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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Dec 05. 2021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상상 이상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

Of all the memorable views, the best have been framed by Montana windows. -William Hjortsberg-


몬태나 보즈만에서 살면서 한 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여러 차례 가 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보즈만에서 5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에는 가 볼 기회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주변 몬태나 친구들은 옐로스톤도 좋지만 글레이셔는 또 다르다며 다소 멀어서 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꼭 가보면 좋을 거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몬태나에서 맞은 첫 해 여름에는 적응하느라 바빴고 플랫헤드 호수에 가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둘째 해 여름에는 남편도 일이 많아 바빴고 나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겨 글레이셔까지 장거리 여행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셋째 해 여름에는 꼭 가리라! 생각했건만, 가려고 한 날 며칠 전부터 갑자기 산불이 너무 심해져 글레이셔 주변의 공기 질이 연일 매우 나쁨이었다. 갈까 말까 고민 고민하다가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야 말았다.


그러고 나서 맞은 2020년 여름,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더라도 올여름에는 꼭 글레이셔에 방문해보고 싶었다. 7말이나 8월 초에는 산불이 나서 안 좋을 수 있으니 7월 초나 중순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는 것이 맞나 고민한 것도 사실. 하지만 팬데믹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고고!'로 마음을 먹었다. 6월 초에 캠핑장 예약을 하려고 하니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예약이 꽉 찬 상황. 그러던 중 찾은 곳은 글레이셔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Whitefish / Kalispell North KOA Holiday 캠핑장이었다. 국립공원까지 차로 30분 떨어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조금 있었다.


7월 중순 3박 4일로 예약 완료! 몬태나에서 맞은 네 번째 여름날, 드디어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여행 당일 아침, 우리 가족은 텐트와 캠핑 장비와 먹을거리, 갈아입을 옷, 친구가 빌려 준 글레이셔 안내책자 그리고 차 안에서 들을 노래를 가득 담은 태블릿을 잘 챙겨 오전 9시경 출발을 했다. 5시간 넘게 걸리는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들뜬 마음 덕분인지, 가는 길 내내 신나게 노래를 들으면 간 덕분인지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1910년 미국의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된 곳이다. 미국 내 423개의 국립공원 중에서 17번째로 인기가 많은 국립공원. 높디높은 고산 지대에 펼쳐져 있는 눈부신 빙하를 보고자 매년 여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있는 상황이지만 글레이셔에는 아직 25개나 되는 활동적이고 아름다운 빙하(active and beautiful glaciers)가 있으며 미국 국경선을 넘어 캐나다까지 어어진다. 연중 3백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이곳,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구간이 봉쇄되는 조치가 이루어졌음에도 170만 명이나 이곳을 찾았다.



아침 9시경 출발해서 중간에 잠시 점심 먹고 글레이셔 인근 KOA 캠핑장에 도착을 한 시각은 오후 3시. 텐트를 펴고 짐을 정리한 후 캠핑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캠핑장에서 글레이셔까지는 30분이나 걸리는 거리. 이곳에서 글레이셔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조건 아침 일찍 가야 안전하게 입장할 수 있다는 몬태나 친구의 조언대로 이튿날 8시 전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KOA 캠핑장의 장점 중 하나는 조식 제공! 팬케이크, 계란, 요구르트, 시리얼, 우유 등. 간단해도 캠핑장에서 먹는 밥은 늘 꿀맛이다. 배낭에 모자와 선크림, 외투, 간식을 넉넉히 챙겨서 글레이셔로 향했다. 국립공원이 가까워질수록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빙산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커다란 벽이 다가오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산의 크기에 압도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상상 이상 사람 많은 곳


캠핑장이 위치한 Whitefish에서 동쪽으로 30분, 드디어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서쪽에 위치한 West Glacier 입구가 나왔다. 마침내 국립공원 패스를 끊고 진입! 십여 분 운전을 했을까 왼쪽으로 넓은 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맥도널드 호수(Lake McDonald)였다. 로간 패스로 가는 길의 이름은 Going to the Sun Road이다. 이 도로를 타고 우리 차를 주차하기 위해 향한 곳은 글레이셔 꼭대기에 있는 로간 패스(Logan Pass) 주차장이었다. 이곳은 글레이셔 내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장소로 해발 6,646피트(2,025미터)에 위치해 있다.   


