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내 일상에 지대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움에 관하여 여과 없이 진실되게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올해로 결혼 10년 차 주부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새집으로 이사를 앞둔 D-60일이라는 것을 디데이 어플이 알려준다.
내 마음이 또 바빠진다. 올해 초인 2월에 한차례 호기롭게 비움을 실천하고자 고군분투했었더랬다.
그때 당시 안방을 가득 채웠던 화장대 겸 수납장을 과감히 내놓고, 중고 거래로 2만 원을 주고 작은 화장대로 교체했었다. 2만 원의 행복이었던 걸까? 안방이 그렇게 넓은지 비로소 10년 만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묵은 짐이었던, 특히 아이들 장난감과 작아진 옷가지들은 중고 거래를 통해 판매하여 비움을 실천했었고, 우리 부부의 작아지고 색 바랜 옷들과 안 쓰는 가방들도 과감히 버리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8개월 만에 또 제자리다.
비움이 있으면 채움도 함께 공존하는 걸까?
그 사이에 또 짐들은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고, 나는 또다시 홀로 비움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남편은 소위말해 택배요정이다.
나보다 화장품과 헤어제품에 더 관심이 많고, 본인이 필요한 것들을 여자인 나보다 더 자주 주문하는 편이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비워내려고 해도 또 남편의 택배가 문 앞에 와있다.
욕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일하는 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풀어야지'라고 넘기려 하지만 또 퇴근하고 오는 남편에게 잔소리 폭격이 시작된다. "제발 있는 것만큼은 그만 좀 사, 정리하는 거 너무 힘들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무 대꾸는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그토록 반가운 금요일, 매주 금요일은 우리 아파트에서 파지를 버리는 날이다.
택배 박스, 첫째 아이가 다 쓴 공책, 예전에 내가 수료받았던 책자들, 낡아진 책 등이 쌓이니 베란다 한쪽을 다 차지한다.
책장의 책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그토록 찾았던 자격증서가 우연히 같이 딸려 나왔다.
'이 자격증서가 이 책들 사이에 있었구나. 정리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걸 이제야 찾았을까?'라는 반성의 마음도 든다.
오전에 파지를 싹 비우고 나니 베란다가 그야말로 환해졌다.
그리고 안방 침대 밑에 있던 색 바랜 빈백이 며칠 전부터 눈엣가시였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제일 큰 75리터 쓰레기봉투를 구매하고는, 집으로 오자마자 쓰레기봉투에 빈백을 구겨 넣다시피 할 정도로 꾹꾹 눌러 담아 일말의 미련도 없이 바로 비워냈다.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진작에 비워야 했나 싶을 정도였다.
이사까지 앞으로 60일. 하루하루가 새로운 비움의 시작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만 비움을 실천한다.
너무 한꺼번에 하려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다.
앞서 지난달에 진즉 경험을 해봐서 잘 알고 있다.
그때는 이사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새벽까지도 정리하고, 비우고, 중고 거래에 내놓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 비움을 쉼도 없이 2달을 해왔으니 지칠 만도 했다.
평소 정리에 소홀했던 내 탓이 제일 크지만, 오죽했으면 그 어려운 시댁 식구들께 하소연까지 했을까.
나를 위해 쉬어가며, 매일이지만 조금씩 비움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매일 정리와 비움을 실천하다 보면, 나의 복잡하고 엉켜있는 마음도 언젠가는 다 정리되고 비워질 거라는 믿음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
'오늘 하루도 잘 해냈어. 내일은 무엇을 정리해서 비워낼까?'라며 오늘도 스스로를 칭찬하며 물건 비움에 대한 내 안의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