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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Apr 02. 2021

체리 따기 그리고 다시 플랫헤드

여름에 완벽한 곳

Be the Cherry on top of your day!


몬태나 플랫헤드 주변에는 체리 과수원이 정말 많았다. 커다란 호수 가장자리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도로를 운전해서 가다 보면 중간중간 체리 팻말이 보였다. U-Pick이라고 쓰여 있거나 Cherry Picking이라고 쓰여 있는 과수원에서는 체리 따기를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었으며 직접 체리를 따서 통에 담은 후 무게를 잰 이후에 돈을 지불하면 된다. 체리를 따면서 먹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먹는 것은 무게를 잴 방도가 없으므로 공짜!


체리를 따는 시기는 7월 둘째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로 약 한 달간 이루어진다. 플랫헤드의 체리는 여러 종이 섞여 있는데 주로 진한 빨간색을 띠는 체리가 주를 이룬다. 플랫헤드의 체리는 달콤하고 즙이 많기로 몬태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온화한 호수의 영향을 받은 기후, 깨끗한 물, 비옥한 토양은 플랫헤드의 체리를 가장 맛있는 체리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플랫헤드의 체리는 과수원에서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다. 7월 중순이 되면 몬태나 곳곳의 마트로 봉지에 담은 체리가 납품이 된다. 체리의 여러 종류 중에서 플랫헤드라고 쓰여있는 체리가 좀 더 맛있는 만큼 약간 비싸다. 마트에서 사 먹는 플랫헤드 체리도 맛은 똑같이 좋지만 직접 따면서 먹는 체리는 그 분위기와 직접 찾아가서 따는 품값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더 맛있게 느껴졌다. 


체리를 따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체리를 따면서 넣을 수 있는 통을 받는 것이었다. 통을 들고 체리를 따기는 어렵기 때문에 끈을 이용해서 배 앞쪽에 통이 위치하도록 맨다. 체리나무의 높이는 꽤 높아서 사다리가 필수였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체리를 따면서 통에 담는 것보다는 일단 입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체리도 많이 먹으니 배가 점점 불러왔다. 손끝이 분홍색, 빨간색으로 물이 들기 시작하면 체리를 잘 먹었다는 증거가 된다. 손끝이 붉어질 무렵 배도 빵빵해졌다. 더 이상 못 먹겠다 싶을 때 비로소 손은 입이 아닌 통으로 향했다. 그 뒤로부터는 열심히 체리를 따서 통에 담았다. 



체리를 모두 딴 후에는 무게를 재고 무게만큼 돈을 내면 된다. 무게당 얼마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작은 통 가득 10불 조금 넘었고, 큰 통은 30불 조금 넘었다. 체리를 따면서 많이 먹은 걸 생각하니 무척 싸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체리를 작은 통 2개에 담아서 사 왔다. 체리를 잘 싣고 보즈만에 도착을 하니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약 5시간 정도가 걸렸다. 체리는 보관성이 아주 나쁘지 않으나 그렇다고 사과처럼 길지도 않다. 체리는 싱싱할수록 맛있는 법! 주변 이웃들께도 조금씩 나누어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매번 나눠주시는 몇몇 한국분들께도 갖다 드렸다. 


남은 체리로는 체리파이 도전. 파이를 몇 번 만들어 보긴 했지만 체리로는 처음이었다. 체리를 반으로 갈라 씨를 뺀 후 반죽 안에 듬뿍 넣고 위에도 콕콕 박았다. 원래 모든 파이는 맛있다. 하지만 체리파이는 탱글탱글한 체리 덕분에 더 상큼하고 달달했다.   


몬태나 보즈만에서 플랫헤드까지는 편도 5시간, 왕복으로는 10시간이나 걸린다. 가볍게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그 이후로 한동안 다시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3년 뒤 맞은 여름, 더 늦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글래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글래이셔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플랫헤드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글래이셔 서쪽 입구에서 한 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오면 플랫헤드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어차피 글래이셔에서 보즈만으로 되돌아 가기 위해서는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야 했기에 집에 가면서 플랫헤드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플랫헤드는 변함이 없었다. 7월 말의 이곳은 역시 최고였다. 화창한 날씨, 맑은 물도 그대로였다. 우리들이 처음 향한 곳은 3년 전에 가보았던 호수 서쪽 편 중간에 위치한 발룬티어 공원(Volunteer Park). 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 공원은 자갈밭, 잔디, 주차장, 화장실, 걸어서 갈 수 있는 주변 상가들이 모두 잘 갖춰져 있기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우리의 차는 플랫헤드 남쪽으로 향했다. Volunteer Park에서 40분 호수를 끼고 남쪽으로 내려가니 공원이 또 많았다. 지도를 보고 무작정 찾아간 곳은 두 개의 공원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곳. Sacajawea Park과 Point Salish Park! 


사카주웨야 공원(Sacajawea Park)에는 큰 나무들과 잔디밭이 많아서 잠시 햇살을 피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아이와 물놀이를 하기에는 턱이 있고 물이 깊어서 좀 망설여졌다. 바로 옆의 포인트 샐리쉬 공원(Point Salish Park)으로 가니 자갈밭이 잘 펼쳐져 있고 잔디도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주변에 큰 나무는 없었지만 넓은 자갈밭이 있어서 물놀이를 하기에 좋았다.

 

(좌) Sacajawea Park, (우) Point Salish Park

다시 차를 타고 동쪽으로 7분 정도 가니 또 다른 공원이 나왔다. 이름은 보우쳐 공원(Boettcher Park). 이 공원의 좋은 점은 큰 나무와 피크닉 테이블 및 의자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놀이터도 옆에 있어서 아이들이 물놀이도 하고 놀이터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했다. 우리는 배가 고파 인근의 세이프 웨이에서 치킨과 초밥을 사 가지고 와서 이 공원에서 먹었다. 



플랫헤드는 워낙 커서 주변에 공원도 참 많다. 우리들이 가 본 4개의 공원 중에서 내 나름대로 베스트를 꼽자면 아기자기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었던  Volunteer Park. 플랫헤드에 온 김에 호수 남쪽으로도 내려갈 여유가 된다면 2~3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서 3개의 공원을 두루 둘러봐도 물론 좋을 것이다.


여름에 물놀이를 하기에 모든 것이 완벽한 플랫헤드 호수. 다만 가기에 너무 멀고, 여름은 굉장히 짧다. 일 년 중 한 두달에 불과한 플랫헤드의 여름은 귀한 만큼 더 가치가 있는 곳이라 하겠다. 



[참고 자료]

https://www.tripadvisor.com/Attraction_Review-g45310-d13442726-Reviews-Point_Salish_Park-Polson_Montana.html

https://www.inspirock.com/united-states/polson/sacajawea-park-a6510824843

https://www.tripadvisor.com/ShowUserReviews-g45310-d504495-r155246558-Flathead_Lake-Polson_Montan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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