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니다_ 경기도 다가보기,수원 화성

간장게장 맛집과 수원 화성 옛길

by 문영란

집이 경기도에 있어도 나눠진 구획이 많다 보니 아직 여행해 보지 못한 곳이 더 많다.

찾아가는 장소마다 그 나름의 모습을 보여주니, 발걸음도 그 곳만의 정감을 느낀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

수도권인데도 수도권같지 않는 느낌이랄까


경기도가 나에게 지방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지역색이 가득한 곳이 되버린 것처럼…

부산사람이라 그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를 듣자마자 바로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듯 경기도의 많은 구획들도

하나씩 나름의 감춰진 색을 보여주니, 어느새 본연의 느낌에 하나씩 매료되는 듯하다. .


어느 지역을 갈까 고심하다가 오늘은 음식 메뉴를 먼저 정해 보기로 했다.


같이 가는 친구가 이번주에 간장게장 맛집을 방문하고 그 맛이 아직 입 안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는지 못내 메뉴를 먼저 추천한다.

좋아하는 메뉴가 같은 것도 참 복인데

메뉴선정 실랑이가 없어서 좋고 한 사람이 가자고 하면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것도 많은 복 중 하나를 선택받은 것 같다.


간장게장 무한리필이 가능한 곳을 검색하다 가까이 있는 거리에 수원 화성이 있어 거기로 어렵지 않게 여행지를 정했다.


목적은 간장게장이지만, 경기도 수원 화성만의 맛집과 장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즐거움이 두 배가 된 듯하다.

간장게장 집은 이미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무한리필인 만큼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상하게 나는 간장게장을 먹어도 밥 한 공기이상을 먹기 어려운데 친구는 벌써 세 그릇째 밥을 비우고, 서로 정신없이 게딱지를 까고 속을 알뜰히 파 먹다 “이제 짜서 더이상은 못 먹겠다” 는 백기를 든 후 남은 게장앞에 KO가 됐다.


식후에는 차가운 음식을 먹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읽고 따뜻한 음료도 마시고 배도 소화시킬 겸 목적지인 수원 화성으로 출발했다.


이번 추석연휴는 이상하게 비가 계속 내렸는데, 오늘도 역시나 비가 내리는 하늘에 바람까지 합세해 우산을 쓰고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작은 체구인 내 몸을 알아서 으스스 떨게 만드는 가을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은 날씨다.

주차를 열심히 하고 수원 화성을 돌아보기 전 그곳의 줄지어 서 있는 아기자기한 점포들이 보였다.

친구는 여기 한번 와 본적이 있어 소개를 해 주는 데 뭔가 알듯말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기억을 끄집어내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 그도 그런것이 친구도 여기 온 지 좀 되기도 됐고 … 우리는 천천히 물어물어 길을 가기로 한다.


우산을 쓰고 걸으면서 위아래로 짧은 팔을 입은 친구 걱정도 함께 하면서, 오고 가는 길에 잠시 점포로 한눈을 팔다가 수원 화성 계단길로 접어 들었다.


오늘 같은 날 플랫슈즈를 신고 온 나는 비로 미끄러운 돌계단에 조심조심하며 산책이 아닌 훈련을 하는 느낌으로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오늘처럼 여행 장소를 즉흥적으로 정하는 날엔 이렇게 친구의상이나 내 신발처럼 언발란스한 날이 되고 만다.

성벽을 올라가니 고마운 흙길이 나오고 통문이 보인다. 이 통문은 좁고 긴 성벽으로 둘러싸인 통로라고 적혀 있는 데 적에게 성안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성곽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시설이라 실제로 친구가 통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통문 안이 여백없이 가득 들어찼다.


‘친구가 좀 통통한 것도 한 몫 했겠지만…’살이 좀 찐 것 같다는 말을 한 마디 보태고 그 다음말로 귀엽다는 말을 덧붙인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밖은 성벽이 돌로 만들어져 있어 딱딱한 느낌이었다면 걸어가는 길은 흙길로 되어 있어 걷는 것이 편안해졌다. .

