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 좋아하시나요?

<모치모치나무> - 사이토 류스케 글 /다키다이라 지로 그림

by 녹명


"아빠... 아빠... 나 오줌..."

초등학교 3.4학년 즈음까지 새벽에 화장실 갈 때면 아빠를 조심히 흔들었습니다. 엄마도 일을 하셔서 엄마보다 일찍 퇴근하시는 아빠가 나에겐 엄마 같았지요. 눈치가 제법 빨랐던 나는 어린 맘에도 아빠를 깨우면서 미안하고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곤하셔서 짜증 낼 법도 할 것 같은데 한 번도 짜증 내신 기억이 저에겐 없습니다. 아빠랑 손잡고 화장실을 가던 그 밤의 공기가 마룻바닥의 삐걱거림과 정적감속에 궤종시계소리 등이 생생합니다. 다시 잠자리에 누웠을 때의 편안함과 몽글몽글했던 기억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괜스레 주눅 들거나 자격지심 같은 건 잘 모르고 씩씩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5살 마메타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서로 의지하고 아끼며 살아갑니다. 오두막 옆에 큰 나무는 마메타가 모치모치나무라고 이름 지어 줍니다. 그 나무는 마메타의 친구도 되고 가을이면 그 열매로 가루를 만들어 떡을 찧어 먹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 나무가 무서워 할아버지를 깨워 오줌을 누러 밖으로 갑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마메타가 용감히 혼자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침 오늘 밤이 모치모치나무에 불이 켜지는 특별한 날이라며 용기 있는 딱 한 아이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용기를 내보라 말하지만 마메타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날 밤 갑자기 배가 아픈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마메타는 강아지처럼 몸을 웅크리고는 앞문을 들입다 밀어젖히고 내달립니다. 마메타는 그렇게 좋은 할아버지가 죽는 게 더 무서워 발에 피가 나도록 울며불며 의사 선생님에 달려갑니다. 의사 선생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메타는 불이 켜진 아름다운 모치모치나무를 봅니다. 다행히 할아버지도 복통이 깨끗이 나으셨죠. 그 후에 마메타는 혼자 밤중에 오줌을 누러 나갈 만큼 용감한 아이가 됐을까요?


할아버지는 산 위 사냥꾼 오두막에서 자기와 단둘이 사는 마메타가 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합니다. 가엽고 사랑스럽다... 라니 자식을 바라보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 싶어 쿵하고 가슴에 오래 머뭅니다. 아들을 잃은 아비와 아비를 잃은 아들을 모두 끌어안아야 하는 할아버지를 보니 부모님이 떠오릅니다.


모치모치 나무에 불이 켜진 똑같은 모습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의사 선생님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말합니다. 하지만

....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어.

" 넌 산신령의 축제를 본 거야. 모치모치나무에 불이 켜진 거지.

넌 의사 선생님을 부르러 혼자 밤길을 간 용기 있는 애였으니 말이다

자기를 겁쟁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사람은 고운 마음씨만 있으면

해야만 하는 일은 꼭 해내는 법이지

그걸 보고 다들 놀라는 거야

하하하."


우리의 마음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본 사람, 누군가의 헌신을 알아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고와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아름다운 불이 켜지도록 힘이 되는 어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해봅니다. 마지막 두 사람의 포옹장면은 책 표지에 느낌과 대조적입니다. 모치모치 나무에 불이 켜져 아름다운 색을 입듯이 이 두 사람의 알록달록 피어날 행복을 바라며, 입가에 미소를 얹어봅니다.

‘모치모치’라는 일본어 사전적 의미는 부드럽고 끈기 있는 모양, 탄력성이 있는 모양에 사용되는 단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쫀득 쫀득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찹쌀모찌라 부르는 떡이 여기서 온 말인가 봅니다. 찹쌀모찌를 좋아하는데 먹을 때마다 모치모치 나무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마메타와 할아버지의 끊어질 수 없는 쫀득쫀득한 사랑을 한번 맛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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