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

오늘 시 한모금

by 순간수집가

바람을 따라 걷는 시간

지은영


우리는 바람을 따라 걸었다.
발끝의 모래가 흩어지고,
바다는 천천히 몸을 바꾸며
길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파도 소리가 리듬이 되고
호흡이 속도를 맞추었다.
걷는다는 것은 전진이 아니라
흐르는 것에 몸을 맡기는 일

도시는 저 멀리 불빛만 남긴 채
조용히 뒤로 밀려날 때,
우리는 고요에 가까워졌다.

걸음은 끊어지지 않고,
바람은 방향을 바꾸지 않았으며,
시간은 발 아래에서 얇게 흘렀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 있었다.
움직임 속에서만 들리는
우리만의 속삭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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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20년 가까이 함께한 "시림"

동인지 제10집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나의 시 제목이

표지 제목으로 선정되어 모두의

책이지만 나에게 선물같은 시집이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저를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

2025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에게 선물 하는 하루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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