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그 공간에 담긴 나와 우리의 이야기
좀 늦은 감이 있는 나의 책 읽기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미디어 노출이 일찍부터 시작됐던 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TV를 즐겨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TV라는 바보상자에 빠져들 때가 많다.
이 미디어 노출이 지금까지 내가 책을 가까이 해오지 못한 불가피한 변명이라면 변명일 수는 있겠지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책 한 장을 펼치는 것부터가 곤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2021년부터 생각의 전환이 된 계기가 있었다.
그 계기는 내가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청소년들에게 모바일(채팅) 상담을 하는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친구 관계, 성적 부진, 자해 등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때그때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건네며, 적절한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2% 부족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몰랐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떻게 더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줘야 할지, 어떤 단어들을 선택해야 될지 난감한 순간들이 꽤 많았던 것이다.
‘아, 내가 평소에 책을 읽지 않아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는구나.’를 많이 느꼈다.
그때부터 무작정 주변에서 추천하는 책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다음 종목의 책은 내가 전공했던 심리 관련 책도 펼쳐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책 입문자이다 보니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빌려보거나 책을 구매해서 봤다.
그런데, 정말 이 세상에 책의 종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한 번씩 서점을 갈 때면 스테디셀러의 책을 펼쳐보게 되면 내가 읽기 싫어하는 단어나 구절이 나오면 책장을 곧장 덮어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게 중에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몇 권씩 있긴 마련이다.
고작 에세이나 심리 관련 책과 역사책이지만 말이다.
남들이 보기엔 고작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을 통틀어 놀랍고 진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우리 집 책장 한편에는 위인전집, 자연 관찰책 등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 책을 같이 읽어주는 어른은 항상 주위에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어른들을 탓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거나, 내가 정말 책이 절실히 필요했다거나, 그 확실하고 중요한 타이밍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짧아서 좋았던 단 하나의 책.
책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위인전의 부록 중에 앞장에는 인물의 사진과 뒷 장에는 그 인물의 업적과 일대기 등이 적혀있는 위인전 카드가 있었다.
그 카드들을 유심히 보면서 그 인물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훗날 역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가 사춘기 시절에 끔찍이도 싫어했던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독해파트. 긴 지문 자체는 나에게 곤욕이었다. 책을 일찍이 조금씩이라도 읽어냈더라면 문해력과 어휘력에 있어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지는 않았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해주고 싶지 않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책이 필요한 시점이 나보다는 훨씬 빨리 왔으면 하는 것이다.
책을 최대한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위주로 꼭 빌려보고, 한번 완독해도 더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매해 준다.
아파트 단지 안에 곧 도서관이 생길 예정인데, 아이들이 책을 보든 보지 않든, 습관을 들일 겸 매일 도서관에 함께 가볼 생각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80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여행하는 존재라고 한다. 한편으론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80년의 절반인 40세 전에라도 책을 한 장이라도 펼칠 수 있는 강렬한 계기를 나 스스로 만들어온 것이 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꾸준히 독서를 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한 지인의 연락이 왔다. 자신이 어떤 출판사의 서평단에 소속되어 신간을 받아서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고 있는데 같이 그 활동을 해보자고 나에게 권해주었다.
나는 그렇게라도 해야 최소 한 달에 1권씩은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2주에 한 번씩 책모임을 하기로 했다.
6명이 한 번씩 돌아가며 도서를 선정한 후, 그 책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해보는 것이다.
기존에도 소소하게 책모임을 하면서 선정된 책들을 읽어보고, 상대방이 생각하는 관점과 나의 관점을 들여다보고,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도 폭넓게 생각해 보면서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책이라는 여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지금부터라도 책과 친해져보려 한다.
작년보다 올해는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보며,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과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싶다.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