조니 차를 함께 타고 우리들이 안 가본 옐로스톤의 북쪽 지역으로 향했다. 옐로스톤은 총면적 8900㎢(우리나라 충남도 크기)를 자랑하는 넓은 면적 때문에 가도 가도 볼거리가 많았다. 올 때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 중 한 곳인 베어투스 하이웨이(The Beartooth Highway)를 구경시켜 주셨다. 듣던 대로 하이웨이를 지나가는 내내 "우와~"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몬태나를 잠시 떠나게 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니 "내 카누 안 타봤지?" 하셨다. 생각해 보니 작년 여름에 카누 타러 갈 때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함께 못했었다. 떠나기 전 우리집에 오면 조니가 햄버거를 해 줄 테니 점심도 먹고 카누도 타러 가자고 하셨다.


카누를 한 번도 안 타본 똘똘이와 남편은 신이 났다. 나도 안 타봤지만 어릴 적 수영장에서 친구가 몰래 밀어 물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 나온 이후 물을 무서워하는 나. 하지만 이번 기회에 물놀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조니의 맛있는 햄버거를 먹고 카누를 실으러 주차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카누는 더 크고 무거웠다. 차에 싣는데도 요령이 많이 필요했다.


우리들이 카누잉(Canoeing)을 하러 간 곳은 집 근처 리버락 연못(River Rock Pond). 이름은 연못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구명조끼도 준비를 해 주셔서 안전하게 카누를 탈 수 있었다. 연못 위에 카누를 띄우고 열심히 노를 저어 몇 바퀴를 돌았다. 똘똘이는 스스로 노를 저어서 가는 카누가 너무 신기했는지 지치지도 않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연못물이라 당연히 짜지 않은 물. 카누도 타고 물장난을 치며 하루를 보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몬태나에 오면 언제든 연락을 하라고 하시는 데브와 조니. 잘 곳이 없으면 에어비앤비가 여기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시는 두 분. 진짜 최고의 호스트, 게스트의 마음을 정말 잘 아는 호스트는 바로 이 두 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미 데브와 조니는 슈퍼 호스트로 에어비앤비에 이름이 나 있다. 홈페이지(맨 아래 링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호칭을 훨씬 능가하는 분들이라고 분명 이야기할 수 있다. 더 좋은 말을 생각해 보다가 두 단어가 생각났다. 최강! 그리고 초특급! 나는 이 두 분을 최강 초특급 슈퍼 호스트라고 하고 싶다. 물론 좋은 말이 더 생각나면 추가될 수도 있다.

  


[참고 자료]

https://www.outsidebozeman.com/places/trails/biking-trails/fairy-lake-trail

https://ko.airbnb.com/rooms/247969?_set_bev_on_new_domain=1612468950_ZTM2ODg4YWM4ZTVi&source_impression_id=p3_1615996741_Mj%2FJA2YaFrgpUzW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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