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
엄마와 함께한 1박 2일 여행은
시간의 깊은 서랍을 여는 일이었다.
첫날, 양산 통도사.
엄마에게 이곳은 단순한 절이 아니었다.
이십여 년 전 부터 10년 동안 동짓달에,
매주 부산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화엄산림법회' 불교공부를 하러 다니던 시절의
땀과 추억이 깃든 곳이다.
일을 병행해야 했기에
늘 당일치기로 서둘러 돌아가야 했던
치열했던 삶의 뒷모습이 묻어 있는 성소였다.
금강 돌계단 위에서
엄마의 고독하고 간절했던 시간을
처음으로 만져보는 듯했다.
통도사는 엄마에게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준
특별한 장소였다.
수학여행 온 소녀처럼 살짝 상기된 얼굴로
앞장서서 여기저기 안내해 주셨다.
다음 날,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향했다.
통도사가 과거를 응시했다면
이곳은 현재의 생명력을 만끽하는 쉼표였다.
그리고 마주친 거대한 십리대숲.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만들어낸
푸른 터널 속에서
엄마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이걸 못 보고 죽었으면 정말 억울했을 거야.”
순간, 울컥했다.
그것은 지난 모든 고단한 삶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얻은,
‘살아있음’에 대한 순전한 기쁨이었다.
땅속에서 묵묵히 뿌리를 내리다
결국 하늘로 솟아오르는 대나무처럼,
엄마의 삶 역시 버팀과 인내 끝에
이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마주했다는 깨달음.
그 대나무 숲에서
비로소 엄마의 삶이
얼마나 푸르고 장엄했는지 이해했다.
1박 2일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과거의 헌신, 통도사
현재의 감사, 대숲길
엄마와 나는 각자의 시간의 결을 마주하며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억울하지 않은 일인지
가을빛 속에서 천천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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