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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을 쓰는 작가 Dec 16. 2023

네 번째 자작시 <갈무리>

<갈무리> 탄생 과정

나의 네 번째 자작시 <갈무리>가 탄생한 배경을 소개한다.

나를 포함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6명의 학습자들이 <시로 마음을 치유하며,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라는 자작시 5편을 목표로 10회 차 수업이 이루어졌다.

6명의 멤버 중 가장 연장자이자 청일점이신 남자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사실, 이분은 지금 등단하셔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시를 정말 잘 쓰신다.

특유의 겸손함으로 "등단은 천천히 할게요"라고 하시는데 끄적인 시만 해도 50편 정도 되신다고.

이 남자 선생님은 남다른 감성을 가지고 사랑의 아픔과 성숙을 주로 노래하신다.

이밖에도 거리를 거닐며 보이는 풍경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잘 표현하신다.


이 선생님께서 세 번째 자작시를 <갈무리>라는 주제로 과제를 해오셨다.

나는 갈무리라는 뜻을 정확히 몰랐고, 그 유명한 나훈아 님의 "내가 왜 이런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의 노래의 제목이 <갈무리>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의 부모님 또래이신 학습자들이 대부분이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어렵게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관계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유일한 30대인 나는 그 분위기에 그저 스며드려고 노력했다.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나훈아 노래 제목 <갈무리>로 세대차이를 느낄 줄이야......


갈무리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1.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2.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강사님과 학습자들이 이 선생님의 자작시인 <갈무리>를 함께 합평하면서 "우리도 <갈무리>라는 주제로 모두 자작시 한 편 써오는 건 어때요?"라고 제안하셨다.

누구보다 당황했던 나는 '도대체 무얼 갈무리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 끝에 과거의 내 모습과 마주했다.


고등학교 사춘기 시절, 오랜 시간 홀로 어둠에 갇혀있던 내가 생각났다.

과거의 나를 청산하고 나약한 나와도 이별하고 싶었다.

허나 첫 연부터 너무 어려웠다. 어둠에 갇힌 나를 그저 "긴긴 터널"로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지가 않아서 예쁜 순우리말도 찾아가며 나와 어울리는 단어를 힘겹게 골랐다.

"까막별"이란 빛을 내지 않는 별로 순우리말 단어이다. 나의 청소년 시기와 오버랩됐다.

그리고 "달무리"라는 시어도 넣었다. 달 언저리에 둥그렇게 생기는 구름 같은 허연 테를 뜻하는 달무리는 나의 어두웠던 시절을 겹겹이 이루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찾은 "미립"이란 순우리말 단어. 이 단어는 경험을 통하여 얻은 묘한 이치나 요령을 뜻하는데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단어가 "미립"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했다.

이 모든 시어들을 조합한 나의 네 번째 자작시를 소개한다.


갈무리


오랜 시간 빛을 잃은 채

어둠에 잠긴 까막별처럼

적막하게 나홀로


어우러짐 없는

나만의 정답지를

곧이곧대로 믿으며

달무리를 이룬다


시간은 나를

외면하지 않았지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미립


창의 빛으로

들어오는 은은함

고이고이 내 안에 새겨

온전히 내 것을 비추는

지금


어둠이여 안녕

나약한

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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