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집

가슴이 먹먹하다

by 오그레스

엄마 없이 지낸 지도 몇 개월이 흘렀다.

엄마가 계실 때도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이 바빴다.

엄마 방에는 엄마가 사용하시던 물건들과 가구들이 그대로 있다.


화장대 위엔 엄마가 쓰던 빗과 오래된 향수, 침대 머리맡에는 안경과 낡은 책 한 권.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언젠가 엄마가 나아지셔서, 다시 돌아와 쓰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나는 치우지 못한다.

치우는 순간, 정말로 엄마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엄마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를 못하겠다.


밤이 되면 불 꺼진 엄마 방 문틈으로, 나는 종종 눈길을 보낸다.
문만 열면 엄마가

“왔니?”

"뭐, 필요한 거 있어?"

"엄마한테 할 말 있어?" 하고 반겨주실 것만 같은데,
그 안엔 고요와 공기만 가득하다.

나는 여전히 집 안 어딘가에서 엄마의 따뜻한 온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슴이 먹먹하고 죄책감이 밀려든다.

자주 병원에 가서 엄마를 뵙고 오기는 하지만 내가 한 사람의 자유를 앗아 버린 것은 아닌지 마음이 저리다.


엄마 없이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내가 점점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출근길에 문득 휴대폰을 열어 엄마 번호를 눌렀다가, 통화연결음이 울리기도 전에 급히 끊는다.
전화가 연결되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습관처럼 엄마 방 문을 연다.
“엄마, 나 왔어”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침대 위엔 잘 개켜진 이불과 엄마의 냄새만 남아 있다.

엄마가 쓰던 컵, 쓰던 수건, 쓰던 안경, 엄마가 읽던 책, 공책, 볼펜, 엄마가 항상 앉아 있던 식탁 의자

그 하나하나가 나를 붙잡는다.
치우려다 손이 멈춘다.
마치 내가 엄마를 버리는 것 같다.

나는 아직 엄마를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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