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억의 비밀

몰랐던 사라진 1억의 진실

by 오그레스

대학교 입학 전, 신랑을 만났고 3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다.
그땐 그게 인생의 순서인 줄 알았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정을 꾸리며 잘 살아가는 것.

어린 나이였고, 결혼 만이 친정집에서의 탈출구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새로운 공간도 좋았고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아이를 보며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쯤 지날무렵, 어느 날 갑자기 지금 집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육아 우울증이었을까?

견디기 힘들어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 이사 가자. 나... 다른 집에서 살고 싶어.”
“갑자기 왜?”
“그냥... 여기 있으면 왠지 모르게 무서울 때가 있어.”
“무슨 소리야. 그런게 어딨어?"

신랑은 반신반의 하는 말을 했지만,

이 참에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가자는 말에 남편은 솔깃했다.

신랑은 출근을 하기 위해서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서야 했기에 회사 근처로 이사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을 설득하고 집을 내놓기 위해 부동산에 갔다.

부동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머리가 멍해졌다.


“이 집 담보로 1억 대출 잡혀 있어요.”
"……뭐라고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가요. 저희 집은 대출이 없는데요."

"신랑분이 집을 담보로 1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 받으셨어요."


그때 처음 알았다. 그가 내게 아무 말도 없이

의논도 없이 그런 큰일을 벌였다는 것을...

신랑이 나를 속였다는 생각에 배신감까지 느꼈졌다.

매번 큰 사건을 나에게 터트려 주는 사람이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물었다.
“당장 그 돈 은행에 갚아! 왜 말도 없이 대출을 받아? 대출을 받아서 어디에 쓴거야?"

퇴근한 남편에게 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물었다.

"몇 달 기다리면 돈이 들어올거야."

어이 없는 대답만 메아리가 되어서 돌아왔다.

아는 형님이 1억을 투자하면 몇 배로 불어서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투자하라고 했단다.

돈이 없다고 하니까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라고

방법까지 설명을 해줬단다.

그 놈의 아는 형님...

지겹다 그 놈의 아는 형님...

치가 떨리는 그 놈의 아는 형님...



이사하려던 아파트가 다행히 집값이 올라서 1억은 남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매매 후에는 조금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차용증도 안 썼다고 한다.

말이 안돼는 상황이었다.

아는 형님의 계획대로 안돼면 이 집을 날리는 건데

그렇게 되면 아이도 나도 길바닥으로 내쫒기는 신세가 되는 건데

그런 걱정을 한다면 담보대출은 할 수없었을 텐데

많은 생각들이 나를 스쳤다.



며칠 동안 걱정만 하다가 결국 6개월 된 아기를 업고 버스 타고 한 시간 거리, 시댁으로 찾아갔다.

남편의 잘못된 선택이었으니까 남편의 엄마를 찾아가야 되는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버스에서 내렸다.

매미가 맴맴 울고 햇볕이 쨍쨍해서 하늘도 올려다 쳐다볼 수없었다.

6개월된 아기를 업고 아기의 짐이 잔뜩 들어있는 기저귀 가방을 메고 낑낑거리면서

서울 골목길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서러웠다. 나의 상황이 너무나 슬프고 서러웠다.


이 더운 여름 한 낮에 나에게 매달려 있는 아기도 더운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답답한 버스 안에서도 조용히 잠을 자주던 아이.

엄마에게 매달려서 기저귀 때문에 힘들었을텐데 한 번도 울지 않던 아이.

고맙고 미안했다.



어머님 댁에 도착을 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어린 나이의 며느리를 믿지 못하셔서 공동명의의 제안도 거절하시고

단호하게 남편 명의로만 해야 된다면서 조금의 돈을 보태주셨었다.

“내 아들이 돈을 날린 건 네 잘못이야. 신랑 관리를 네가 잘못했어.”

라며 어머님은 언성을 높이셨다.


'……? 이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 난 아무것도 몰랐는데. 왜 나의 잘못일까?'

속으로 생각을 했다.


"신랑이 돈 번다고 나에게 경제권도 안 줬고, 카드를 주며 살거 사라고 했지만,

다음 달에 카드 내역서를 보면 신랑이 사용한 카드대금이 많아서

그 카드대금을 매꾸기도 빠듯했어요. 저는 생활비도 없어서 제가 모아놓았던 돈으로 아기 분유며

기저귀를 사면서 생활을 한거예요."

어머님은 내가 회사를 다니지도 않고 집에서 아기만 보고 있다며

요즘은 외벌이 하기에는 힘든 세상이라며 화를 내셨다.

회사는 안 나갔지만 내가 모아둔 돈으로 아기를 키우고 있었는데 억울했다.



그 모욕을 참으며, 시어머니와 함께 신랑의 그 ‘형님’ 집에 찾아갔다.
그 형님이 말하길,

“그 돈 다 날렸어요. 저 지금 뱃일하러 나가게 됐습니다. 몇 달 동안 못 돌아와요.
제 가족도 지하방으로 이사 갔어요. 죄송합니다. 차용증은 써드릴게요. 꼭 갚을게요.”


그렇게 말하는 형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1억이라는 돈을 날리고 우리는 결국 전세로 이사를 갔다.


더 충격적인 건, 나는 15년 동안 그 형님이 돈을 안 갚은 줄 알고 원망하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나서 신랑에게 물었더니,


“그 형님? 돈 갚았지.”
"……뭐???"

지가 꿀꺽했다고 한다. 미친 거죠. 세상에, 내 턱이 땅으로 꺼지는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신혼 때부터 이미 모든 게 아슬아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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