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야만 좋은 여행이 아니다_ 부산

소리없는 파도

by 문영란

부산여행,

서울로 직장을 옮기고 부산에 가는 일이 연중 행사처럼 한두번 있게 되고, 25년 6월 롯데를 응원하러 사직구장에 간 이후로

조금은 두꺼워진 갈색치마와 가을가을한 줄무늬 재킷을 입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2시간 남짓 동안은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써 내려 가기에도 넉넉해서 좋다.

13시까지 대학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 시간이라도 해운대에 들러 밤바다를 보고 파도소리를 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오랜만에 찾은 부산에서 좋아하는 돼지국밥을 먹고 기차 시간 안에 여유롭게 돌아올 수 있도록 희망사항을 하나씩 적어 본다.

어제 개인적인 일로 새벽 3시까지 잠을 도통 자지 못해 비몽사몽한 머리를 각성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셨지만, 이것도 잠을 깨우기 보다 숙면에 더 효과를 준 것 같다.

창문으로 보이는 아직은 초록색의 산과 나무들…계속된 비로 하늘이 온통 어두운 회색빛이었는데, 창가로 보이는 하늘색은 온전히 파아란 하늘빛을 다시 채색하고 있다.

마음 또한 하늘빛이면 반기며 하늘을 쳐다볼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의 내 마음은 아직 비가 내려는 회색빛 어디쯤이다.


부산에 살 때만 해도 그곳을 벗어나는 결정이 큰 결심을 해야하는 사건이었다면 이제는 서울과 경기에 1년이상 있으면서 적응해 나가는 시기다 보니 스케줄이 없는 이상 부산에 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옮기게 되는 발길따라 그곳이 다른 맛의 또다른 거취가 되었고, 짧든 길든 마음을 내어주고 싶은 여행을 요즘들어 자주 하게 된다.


오늘 일정이 많이 빠득하지만, 친근한 장소가 주는 편안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데 ….희망사항에 적어 놓은 일정을 하나씩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차역에 내렸다.


부산역에 도착해 여유있게 도착지에 가기 위해 지체없이 발걸음을 지하철로 옮긴다.

서울로 출근을 하며 지하철 호선이 너무 많아 해맸던 기억이 많은 데 지금은 서울이나 부산이나 익숙한 호선으로 내 발이 되어 주니 걸어다니는 뚜벅이는 매번 고맙기만 하다.

서면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시 오늘의 도착지인 대학에 도착해 보니 올라가야 하는 오르막길이 버티고 서 있다.

다행히 학교 학생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냉큼 순환버스에 올라타 40분이나 걸리는 시간을 5분으로 단축하고

내리며 보이는 바로 앞 건물이 도착 장소인 행운으로 스케줄대로 하나씩 걸음을 움직인다.


“이러면 한시간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해운대에 갈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앞으로도 작은 행운들이 같이 하기를…. “ 빌었다.


일정을 마무리한 시각은 4시 55분!

지금 바로 나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면 6시에는 해운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바다를 보고 돼지국밥을 먹고 7시에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가면 쫓기지 않고 갈 수 있는 시간인데 ….

“큰 변수만 없다면 좋으련만. ”

순조롭게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는 시간이 퇴근시간이라 자리가 당연히 없겠지 생각하다….

“이건 웬걸, 바로 앞에 앉아계신 아저씨가 서면에서 내리신다” 작은 행운들이 몰아치는 하루….라니

마음 속으로 감사하며 자리에 냉큼 앉았다.


서울에서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도착장소로 가는 순간들이 겹쳐 떠오른다. 땀으로 범벅되는 순간들과 많은 인파로 발 디딜 때 없는 공간들, 여유없이 보내는 하루하루들에 정신없이 일어나는 일들…


지하철 자리에 앉는 순간은 좋아하는 책을 작은 가방에서 꺼내 읽는 시간이다. .

책을 읽다 보면

지하철 방송이 들리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책들이 있는데 더 로드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다섯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잠이 몰려와 완독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 .60페이지 이후로는 이 작가만의 글을 읽게 만드는 힘으로”순식간에 책을 다 읽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만큼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아치며 읽어 들어갔다.

책을 완독할 쯤 해운대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리고

바닷가에 가까이 오면 부산 지하철은 갈매기 소리와 함께 안내방송이 들리는데 역시나 오늘도 같은 방송이 들린다. . 아… 이제야 부산에 온 것 같다. .


