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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un 11. 2021

몬태나 보즈만에서 당일치기 여행

여기에도 가보세요. 다섯 군데를 추천합니다.

It seems to me Montana is a great splash of grandeur. -John Steinbeck-


몬태나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주(제일 큰 순서로 알래스카, 텍사스, 캘리포니아)로 한국보다 3.8배나 큰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인구는 백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 몬태나 내에는 도시와 마을을 합쳐 모두 129개가 있는데 이 중에서 인구 만 명이 넘는 곳은 단 7군데이며, 십만 명이 넘는 곳은 단 한 군데(빌링스)에 불과하다. 몬태나의 많은 마을들은 인구 몇십 명, 몇백 명 정도이니 미국 내에서 몬태나는 참으로 시골스러운 곳이다.  


하지만 몬태나의 도시 중 보즈만에는 반전이 있다. 몬태나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제일 큰 순서로 빌링스, 미줄라, 그레이트 폴스)지만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도시,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보즈만에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주변으로 여기저기 놀러 가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중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곳 다섯 군데를 추천해 보고 싶다. 보즈만에서 차를 타고 출발하면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곳들이다.


1. 벨그레이드(Belgrade): 보즈만 옐로스톤 공항, 리버락 연못 - 보즈만에서 20분


벨그레이드(Belgrade)는 보즈만 바로 옆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보즈만에서 가깝기 때문에 보즈만의 인기와 더불어 계속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지역이다. 8~9천 명이었던 인구도 최근 만 명을 넘어서면서 몬태나에서 여덟 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보즈만의 높은 집값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벨그레이드에 집을 얻다. 벨그레이드에는 보즈만 옐로스톤 공항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로 보즈만에 오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에 가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즈만은 벨그레이드보다 다섯 배 정도 인구가 많기 때문에 모든 여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못에 있어서는 보즈만 연못보다 벨그레이드에 있는 리버락 연못(River Rock Pond)이 크기나 인기 측면에서 훨씬 우위인 듯싶다. 이름은 연못이지만 실제로 가 보면 호수처럼 느껴진다. 어느 미국인이 이곳에 대한 후기를 쓰면서 Actually a lake!라고 했는데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리버락은 벨그레이드의 중앙에 만들어진 인공 연못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 동안 이곳에서 물놀이나 산책을 즐긴다. 꽤 많은 물의 양과 작지 않은 넓이 덕분에 카누나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주변에는 산책로가 갖춰져 있어서 걸어 다니며 연못을 둘러보기도 좋다.  



2. 미주리 헤드 워터(Missouri Headwaters State Park) - 보즈만에서 40분


보즈만에서 북서쪽으로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20분을 가면 벨그레이드가 나오고 계속해서 20분을 더 가면 쓰리 폭스(Three Forks) 근처에 있는 미주리 헤드 워터 주립공원을 만날 수 있다. 쓰리 폭스는 인구 1,7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로 갈라진 세 개의 강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주립공원에 가면 세 개의 강 만나면서 형성되는 미주리 강의 시작점(Start of the Missouri River)을 확인할 수 있다.


미주리 강을 만드는 세 개의 강 이름은 제퍼슨 강, 매디슨 강, 갤러틴 강(Jefferson River, Madison River, Gallatin River)이다. 이 강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미주리 강은 2,341마일이나 이어진다. 먼 옛날, 개척자들은 몬태나 지역을 탐험하다가 이곳에서 넓은 평원과 목초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정착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을 끌어 모으며 발전을 했고 아직까지도 풍부한 야생 동물, 많은 나무와 아름다운 경치를 보존하고 있다. 세 개의 강이 만나며 미주리 강을 이루는 모습과 파란 하늘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3. 루이스 앤 클락 동굴(Lewis & Clark Caverns State Park) - 보즈만에서 50분


동굴에 관심이 있다면 몬태나에서 유명한 루이스 앤 클락 동굴에 꼭 가보아야 한다. 보즈만에서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서쪽으로 40분 정도 가다가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10분 정도 더 가면 도착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이 갔을 땐 작년 7월, 팬데믹이 점점 심해지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운영을 했고 아주 깊게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아주 좋은 체험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탐사 경로가 점점 풀리고 있다고 하니 희소식이다.