보초를 서는 옛 장병들도 흙길에 다치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스쳐며…

흙길이 주는 편안함으로 플랫슈즈지만 어느새 구두가 주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발길따라 찾아간 장소는 화양루라는 현판이 있는 곳인데 이곳은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고 사방이 닫혀 있어 뭔가 여기만의 어두운 느낌이 있다.

혼자서 멀찍이 보초를 서야 하는 장소인데다 화성 시내가 눈 안에 다 들어오는 경치라 ‘적과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를 점찍어 놓으신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조상들의 지혜는 현재에 사는 나로써는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의 어디쯤 있을 테니 …다시 현실로 돌아와 ..


천천히 이곳을 지나 깃발에 적힌 한자를 친구와 서로 맞춰 보다 치매가 온 것 같다는 이야기로 번져갔다. 나름 한자를 잘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이후에 검색해서 보니 순시와 명령을 뜻하는 령이었나 하고 기억이 난 순간… 이런 바보하며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나이 들면 그럴 수도 있지하며 속생각을 같이 했지만….


걷는 내내 이곳을 지키는 순시라는 글자가 적힌 깃발을 바라보다 이곳을 밤낮으로 지켜내야만하는 이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처럼 바람에 더욱 휘날리는 글자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앞서거니 뒷거서니 친구와 천천히 걷다 이번엔 효원의 종각을 지나쳤다.

짧게 종을 지켜보다 지금도 새해 이른 새벽 타종을 치며 마음으로 가족과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시간을 가지듯 세월을 거슬러 장소와 사람은 변해도 마음으로 기원하는 모습들은 참 한결같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열심히 걸음을 걷다….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성벽을 지나 팔달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화성장대에 도착했다.

화성의 총 지휘공간인 만큼 크고 웅장한 기운을 발하고 있었는데 여기 이름을 정조가 친히 쓴 것이라고 전해 들어 그런지 기교없이 단단히 내리곶히는 필체와 단단한 힘이 함께 느껴진다.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셨을까….

다치지 말고 단단히 이곳을 지켜달리는 진심어린 마음이 백성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시지 않으셨을까….

그 뒤에 자리한 8각형 높이의 서노대도 화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며 이곳을 지켜기 위해 우뚝 서 있다.


우산을 쓰고 무던히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내려가는 길이 있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에 이르른다.

길과 길이 연결된 것 같은 이 길은 옛길을 걷는 느낌과 옆으로 보이는 현대의 지붕과 상점들이 낮게 자리잡고 있어 이 또한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처럼 느껴진다.


이 두 문화재를 지나 수원화흥문 정자 앞에 왔을 땐, 가을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기서 편히 앉아 쉬기보다 이 공간을 마음껏 느껴보라는 의미인 것 같아 다른 길로 발길을 쉬이 옮겼다.


지금 쓰는 글도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내려가듯 찾아간 장소들도 어떤 진입로인지 모른 채 여기저기를 기웃기웃 하다보니 이곳의 전체 풍경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걷다 발에 살이 까진 것을 나중에야 안 것처럼 눈으로 보이는 문화재에 마음을 빼앗기다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가슴에 새겨져 남은 것처럼…


잠깐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이곳만의 분위기와 곳곳에 자리한 문화재들이 내뿜고 있는 오랜 세월의 의미들을, 구경꾼의 눈으로 바라보다 어느새 가을 저녁이 왔다.

잠깐 쉬어갈 겸 창밖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창문 밖으로 크게 자리한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다, 몇 백년을 지나와 한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자태와 태도가 고마워 사진에 그 모습을 여러번 담는다.


맛집으로 시작한 수원 화성 여행을 이렇게 쉬이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가기엔 두 발걸음이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처음 이 길을 걸을 때 길을 몰라 지나가는 아저씨께 여쭤보며 느꼈던 ‘자주 방문한 사람만이 알려줄 수 있는 안내’처럼 나도 몇 번이고 찾아 오고 싶을 만큼 오늘 여행지의 편안함이 좋았고, 가슴 뭉클해지는 옛 문화재로 나에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로.. 다음에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으로 ..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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