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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Feb 09. 2021

보즈만의 하이라이트, 하얄라이트

몬태나 보즈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는 장소

If you’re lucky enough to live in Montana, you’re lucky enough.


몬태나 보즈만에 다시 간다면 어디를 먼저 가보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엇보다도 하얄라이트(Hyalite)라고 답하고 싶다. 물론, 보즈만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곳은 아니다. 입구까지 도착하는 데만 1시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옐로스톤 안쪽까지 들어가려면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4~5시간의 왕복 교통과 둘러볼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아이와 함께 가볍게 여행을 가기에는 벅찬 시간과 거리라 할 수 있다.


접근성을 고려해 볼 때 왕복 1시간 거리라 가깝고, 일 년 내내 언제 가 보아도 좋은 곳. 폭포, 호수, 낚시, 캠핑, 하이킹 등 볼거리, 할 거리가 무궁무진한 곳. 보즈만에 사는 동안 우리 가족의 최애 하이킹 장소는 다소 거리가 먼 옐로 스톤이 아니라, 인근의 하얄라이트였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하얄라이트 캐년 레크리에이션 지역(Hyalite Canyon Recreation Area)이지만, 보즈만 사람들에게 그냥 ‘하얄라이트’로 불린다. 이곳에 가면 하얄라이트 저수지(Hyalite Reservoir)와 댐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보즈만에서 남쪽으로 15마일 떨어져 있는 곳. 약 10분 정도 평지로 내려가다가 산 입구를 만나면 다시 산길 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위로 올라가야 한다. MSU에서 출발해서 30분이면 산 위에 위치한 넓은 주차장과 마치 호수처럼 펼쳐져 있는 눈부신 저수지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 저수지는 1940년대에 최초로 만들어졌고, 1993년에 크게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저수지의 풍부하고 맑은 물은 보즈만 사람들의 식수로 쓰인다. 이곳 부근에는 캠프장들이 많이 있지만 인기가 높아 경쟁이 꽤나 센 탓에 아주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를 맡기가 어렵다. 주변에는 아름다운 폭포들도 여러 개가 있다. 하얄라이트 저수지에 차를 주차하고 하이킹을 해서 올라가면 호수들도 만날 수 있다.


하얄라이트 저수지는 얼핏 보기에 호수처럼 보여서 호수로 가끔 오해를 받는다. 나도 처음에는 저수지 물을 보는 순간 호수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하얄라이트 호수는 따로 있다. 저수지에 주차를 하고 하이킹을 해서 올라가면 하얄라이트 호수, 에메랄드 호수 등 여러 호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호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저수지 주차장으로부터 호수까지 걸어서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난이도도 중 이상으로 쉽지 않아 어린아이와 함께는 무리였기 때문.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쉬운 하이킹 트레일, 캠핑장, 폭포들도 많아서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들이 좀 더 커 있을 다음 기회에 보즈만 방문을 하게 된다면 하얄라이트 호수에 꼭 가보리라.


하얄라이트는 8월 여름 한 달 동안 평균 5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하니 보즈만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하얄라이트는 연중 개방되는 곳이 아니다. 봄에 눈이 녹는 6주의 기간(4월~5월 중순)에는 도로가 폐쇄된다. 해빙기에는 많은 교통량으로 인해 아스팔트 도로의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하얄라이트를 처음 찾은 때는 보즈만에 도착하고 나서 불과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그 당시, 한겨울에 날씨도 춥고 차도 없었기 때문에 어디를 놀러 나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몬태나에 도착하고 맞은 첫 주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몬태나 한인회장님께서 “주말에 할 일 있수? 없으면 얼음낚시하러 갈 건데 같이 가실라우?” 제안을 하셨다. 뭐 필요한 것 없을지 여쭈니 “옷이나 두둑하게 챙겨 오슈.”. 우리 가족의 첫 지역 탐방은 그렇게 회장님의 제안으로 하얄라이트에서 이루어졌다.


회장님의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달리다 산길을 타고 구불구불 산 위로 올라갔다.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에는 눈이 많아 사륜구동이 아니면 운전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저수지의 물은 다 얼어붙어 온통 눈 세상이었다. 마치 시베리아 한가운데라도 온 듯 사방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2042m, 몬태나의 평균 해발 고도는 1000m, 보즈만의 고도는 1500m인데 이것보다도 약 500m가 더 높다. 우리나라의 최고봉인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인데 이보다도 높다니!



도착해서는 회장님의 차에서 얼음낚시 도구들을 꺼내어 얼어있는 저수지 아래로 내려갔다. 얼음낚시는 한 번도 안 해본 터라 아들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은 모두 들뜬 기분이었다. 해발 2000m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려면 일단 구멍부터 파야 했다. 생각보다 얼음의 두께는 정말 두터웠다. 저수지로 내려갈 때 잠시나마 ‘살얼음이 있으면 어떡하지?’했던 생각은 완전히 기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탁구채 만한 구멍이 뚫리고 낚싯대를 살살 넣었다. 낮은 기온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옷을 단단히 입어서 추위를 크게 느낄 순 없었다. 기다림이 지루함으로 바뀌기 전, 물고기 한 마리가 미끼를 물었다. 얼음 위로 들어 올리니 파닥파닥 힘이 참 좋다. 하지만 물 바깥으로 나온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꽝꽝 얼어 버렸다. 물고기의 종류는 바로 트라우트, 송어였다. 송어는 몬태나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 중 하나라고 하셨다.


두 번째로 하얄라이트를 찾은 때는 두 달쯤 지난 5월 초, 주말이었다. 우리 가족은 차도 생겼으므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이곳을 골랐다. 그런데 산길 도로로 조금 올라가니 차량 진입을 막아 놓은 것이었다. 해빙기인 5월 중순까지 차량을 통제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진입 장벽 근처에는 몇몇 차량들이 주차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자전거를 가지고 왔다. 차는 못 들어가지만 자전거는 오케이. 우리들은 자전거가 없었기에 차에서 내려 도로 위를 걷기로 했다. 도로 옆으로는 맑은 물이 계속 우리를 따라 흘렀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Hi!”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날이 풀리고 눈길 걱정이 없어질 즈음부터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어김없이 하얄라이트를 찾았다. 하얄라이트의 많은 장소 중에서 추억이 가장 많은 장소는 저수지 건너편으로 10분 정도 더 차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는 팰리세이드 폭포 피크닉 장소(Palisade Falls Picnic Area). 주변에 피크닉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사람들과 모여서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았다. 미국 친구들과 플레이 데이트, 점심 모임을 했던 곳. 여러 한국 가정들과 함께 식사 모임을 가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피크닉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서 15분 정도 산책로를 따라가면 멋진 자태를 뽐내는 펠리세이드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이 평탄해서 유모차를 가지고 가거나 어린아이와 함께 가도 좋다. 이 폭포는 보즈만의 여러 관광지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붐빈다는 의미는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하이킹하면서 20~30명 정도만 마주쳐도 사람들 정말 많이 만났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몬태나였다.


몬태나 보즈만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보아야 할 장소, 보즈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는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곳, 하얄라이트에 다시 가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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