루이스 앤 클락 동굴은 몬태나 최초 주립공원이면서 항상 인기가 많은 주립공원이다. 미국 북서부에서 가장 멋진 석회암 동굴로 손꼽히는 이곳은 동굴 내부에 각양각색의 종유석, 석순이 가득하다. 주변에는 등산로, 캠프장, 캐빈, 피크닉 장소 등이 잘 갖춰져 있어서 하루가 아닌 며칠의 여유를 두고 방문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공원에는 연중 방문이 가능하지만 동굴 가이드 투어는 5월부터 9월까지만 실시한다.


동굴 가이드의 해설 솜씨는 정말 최고였다. 친절함과 유머는 기본이요, 동굴의 역사, 내부 설명 등을 꼼꼼하게 다루어준 덕분에 동굴 탐험이 더 재미있을 수 있었다. 동굴 내부에는 작은 전구 여러 개가 잘 갖춰져 있어서 아주 어둡지 않으며 가이드가 손전등을 비추어 가며 설명을 해 준다. 중간에 한 번 원래의 깜깜한 동굴을 느껴볼 수 있도록 가이드가 모든 전등을 끄는 소등 시간을 갖는다. 몇십 초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진짜 어둠의 맛(!)을 느낀 짜릿한 시간이었다.



4. 빅스카이(Big Sky): 오우슬 폭포(Ousel Falls) - 보즈만에서 1시간


보즈만에서 1시간 남쪽으로 내려가면 빅스카이라는 동네가 나온다. 빅스카이는 인구 3천 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빅스카이 리조트(Big Sky Resort)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리조트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겨울에 스키를 타는 곳으로 유명하며 미국 내에서도 최고의 눈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빅스카이를 방문해도 좋지만 여름에 가도 좋다. 여름에는 하이킹, 캠핑, 물놀이, 낚시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빅스카이에 있는 많은 트레일 중에서 오우슬 폭포에 갈 수 있는 하이킹 트레일을 추천하고 싶다. 이 트레일을 통해 폭포까지 가려면 50분~1시간쯤 걸어가야 한다. 하이킹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가도 좋다. 폭포의 크기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폭포 주변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서 운치 있다. 얼음처럼 차가운 폭포 물에 발만 담가도 더위를 싹 날려버릴 수 있다. 보즈만에서 출발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와도 좋지만 서쪽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보즈만으로 돌아올 일이 있다면 오는 중간에 들러서 구경해도 좋다.



5. 뷰트(Butte): 세계 광산 박물관(World Museum of Mining) - 보즈만에서 1시간 반


뷰트는 보즈만 서쪽으로 한 시간 반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다. 현재 인구 34,000명으로 몬태나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 보즈만보다 작은 도시가 되었지만 예전의 뷰트는 몬태나에서 가장 큰 도시, 미국 북서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였다. 1920년대에는 6만 명이 넘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아마 십만 명이 넘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뷰트는 한때 미국에서 광산 개발로 제일 유명했던 곳이다. 180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진 금 채굴을 시작으로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구리 광산이 시작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산업화와 더불어 거대한 구리 붐이 일었는데 뷰트는 그 중심에 있었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뷰트의 구리 광산 산업의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후 구리 수요는 점점 줄었고 구리 값이 떨어지면서 지하 갱도가 폐쇄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대부분이 폐쇄되었고 1982년에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이제 뷰트는 광산이 없는 광산 마을이 되었다. 더 이상 광산 산업도, 광부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찬란했던 광산의 흔적은 뷰트에 아직 많이 남아있다. 몬태나에서 제일 역사적인 도시로 꼽히는 뷰트, 옛 추억을 느껴보고 싶다면 세계 광산 박물관에 가보면 된다. 지상에는 옛날 광산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고, 가이드의 안내 하에 그룹별로 지하 갱도 체험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아침에 보즈만에서 출발을 하면 오후까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해가 저물기 전에 돌아올 수 있다.



보즈만에도 산과 들로 놀러 가볼 곳이 많지만 차를 타고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면 또 다른 멋진 경치와 역사의 현장이 기다리고 있다. 혹시 몬태나 보즈만으로 놀러 올 기회가 있다면, 지나가면서 들를 기회가 있다면 벨그레이드 리버락 연못, 미주리 헤드 워터 주립공원, 루이스 앤 클락 동굴 주립공원, 빅스카이 오우슬 폭포, 뷰트 세계 광산 박물관에도 가보시면 좋겠다. 아마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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