차를 주차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코로나 때문에 국립공원의 일부 구간이 봉쇄되었기에 사람들이 많아야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건 완전한 착각. 아침이었음에도 한산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중간중간 차가 막히기도 했고, 가끔 길가로 주차할 곳이 보였으나 역시 차가 한산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설마 로간 패스에 주차할 곳이 하나도 없으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한 자리가 없었다.


빙글빙글 주차장 내를 세네 바퀴 돌다가 빈자리 찾는 것을 포기, 결국 로간 패스 아래로 1~2운전해 내려와서 겨우 주차할 곳을 찾았다. 주차한 곳으로부터 로간 패스까지 한참 오르막 길을 걸어서 도착했다. 하이킹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약간은 지친 느낌이 들었다. 로간 패스에는 화장실, 매점, 휴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매점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간식거리를 충분히 싸서 오기를 잘했다. 로간 패스는 글레이셔 내에서 아주 인기 많은(extremely popular) 장소로, 이곳을 출발해서 여러 경로로 빙산을 가까이 보기 위한 하이킹을 할 수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하는 예상은 주차장뿐만 아니라 하이킹 가는 길에서도  맞지 않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사진 찍을 때 좋은 풍경을 위해 사람을 피해서 찍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아래 사진과 같았다는 점. 왜 이렇게 몬태나 친구들이 글레이셔 갈 때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는지 와서 보니 완전하게 이해가 되었다.

https://www.nps.gov/glac/planyourvisit/crowds.htm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상상 이상 힘들고 위험한 곳


로간 패스에서 우리가 선택한 하이킹 길은 Hidden Lake Trail.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트레일 중 한 곳으로 로간 패스 뒤쪽으로 걸어서 한 시간 반 넘게 가야 히든 호수를 볼 수 있었다. 가는 길은 참 쉽지가 않았다. 7월 중순의 화창한 날씨였지만, 워낙 고산지대라서 가는 길의 절반 이상은 눈길로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덕에 눈이 단단해서 걷기에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일부 구간은 깎아지는 비탈길, 스케이트장 같은 빙판길도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니 다리에 힘이 많이 풀렸다. 일곱 살 똘똘이도 중간중간 힘들어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견했다. 가끔 중간까지만 갔다 돌아가는 분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이번에 히든 호수를 못 보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십 분만 더 가면 된다, 다시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으로 눈길을 걷고 또 걸었다. 가는 길 중간중간 산양, 큰 뿔양이 우리를 반겨 주며 힘을 내라는 듯 한참을 관광객들을 보다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넘게 하이킹을 해서 히든 호수에 도착을 했다. 지금까지의 풍경도 정말 멋있었지만 히든 호수의 풍경은 그 이상이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군데군데 눈 덮인 산과 빙하 호수의 풍경은 마치 웅장한 파노라마와 같이 느껴졌다. 힘들게 눈길을 걸어서 온 보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오랫동안 풍경을 보고 또 보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가는 길도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한 시간 이내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로간 패스로 향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길은 대부분 왕복 2차로였다. 높은 구간에서는 바로 옆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나 다름없었다. 하이킹도 생각보다 힘든 곳, 운전도 결코 쉽지 않은 곳,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야생동물이 우리를 맞이하는 곳, 그런 곳이 글레이셔였다. 똘똘이는 하이킹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주차장 가는 길을 포함하여 왕복 4~5시간 열심히 걸은 날, 어른도 힘든 일정이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하이킹을 무사히 마친 똘똘이에게 칭찬을!


몬태나에서 가장 유명한 두 곳의 국립공원, 글레이셔 국립공원과 옐로스톤 국립공원. 두 곳 다 멋진 곳임에 틀림이 없지만 둘 중에서 신체적 능력을 더 많이 요구하는 곳은 험한 하이킹 코스가 더 많은 글레이셔라고 할 수 있다. 글레이셔는 옐로스톤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를 지니고 있지만 옐로스톤과는 또 다른 멋진 풍경, 수정처럼 맑은 호수, 다양한 야생동물(breathtaking scenery, crystal-clear lakes and varied wildlife)이 우리를 맞이한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상상 이상 아름답고 멋진 곳


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글레이셔를 찾은 우리는 오전에는 St. Mary Lake에, 오후에는 The Trail of the Cedars와 Avalanche Lake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West Glacier 입구에서 삼십 분 정도 운전해서 들어가면 시더 트레일이 나오고, 그 이후 한 시간 반 정도 더 운전을 해서 가면 로간 패스를 지나 세인트 메리 호수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세인트 메리 호수로 향했다. 강가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란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색깔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고 사진으로도 담았다.


