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_지지향 읽고 쓰는 삶
8월 … 더위가 절정일 때.. 어디로 가면 좋을까 …
특별히 같이 할 사람도 없고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할 때…. 더위도 피하면서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다. 이때 주고 받는 카톡 사이에 아는 지인 분이 지지향을 추천해 주신다.
검색을 해보니 파주 출판단지가 있는 곳에 책을 도서관처럼 빌려 읽을 수 있는 북스테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볼 때 분위기도 괜찮고 사방이 통창이라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도 날 것 같고, 생각보다 숙박비도 성수기인데 반해 비싸지 않아
‘이만하면 괜찮은데’하는 생각으로 당일에 바로 결재를 했다.
어디 여행을 가야할 지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쉽게 결정할 수 있어서 좋았고, 쓰고 있는 에세이가 있어 책이 있는 공간에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반 설렘반의 느낌으로 그 날 만을 기다렸다.
문제는 가는 차편인데… 뚜벅이가 된 지 얼마 안 돼 많이 불편하긴 하지만.. 다행히 우리집에서 그렇게 힘 들이지 않고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어 한번 도전해 볼만하다.
들뜬 마음으로 가는 날짜를 세고 있다가
가기 전날 짐을 꾸러 놓고 파주 출판단지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리니 5분 거리도 안돼 지혜의 숲이 있다.
말로만 들어보던 출판단지라 어떤 분위기를 보여줄 지도 궁금해 거리거리를 요리조리 살피며 느낌을 느껴 보기로 한다.
평소에 서점에서 많이 보던 출판사명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들도 여기저기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뭔가 기분이 묘해져 가까이 다가가 문을 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실제로 가까이 귀를 귀울여 보는 시늉도 해 보고 거리거리를 걸어가다 코너 부분에 북카페가 아담하게 꾸며져 있고 통창으로 보이는 안은 사방이 책으로 가득했다.
출판거리라 그런지
뭔가 조용하듯 하면서 숨쉬듯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에 있는 기분이랄까
오늘 목적지인 지혜의 숲도 그런 느낌일거라는 생각으로 차분히 걸어가다 안내 표지판을 사진에 담고 마음 속에 방문한 기념일을 새겨 넣었다.
적힌 표지판을 보고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니 북소리책방과 라이브북스테인 지지향이 보인다.
가까운 북소리책방 쪽으로 말길을 옮겼는데 오전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가지고 자기만의 테이블에 앉아 있다.
책꽂이가 천장까지 닿아 있는 데다 나무색이 주는 편안함이 더해져 좁은 공간이라도 뭔가 책으로 성을 만든 것 같은 웅장함이 있다.
걸어다닐 수 있는 좁은 통로에는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오늘은 구경꾼이 된 것처럼 사진찍기에 들어갔다.
한 옆에는 책들의 성에서 좋아하는 책을 어떻게든 찾으려는 듯 망원경으로 책을 응시하는 모형이 보이고 책들을 구경하다 책꽂이마다 기증한 출판사명을 표시한 글씨를 쫓아가 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인만큼 도처에 그러한 마음을 아는 누군가가 기증한 책들이 한가득 꽂혀 있다.
책을 가져갈때는 다른 사람들도 같이 읽도록 한 번에 한 권씩만 들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센스까지 ….. 뭔가 배려에 배려가 더해진 공간이라는 느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같은 공간을 지나 책을 빌려보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입구에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작은 서점이 마련되어 있다.
눈으로 감상하는 시간을 지나 오늘 묵을 곳인 북스테이인 지지향이 궁금해 발걸음을 조금 빨리 그쪽으로 옮겼다.
붓글씨처럼 적힌 지지향 현판 뒤에는 양옆으로 통창이 크게 자리하고 초록색 빛갈의 나무들과 잔디들이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만큼 이쁜데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은 것처럼 날씨도 옅은하늘빛으로 물들어 있다.
통 창 바로 앞에는 편안히 책을 읽고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쇼파가 널직히 자리하고 그 옆에는 누군가가 예술혼을 뽑낼 수 있도록 준비된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의 장면처럼 옆에 서 있다.
역시나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좋은 자리는 이미 힐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만석이다.
그래도 다행히 피아노 앞에 앉아서 쓸 수 있는 작은 자리가 2개 있어 그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글쓰는 데 필요한 아이패드와 개인짐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은 이곳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고급정보를 보고 냉큼 휴가지로 선택한 이유도 있어, 들어올 때부터 와인을 눈으로 스캔하고 큰 이변없이 짐을 자리에 내려 놓았었다.
