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니다_ 경기도 포천,

낯선 관광지에서 관광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포천의 천추호

by 문영란

추석 연휴가 끝나기 3일 전,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이것 저곳 혼자 다니면서 눈에 마음에 담은 것들이 많은데

남아있는 3일이 있는데도 뭔가 아쉽기만 하다.

어디 멀리 가자니, 왔다 갔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집에서 하루 종일 있은 날이 없어 쉬는 날로 정할까..

밀린 글도 쓰고 공부도 할 겸..

친구와 동네에서 만나 호수공원을 걸을까 아니면 동네 맛집이나 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아침 7시 40분, “가까운데 좋은 곳이 있는 데 한번 다녀올래~~ ”라는 친구의 가벼운 제안에

“오오 좋지 좋지!” 마음으로 급히 대답을 하고, 차가 없는 뚜벅이는 이렇게 먼저 제안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맙기만 하다.


차를 폐차하고 난 후 가장 힘든 건 떠나고 싶을 때 마음껏 떠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인데

이럴 때 주위 소중한 지인들이 한 번씩 제안하는 가까운 여행은 더욱 감사해 선뜻 호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먹고 가는 여행은 여행경비며 숙소, 이것저것 알아보다 진을 다 빼기도 하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가는 가까운 곳은

특별히 챙길 것도 알아볼 것도 많지 않아 차 안에서 검색해서 가는 여행의 묘미가 있다.


친구가 제안한 포천의 아트밸리 소개 블로그를 잠깐 눈으로 감상하고 실제 모습은 어떤 색을 띠고 있을지 궁금해져

거기로 여행 장소를 쉬이 정해 버렸다.

멀어야 두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라 좋고, 작은 가방에 아이패드와 책 한 권을 챙겨 가볍게 차에 오를 수 있어 더 좋기만 하다.

편의점에서 박카스를 두 병 사 가지고 떠나기 전 카페인으로 몸을 각성시키고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 여행을 시작한다.


추석 내내 비소식이 있어 조금은 운치 있는 날을 보내 나름 혼자 있는 추석이라도 좋았었는데, 오늘도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널게 퍼져 햇빛을 또다시 가려주는 만큼, 흐린 날의 감성으로 마음이 한결 차분하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양평을 거쳐 포천으로 가는 길 가운데의 어디쯤으로, 여행을 할 수록 경기도 전체가 서울을 둥글게 휘감고 보호하고 있는 뱀처럼 크게 크게 느껴진다.


경기도 위쪽에 있으면서 양평과 가평을 거쳐 북한하고 인접해 있는 가장 먼 곳 포천. . .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니 새삼 좋고 특히 이 친구와 함께할 수 있어 더 감사하다.


오늘따라 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북한산 산맥도 위쪽 지방 근처에 잠시 마실 다녀오라며 보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포천이 이전에 북한 땅인 이력처럼 북한하고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경기도의 다른 여행하고는 다른 낯설음이 있다.

이렇게 이곳이

책으로 뉴스로만 봐 오던 먼 지역 이야기 같은 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처럼 국경을 지나며 느껴지는 여행의 설렘보다도,

지도에서 보는 지형적 거리감이 아닌 마음속 거리감으로 어떤 낯설음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들으면 시간이 빨라가듯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 우리는 더 일찍 포천 아트밸리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주차를 하려니 이건 뭐지, 추석 연휴 끝자락이라 사람들이 다 몰린건지 주차장에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이리저리 살펴보다 구경을 마친 분이 자리를 내어주신 한 공간에 어렵지 않게 차를 세워 둘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에 모노레일이라는 문구가 보이고

언제 한번 와보겠나 하는 생각으로 사람들 사이에 줄지어 우리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모노레일도 서울의 지옥철을 타는 것처럼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닿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작게 해서 승차를 하고, 올라가는 길에 다람쥐를 보았다는 아저씨를 말씀을 들으며 답답한 공기를 5분 정도 참으니 금방 우리를 내뱉고 제자리로 내려간다.


오기 전에 잠깐 살펴본 천주호는 여기와 책자를 읽어보니 화강암을 채석하는 채석장을 그대로 두어 만들어진 웅덩이에 샘물과 우수가 유입되어 형성된 곳이라 하는데…

사진으로 본 풍경은 “음 괜찮네”라는 느낌이었다면 맞닥뜨린 이곳의 풍경은 만들어낸 기계의 짧은 터치로 , 한 장의 사진에 이곳을 담아내기엔 그 세월이 너무나도 긴 것 같다.

네모난 크기에 담아낼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풍광은 눈으로 담아내는 것으로도 버거운 알 수 없는 신비가 있다.

천추호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진한 초록빛으로 가득 찬 호수의 색은 갖가지 이야기를 속으로 가득 채우다 더욱 짙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처럼… 1960년대의 세월을 지나 65년의 시간을 견뎌온 시간만큼 뜨내기 관광객이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그 속의 울림이 있어 보인다.


깎아놓은 듯한 자태를 지닌 화강암 절벽은 처음엔 사람의 손을 타 큰 웅덩이가 되고, 자기 몸의 암석들을 내어준 그 자리에 땅에서 올라온 샘물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비들이 모여들어 이제는 그 속을 따뜻이 채우고 있었다.

따뜻이 채워둔 공간엔 살아 숨 쉬는 물고기와 많은 플랑크톤으로 그 자리에 다시 생명이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포천에 이런 곳이 있어 한결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된다.


처음에 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기까지 별생각 없이 온 장소였지만, 오면서 보이는 북한산의 자태와 곳곳에 보이는 군부대들, 자연 속에 파묻힌 마을 속에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떼를 지어 찾아오는 천추호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처럼 느껴진다.


큰 웅덩이로 시작한 화강암 절벽이 생물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초록빛으로 다시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 처음 찾아올 때 낯선 공간이 주는 낯설음으로 주저했던 내 마음도 천주호의 모습을 통해 속시원히 풀려지는 느낌을 맞본 하루였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함으로 차 오르는 시간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씩 있을 때,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천주호가 거듭났듯

세월을 거슬러 거슬러 마음 한 구석이 지금처럼 속 시원히 풀리는 어떤 공간에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

낯선 관광지에서 관광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포천의 천추호같이…. 그런 순간과 공간이 앞으로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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