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방문기 Ⅹ

시원 섭섭~, 그래도 아쉬움이 크지...

by rael

뉴질 7일 차 (2024. 12. 27일)


귀국날. 11: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길 위의 시간만 생각해도 K(작은조카)의 집에서 적어도 3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탑승수속까지 밟으려면 더 많은 시간을 고려해서 출발해야 했다.

그런 상황을 모두가 온몸으로 느끼는지 아침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둘러 일어나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공항에서 아침 요기도 해야 하니 여유 있게 출발하자는 K의 의견에 따라 06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했다.

질부는 갓난아기와 집에 있기로 하고 언니와 P(큰조카)는 엄마와 내가 비행기에 오르면 오후 관광 계획을

위해 함께 출발했다.


공항은 항상 그런가 보다. 붐빈다. 출국 수속을 마친 뒤 가볍게 아침을 먹었다.

언제나 그렇듯 떠나는 자와 남는 자는 각자의 감정대로 아쉬움을 남기게 마련이다.

엄마와 나도 그렇다. 딱 적당한 시간을 머물다 가는 거라는 생각에 시원섭섭하다는 마음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한 달 정도는 머물러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출국장은 헤어짐이다. 긴장감을 안고 출국장을 들어서면서 가는, 남은 가족들을 향해 서로 손을 흔들었다.

올 때와 비슷하게 갈 때도 그 루트대로 따랐다. 항공권을 스캔하고 여권을 인식하고 카메라와 눈맞춤하고.

바구니에 짐을 올리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중 엄마는 뉴질 올 때와 달리 무사 패스했지만 나는 따로 전신검색대에 서라고 한다. 순간 뭐지? 하는 그 긴장감이란...

전신스캐너 안에서 두 팔을 들고 몸을 더듬더듬 수색당했다.

머리부터 발 발끝까지 스캔 후 직원이 손목 소매를 올리더니 금속시계를 발견하고는 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정말 휴~~~ 였다. 뉴질랜드여~ 안녕!


출국장 면세점을 둘러본 후 모바일 티켓에 찍힌 탑승구 확인을 위해 이정표대로 직진했다.

한참을 가니 서너 갈래 탑승구 라인 중 우리가 가야 할 번호가 보였다.

번호를 보는 순간 그게 뭐라고 안심이 되었다.

탑승구 앞 적당한 곳에 앉아서 백팩을 열었다.

공항에서 헤어지기 직전에 비행기에서 보라며 K가 건넨 두 개의 선물이 있었다. 할머니와 이모 꺼.

선물 포장지를 뜯으니 작은 앨범이 나왔다. 일주일간 머문 뉴질랜드에 있는 나를, 할머니를 앨범에 담았다.

웃으며 행복해하던 우리의 모습을 앨범에 담아준 것이다. 생각도 못했던 선물에 엄마와 나는 감동했다.

‘아(아기) 챙기기도 바빴을낀데 운제 이런 걸 만들었을꼬?’

엄마도 기분이 좋으신지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시면서 연신 감탄했다.

두고두고 기억을 회상할 수 있는 참 고마운 선물이었다.


돌아오는 길~ 멀다ㅠ.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서너 번의 화장실을 드나들고 깊이 잠들지 못하는 잠과 사투?하다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큰 흔들림 없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고 나오니 저녁 8시가 넘었던 거 같다. 밖은 이미 어두웠다.

어차피 그 시간쯤에 한국도착하면 우리가 사는 지방으로 가는 방법이 없었기에 리무진 버스를 타기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었다.

인천공항 캡슐호텔 ‘다락휴’. 다락휴는 정말 캡슐 같았고 이름처럼 다락방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2인실이라 더블침대와 화장대. 캐리어 두 개 두니 딱 맞았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공용을 이용해야 했다.

숙소에 가방을 두고 엄마와 주변을 배회했다. 내일이면 타고 갈 리무진 버스 승강장도 확인해 두고 근처 편의점에서 내일 아침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도 구입했다.


작은 숙소. 우리를 잘 안아주는 듯 캡슐 같은 그곳에서 나는 꿀잠을 잤던 것 같다. 물론 엄마는 노인임을 표시 내듯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낯선 곳이라 나가지도 못하고 누워서 뒤척거리신 모양이었다.

버스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침 또한 서둘렀다.

어차피 집 가는 거니 대충 씻고 간식으로 요기하고 승강장에서 기다렸다. 이제 집으로 가는 것이다.


엄마가 사는 지역에서 함께 내렸다. 나는 언니네 아파트에 주차해 둔 차를 찾았다.

작은 동생이 시간을 내어 엄마를 마중 나왔다.

근처 식당에서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엄마와 헤어져서 나는 다시 내가 사는 지역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엄마의 뉴질랜드 방문 미션을 완수했다.

잘 다녀온 우리가 너무 대견한 느낌이었다.

고혈압 약을 드시는 연로하신 엄마가 비행 중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이러저러한 시뮬레이션이 돌았었다.

그런데 너무 안전하게 너무 건강하게 다시 돌아온 것이 너무 감사하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인천공항 캡슐호텔 '다락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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