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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Mar 30. 2021

투명하고 맑은 몬태나 플랫헤드 호수

여름날 더할 나위가 없는 곳

Make your heart like a lake, with a calm, still surface, and great depths of kindness. -Lao Tzu-


몬태나에서의 삶이 조금씩 적응되고 차로 운전해서 이곳저곳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5월 말, 선배 언니로부터 연락이 또 왔다.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니 이번엔 플랫헤드에 같이 가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7월 말에 갈 건데 두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우리 가족은 당연히 콜!이었다. 선배 언니는 예약을 하는 김에 우리 가족 것도 예약을 할 테니 비용은 나중에 아무 때나 주라고 하셨다.


플랫헤드는 몬태나 북서쪽 근처 글래이셔 국립공원 아래에 위치한 호수. 물이 투명할 정도로 맑은 세계에서도 이름난 호수이다. 미국 록키산맥의 남쪽 끝 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플랫헤드 강이 빙하에 막히면서 생성된 호수로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천연 담수호이다. 호수의 평균 수심은 50m이고 길이는 최대 43.9km이며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은 495.9 스퀘어 킬로미터에 이른다.


넓은 크기, 깊은 수심과 더불어 깨끗하기로 유명한 플랫헤드 호수. 상어도 없고 해파리도 없고 그저 맑고, 깨끗하고, 상쾌한 물(just clear, clean, and crisp water)을 즐길 수 있다. 호수에는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물놀이 개방은 수질보호와 안전을 위해 7월 초부터 약 두 달간 만 이루어진다. 워낙 큰 호수라 겨울에도 거의 얼지 않으며 호수 주변의 작물로는 체리가 가장 유명하다.


구글 검색을 해 보니 플랫헤드의 물은 너무 깨끗해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며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투명하고 얕아 보여서 겁 없이 뛰어들었다가 실제로는 깊이가 깊어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한 호수의 사진을 보고 나니 얼른 가보고 싶은 마음이 배가 되었다.  

구글로 '플랫헤드 호수'를 검색해 보면 나오는 사진들

드디어 7월 말이 되었고 우리들은 플랫헤드로 향했다. 보즈만에서 플랫헤드 호수까지는 차로 5시간이 걸렸다. 이번 캠핑은 지난번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과 달리 캠프 사이트만 있는 곳이었기에 텐트와 침낭, 매트 등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우리들이 갈 곳은 플랫헤드 호수의 서쪽 편 중간 지점인 웨스트 쇼어(West Shore) 캠핑장이었다. 2박을 하는 데 든 비용은 46달러, 우리 돈으로 약 5만 원 정도였다.



인터넷에서 보던 대로, 듣던 대로 플랫헤드의 물은 정말 깨끗하고 투명했다. 7월 말이었지만 물은 상큼할 정도로 차가웠다. 반팔 반바지로는 조금 썰렁해서 긴 바지에 외투를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정말 많을 줄 알았는데 거의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캠프장에도 자리마다 간격이 넓어서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없었다.



웨스트 쇼어 캠핑장은 플랫헤드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도로에서도 멀지 않기에 접근성이 매우 좋다. 잘 때 저 멀리 차 소리가 조금 들렸고 화장실은 푸세식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우리 캠프 사이트 바로 앞에 수도꼭지가 있어서 밥을 하거나 세수할 때 편리했다. 미국 캠핑장의 화장실은 대부분 푸세식이다.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Kampgrounds of America(KOA)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예약하면 된다. 하지만 KOA의 단점은 가격이 좀 더 비싸고 캠프 사이트마다 거리가 비교적 가깝다는 점이다.


높은 고도 탓에 7월 말에도 덥지 않은 쾌적하고 시원한 날씨였지만 물놀이를 안 해볼 순 없었다. 선배 언니의 아들 딸은 우리 똘똘이보다 나이가 많은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었다. 수영도 아주 잘하고 카누, 카약도 잘 타는 아이들이었다. 형, 누나 카약을 타는 동안 똘똘이는 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똘똘아, 물놀이 한번 할래?" 아빠가 물었지만 묵묵부답. 나와는 달리 수영을 잘하고 좋아하는 남편은 똘똘이를 안고 물놀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똘똘이는 기겁을 했다. 그냥 우리들은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물장구도 치고 물수제비도 뜨면서 놀기로 했다.


나는 한적하고 고요한 플랫헤드의 호수만 바라봐도 한없이 좋았다. 가벼운 물놀이를 한 우리 가족이었지만 옷이 물에 젖으면서 약간의 추위가 왔다. 젖은 옷이 금방 말라서였을까 점점 으슬으슬해졌다. 그럴 땐 나무 데크에 누웠다 엎드렸다를 반복하면 추위가 싹 가셨다. 햇살을 계속 받고 있는 나무 데크의 따뜻한 온도는 우리들에게 포근함을 선사해 주었다.

   


캠프장에서 차를 타고 5~7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니 마트, 커피숍, 레스토랑 등이 있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가 그 옆에 있는 Volunteer 공원에도 들렀다. 이 공원은 시민들을 위해 지어진 공원으로 아담하게 잘 꾸며진 곳이었다. 공중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깔끔하게 갖춰져 있었고, 자갈밭, 잔디밭, 주차장 등이 함께 붙어 있어서 시간을 보내며 물놀이도 하고 인근 마트나 커피숍을 이용하기도 좋았다.



플랫헤드 호수는 예상대로 정말 멋진 호수였다. 물놀이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곳. 물에 들어갔다 나온 후에는 건조한 바람 때문에 금방 마르고 쨍쨍 햇볕이 비추고 더워도 땀이 안나고 그늘 밑은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곳. 여름날의 플랫헤드 호수는 더할 나위가 없는 곳이었다.


2박 3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아쉬운 일정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기 전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었다. 몬태나에서 제일 맛있는 체리. 플랫헤드 호수의 체리를 맛보기 위해 우리들은 근처의 체리농장으로 향했다.



[참고 자료]

https://montanastateparks.reserveamerica.com/camping/west-shore-unit--flathead-lake-state-park/r/campgroundDetails.do?contractCode=MT&parkId=630119


https://www.tripadvisor.com/Attraction_Review-g45241-d13796320-Reviews-Volunteer_Park-Lakeside_Montan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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