해운대역에서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바닷길로 가는 넓은 길이 나오는 데, 이 넓은 길에는 한국인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국적을 넘나들며 해운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늘도 일본인, 미국인, 국적을 확인하기 어려운 외국인들과 함께 걸으며 들어본 것 같은 언어로 주고받는 말들이 배경음악이 되고, 형형색색의 간판과 맛집들이 줄지어 보인다.

익숙하게 보던 간판과 음식점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어묵집, 조금 더 가면 좋아하는 밀면집, 그 옆에 자리한 돼지국밥집, 자주 가던 국밥집은 장사가 잘 됐는 지 확장을 해 시설 또한 신식으로 바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개미집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이고 좋아하는 낙꼽새을 시켜 먹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르고, 항상 대기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는 집이었는데….지금도 그때와 변함없이 손님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여기를 지나면 해운대 바닷가가 곧 눈앞에 펼쳐 질 것이다… 이전보다 더 커진 호텔의 큰 레온사인은 횡단보도에서부터 사람들을 눈을 응시하며…바다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서 있는 듯하다…

횡단보도 너머에는 저 멀리 바닷가 모래사장이 보이고여름이 아니라 모래사장이 설치물들로 몸살을 겪지 않고 있어 내심 다행이다라는 속 말을 하며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너 마주한 풍경은 어두운 남색의 밤바다색과 해가 지고 어둠이 몰러온 구름빛을 함께 머금고 있다.

여러겹의 짙은 파란빛을 조금씩 다른색으로 채식하고 뭉개구름처럼 한 데 뭉쳐 큰 하늘을 덮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바다빛과 해운대 건물들이 만들어낸 옅은 노란색 형광빛이 모래사장에 비추면서

해운대 바다는 여러빛깔들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손님인지 이웃인지 알 수 없는 대상으로 바다 앞에 마주 서 있는데… 살살 걸어가며 구두에 모래가 조금씩 들어오고 파도가 보고 싶어 바다앞까지 걸어간다. .


하루 종일 맑은 날씨에 초가을 기온으로 오늘같은 가을이면 파도도 같이 잠잠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눈 앞의 파도는 뭔가 성이 많이 난 이웃처럼 큰 소리를 연달아 내며 몰아 치듯 다가온다.


‘바람도 한 점 불지 않는 날씨엔 파도가 잔잔해야하는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

파도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만큼의 큰 파도를 만들기 위해 물살을 크게 크게 위로 들어올리며 위협하듯 몸집을 키우다가…떨어질 때는 멀리멀리 사람이 걷는 곳까지 …다가와 순식간에 바라보고 있는 이들 앞에 서 있다. .

하얀 파도의 포말도 해안가에 가득 차 올라와 바닷길은 짙은 파란빛과 하얀빛으로만 보이고. .


심술이 났을 때 거품을 물고 성을 내는 아이처럼 오랜만에 찾아온 바다는 거친 소리로 자기를 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가 났으면 그냥 토라지면 되지 토라진 티를 내려고 물살을 더 크게 만들더니 물러서지 않고 내 자리 앞까지 다가온다.


오랜만에 찾아온 것을 … 따지듯이…


타지에 살기 전에는 지하철을 타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만히 파도를 보고 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말없는 자연같지만 사실은 바다 앞에 서면 바다와 파도는 온 몸으로 소리를 내며 성을 내기도 하고 친절하고 나직히 다가와 말을 걸기도 한다.

소리없는 말을 듣고 있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이 가만히 제자리를 찾아 가고 어느새 바다에 말을 걸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는데. . .



그때와 같이 바다는 성을 잔뜩 내며 소리없는 말로, 바다가 보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한 이유를 다그치듯 물어본다.

“그래, 맞아 어제도 많은 고민들로 3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로 부산에 내려왔어… 가만히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파도 앞에 들리지 않는 말로 쏟아내고 ..소리없는 말을 하는 파도는 내밀한 말들을 받아 바다 속으로 잠겨 버린다.

소리없는 말들을 주고 받다 보면…재촉했던 발걸음도 어수선한 마음도 서서히 제 속도를 찾아가고 ….


한 시간의 짧은 만남의 아쉬움으로 바다에 눈인사를 하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뒷모습을 남겨 놓은 채 다시 밝은 거리로 향한다. .


많은 말들을 소리내어 주고 받지 않아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파도에게 다가와줘서 ….고맙다는 속 말을 하고

발에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다시 일어선다.


직장을 옮기고 적응하는 시간도 …사람으로 마음이 혼란한 시간도 ..수많은 이야기들도 … 무심히 바다에 던져 버리고 …

조금은 가벼운 내 모습으로 서울행 기차로 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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