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찾아갈게.
경찰서 사건 이후로 나는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상담을 하고 치매 초기증상이라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약을 드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잠도 설칠 만큼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엄마는 어떨 때는 괜찮아 보였고, 어떨 때는 심각해 보였다.
밥 상을 차릴 때 내가 엄마에게 젓가락 좀 놔주세요.
하면 엄마는 젓가락을 앞에 두고도 어디 있는지 모르셨고 10분 정도를 찾아 헤매시다가 결국에는 다른 일을 하신다. 젓가락을 찾아야 된다는 것 자체를 기억을 못 하신다.
냉동 새우를 찾기 위해서 냉동실을 열었을 때는 엄마가 넣어 놓으신 듯한 에어컨 리모컨을 찾을 수 있었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에어컨 리모컨이 냉동실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찾았다고 기뻐했다가 엄마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걱정에 다시 빠지게 된다.
치매 초기에 하는 기억력 찾기 놀이를 자주 한다.
숫자를 나열하는 놀이도 한다. 엄마가 포도 사탕의 개수를 세어보게 하는 놀이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여덟, 아홉, 열... 중간중간에 숫자가 사라진다.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게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식빵 놓고 빵 위에 상추, 토마토, 햄, 치즈, 마요네즈를 바르는 순서다. 엄마는 잘하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배고프다고 그냥 만드는 중간에 다 드셔 버린다.
제일 걱정은 내가 회사에 출근을 할 때다. 엄마를 돌봐줄 이모님이 오시기는 하지만 엄마가 가끔 이모님에게 예민하게 대한다고 한다. 이모님이 힘들다는 불평이 예전보다 늘어났고, 결국에는 이 번달만 채우고 관두시겠다고 한다.
한숨만 나온다.
"엄마, 이모님이 바빠서 이제 못 오신대."
"그 사람 일을 잘했는데..."
"좀 잘해주지 그랬어?"
"나는 그 사람한테 엄청 잘해줬어. 그 사람이 바빠서 그러는 거지."
"그래. 그런가 보다. 엄마, 그래서 그런데..."
"왜?"
"엄마 내가 회사에 출근을 하면 엄마 혼자 있어야 하잖아. 그니까 낮에만 요양원에서 놀다가 오실래요? 내가 퇴근할 때 모시고 집으로 같이 오자."
"싫어, 내가 왜 그런데를 가?"
"그런데 아니야. 거기 가면 친구들도 많고... 집에서는 내가 회사 가면 혼자 있어야 되잖아. 심심하잖아. 하루종일..."
"그럴까? 한 번 구경 갈까? 거기는 초콜릿을 준다며? 그럼 가보자."
"그.. 그래... 초콜릿 받으러 가보자."
엄마와 집 근처 요양원에 상담을 하러 갔다. 상담사 직원은 친절했다. 직원은 엄마의 증상을 들으시고는 더 심한 증상이신 분들도 있으시다며 나를 위로했다.
"엄마, 어때? 여기 마음에 들어?"
"응, 깨끗하고 좋네."
"앞으로 여기서 지내는 거예요. 알았죠?"
"초콜릿은 언제 줘?"
"이제 나 가고 나면 줄 거야."
"너... 가? 어디가? 가지 마. 가지 마. 나 혼자잖아. 가지 마."
"여기서 엄마는 친구들하고 지내고 나는 회사에 가야지. 그래야 돈 벌어서 맛있는 거 사 먹지."
"그래요, 돈 많이 벌어와요. 거기는 아주 먼 곳이니까. 내가 따라갈 수도 없어요. 건강히 잘 다녀와요."
"엄마, 미안해요. 제가 자주 찾아올게요."
"내 걱정은 말고, 잘 다녀와요. 나는 내 딸하고 잘 지내고 있을게요. 시부모님도 계시니까 걱정 말아요. 나는 혼자가 아닌데 여보가 그 먼 곳에 가면 혼자이니 그게 더 걱정이에요."
나는 눈시울이 벌겋게 되고 펑펑 소리 내서 울까 봐 입을 다물었다.
미안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