가는 길 중간에 경치가 좋은 몇 군데에 잠시 들러 시냇물을 구경하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했다. 간식을 먹을 때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한 20대 초반의 미국 청년은 어젯밤 바로 옆에 있는 나무에 해먹을 치고 잔 모양이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글래이셔 내 적당한 곳을 찾아다니며 이렇게 잠을 자면서 5일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글레이셔에서는 이 방법이 가장 저렴하고! 편한? 여행 방법이라며 소개를 했다. 젊음의 패기와 용기가 좋아 보였다.


점심 무렵 The Trail of the Cedars 쪽으로 내려와서 가볍게 하이킹을 한 후 근처로 이어져 있는 Avalanche Lake 가는 길로 향했다. 시더 트레일 쪽 주차장도 이미 만석, 차로 조금 떨어진 곳 도로 옆 주차장에 주차를 겨우 할 수 있었다. 주차난을 겪은 것을 빼고는 평지 위 설치된 나무판자 오솔길을 걷는 하이킹이라서 모든 게 무난하고 좋았다. 삼나무가 뿜어 내는 맑은 공기가 트레일을 가득 메웠다. 한 시간 정도 가벼운 하이킹을 한 후 옆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Avalanche Lake로 향했다.


시더 트레일 옆 길로 나있는 표지판에는 Avalanche Lake로 가는 길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발란체 호수까지는 왕복 2시간 정도 하이킹이 필요하다고 안내 책자에 쓰여 있어서 오후 일정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웬 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전 내내 많이 걸어 다녔기에 다리가 이미 피곤한 상태였다. 30분 정도 걸어가니 약간의 오르막이 계속적으로 나왔다.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자꾸만 주저앉고 싶어졌다. 똘똘이도 캠핑장으로 돌아가자며 칭얼거리다 급기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20분 걷다가 10분 쉬고, 다시 20분 걷다가 10분 쉬고, 쉬엄쉬엄 가기! 간식도 먹고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우리 가족은 다시 힘을 냈고 두 시간 가까이 걸려 호수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가도 가도 끝없이 길이 나올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 깊은 산속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아발란체 호수가 짠! 우리들을 맞이했다. 호수 저 멀리 산 위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산골짜기를 타고 이곳저곳 흐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호수까지 가는 길은 무척 힘이 들었지만 다시 돌아오는 길은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약간의 내리막 길이 있었기 때문에? 아발란체 호수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한 시간 만에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캠핑장까지는 다시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가야 했다. 오늘 밤은 글래이셔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특별하게 라면도 끓여 먹고 스모어도 구워 먹고 캠프 파이어도 더 많이 하기로 했다. 글래이셔에서의 삼일 째 날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글래이셔 국립공원에서 보낸 시간은 3박 4일. 첫째 날은 가는 날, 마지막 날은 오는 날, 하루 종일 글래이셔를 구경한 시간이틀뿐이었다. 아직은 어린 일곱 살 똘똘이와 함께 한 여행, 엄마 손, 아빠 손 번갈아 가며 잡고 힘을 내 준 덕분에 처음 계획한 대로 모든 하이킹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가족은 삼 년 전에 놀러 갔었던 플랫헤드 호수에 들러서 공원 구경을 하기로 했다. 삼 년 만에 찾은 플랫헤드 호수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몬태나에서 맞은 네 번째 여름에 처음 가 본 글래이셔 국립공원, 상상 이상으로 사람이 많았고 힘들고 위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 그 이상으로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다. 아이와 함께 높고 험한 글래이셔 산자락을 따라 하이킹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 아니 고생 끝에 산! 그것도 빙하가 함께 하는 아름답고 멋진 산! 이 우리를 두 팔 벌려 반겨 주는 곳이었다. 글래이셔 국립공원은 '산'을 의미하는 몬태나의 름에 딱 맞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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