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그 공간에 담긴 나와 우리의 이야기

열매 같은 우리 집

by 노을책갈피
정연복 <나무의 집>

태풍이 오려는지
바람이 무섭게 분다
덜컥 겁나서
베란다 창문을 닫으며 보니
부러질 듯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들
집 한 칸 없는
나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한순간
나무가 나지막이 말한다
‘사람의 집은 닫힌 공간이지만
나의 집은 열린 세상.
그래서 온몸으로 비바람도 맞는 거다.'
나무가 생에 통달한
현자 같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람의 집은 닫힌 공간이지만 나의 집은 열린 세상’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새 집으로 이사 온 나는 나무처럼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할 것이며, 나의 오감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끌어들이며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 생애 마지막까지 산다 한들, 나는 나무처럼 생을 통달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집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 마음들이 있을 것이고,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사실들은 우리 주변에 분명히 차고 넘칠 테니까.


최근에 읽고 있는 켈리최 님의 ‘웰씽킹’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사과가 열리지 않도록 가지를 치고 솎아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낼 튼튼한 뿌리가 땅속 깊숙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사회라는 열린 세상을 통해 좋은 성취도 있을 것이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극한의 상황은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뿌리라는 깊은 내면을 단단히 하여 극한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는 먼저 씨앗을 심은 다음 강한 뿌리를 내리는 데 오로지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강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고 솎아내는 작업을 통해야만 좋은 사과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좋은 사과라는 열매가 우리네 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나무처럼 집이 완전히 열린 공간은 아닐지라도 사회라는 쓴 맛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뿌리라는 내실이 다져진 이후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열매 같은 집이 우리에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넓은 집이든 좁은 집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내가 제일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결국 집이라는 울타리이고, 집 안에서만큼은 가족들에게 열린 마음인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나의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나의 보금자리가 있어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