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있어요.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이곳에 혼자 있습니다. 내가 살던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릅니다. 처음 보는 낯선 건장한 남자들이 와서 나에게 묻습니다.
"어디 가세요?"
"이제 우리 집 가려고요."
그럴 때마다 다시 이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 남자들이 나를 방으로 끌고 갑니다. 이 방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집이 그립습니다. 여기는 매일 있어도 매일 낯섭니다. 편하지가 않습니다. 왜 내 집에 못 가게 하는 걸까요? 내가 뭘 잘못했을까요?
딸은 집에 돌아갈 때 나를 데리고 가지 않습니다. 내가 부탁을 해도 딸은 미안하다며 돌아섭니다.
익숙하지 않은 식당, 복도, 화장실, 마당을 배회하다가 내 방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무섭고 낯선 방안 침대에 홀로 누워서 어렵게 잠이 듭니다.
아침에 창가에 비치는 햇살에 눈을 뜹니다. 매일 아침 화장대에 있는 거울을 봅니다. 낯선 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하얗고 얼굴에 주름이 많은 여자입니다.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딸이 퇴근길에 치킨을 사들고 왔습니다. 딸은 자주 나를 찾아옵니다.
"엄마는 치킨을 좋아하나 봐요. 잘 드시네요."
나는 치킨을 좋아합니다. 신랑도 딸과 같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신랑도 나에게 치킨을 사줬습니다.
"여보, 퇴근길에 치킨 사 왔어. 시골 통닭인데 잘 구워진 거야. 같이 먹자."
"맛있네요. 바삭하고요."
"여보, 나 해외에 가서 돈 좀 벌어올게."
"여기서 벌어도 되는데 해외까지 가요?"
"해외에 가면 돈을 더 많이 준대."
"해외 어디?"
"두바이"
"너무 멀어요."
"요즘에 주변 사람들 거기로 많이 가. 그러고 조금 있다가 돌아오는 데 다 부자가 돼서 온다니까."
"그래도 거기는 너무 멀고... 얼마나 있다가 올 건데요?"
"우선은 6개월 계약했어. 6개월 금방이지 뭐."
"미리 상의 좀 하지 그랬어요. 얼떨떨하네요."
"아이도 있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당신이 못 가게 할 까봐 말을 못 했어."
그렇게 남편은 출국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그래요, 돈 많이 벌어와요. 거기는 아주 먼 곳이니까. 내가 따라갈 수도 없어요. 건강히 잘 다녀와요."
"여보, 미안해. 돈 많이 벌어서 올게. 밥 잘 챙겨 먹고 편지 쓸게. 계약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올게"
"내 걱정은 말고, 잘 다녀와요. 나는 딸하고 잘 지내고 있을게요. 시부모님도 계시니까 걱정 말아요. 나는 혼자가 아닌데 여보가 그 먼 곳에 가면 혼자이니 그게 더 걱정이에요."
남편은 6개월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여보세요, 여기 김준기 씨 댁인가요?"
"네, 그런데요?"
......
건설현장에서 떨어지는 건축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서 사고를 당했다는 통화였습니다. 긴 시간 신랑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떠나보낼 준비도 하지 못 한채 갑자기 그는 나를 떠났습니다.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욕실에 있는 면도기, 칫솔, 안방에 있는 바지, 티셔츠, 양말, 속옷 모두 남편이 쓰던 물건들이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도 우리 딸도 이 집에 남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립습니다.
"엄마, 아빠 언제 와?"
"음... 곧 오실 거야. 그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