와인을 한 잔씩 마시면서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안주로 좋아하는 치즈가 있어, 눈으로 먼저 내꺼라고 점을 찍어 놓고 아침부터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해 정신도 맑게 할 겸 커피를 먼저 주문했다.
우선 정신이 돌아와야 책도 읽고 글도 쓸 것 아닌가…하는 스스로의 합리화를 거치고….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역시 좋은 장소는 어떻게든 물어물어 찾아오는 법인 것처럼 이미 몇 안 남은 자리는 사람들로 비어있는 자리가 없었다.
기웃기웃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매의 눈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나도 한 자리 잡았지만 더 좋은 자리가 없을까하고 요리조리 곁눈질을 해본다.
그런 탓에 좋은 장소지만 집중이 잘 될까하는 염려를 같이 하면서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구경하러 갔다.
사방이 책으로 가득한 곳이라 어떤 책을 읽을까 천천히 바라보다가
그중에 이병률 산문집의 혼자가 혼자에게의 제목이 보여 ‘혼자 온 여행지에서 나에게 어떤 말들을 해 주실까’하는 궁금증으로 이 책을 덥썩 잡았다.
맛있는 커피와 좋아하는 느낌의 책, 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나무들, 거기에 어울리는 그랜드 피아노가 한 눈에 꽉차 들어와 사람들의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릴 뿐 오늘의 기분을 헤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어느새 아담하고 이쁜 잔의 커피를 다 마신 후 기다렸다는 듯이 와인과 치즈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살짝 비싼 듯 하지만 ‘여름휴가인데 이 정도는 써도 돼’라는 생각으로 주문을 하고 이번에는 글을 쓰기 위해 아이패드를 펼쳤다.
사실 휴가지만 퇴고 작업을 많이 하고 가야지하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왔기 때문에, 잊지 않고 적은 글들을 하나씩 보다보니 적을 때는 정신없이 써 내려갔는데 고칠 때는 또 다른 정신없음으로 고쳐야 할 부분들이 때로 보이기 시작한다.
뭐지… 왜 이렇게 적었지… 앞뒤 말도 안 맞고… 왜 갑자기 이런 말을….
아이고 이건 다시 적는 게 좋겠는데… 하는 혼잣말을 하며 좋아하는 와인을 홀짝홀짝 마셨다.
대낮이라 그런지 와인을 먹는 사람이 나 혼자였지만 … 뭐 나만 좋으면 됐지…하고 치즈와 함께 더 맛있게 목넘김을 즐겼다.
글을 쓰다 매의 눈으로 곁눈질한 수고로 화장실에 가는 길에 책으로 자리를 찜해 놓고 바람처럼 빠르게 짐을 챙겨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속도가 제일 중요하다.. 그새 짐을 챙기고 가자 마자 이전 자리는 다른 사람이 짐으로 찜을 해 놓는다.
조금은 넓어진 책상에 짐을 올려 놓고 수정하다 만 글을 하나씩 째려보듯 바라봤다.
아 … 머리를 너무 쓰면 안 돌아간다는 말처럼 스스로의 합리화를 한 번 더 하고 … 바꾼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통로가 보여 그곳으로 발길을 옮겨 보기로 했다.
거기는 악세사리들도 보이고 앞으로 걸어가다 보면 아까 지나쳐온 북소리책방이 통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다 머리도 식힐 겸 만들어 놓은 장소인듯 하면서 비밀스런 통로를 지나 두 공간이 하나처럼 지혜의 길을 나눠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준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오늘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고 자리로 돌아와 퇴고작업을 하다 어느새 6시가 되어 숙소를 체크인하고 방에 짐을 두려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니 통로마다 책꽂이가 가득있고 오래된 책들이 책장마다 꽂혀 있다. 여기서 오래 살아오듯 이 자리를 지켜고 있는 주인장처럼 … 무게감있는 책들이 곳곳에 보인다.
카드키로 방을 열고 들어가니 통 창문으로 보이는 초록의 나무들과 멀리 보이는 둥근 산, 해를 품은 강이 하나의 풍경처럼 들어온다. 오래된 건물이라 침대와 책상은 낡았지만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소중히 관리한 흔적들이 곳곳에 배여 있다.
책상과 책꽂이에도 책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내 방은 빛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이 꽂혀 있는 빛방으로 평소 좋아하는 최은영 작가님의 희미한 빛으로도도 거기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는 24시간 개방이 되는 만큼 밤에도 좋아하는 책과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특권으로 체력도 보충할 겸 잠시 30분 정도 눈을 붙이기로 했다.
간단히 저녁 요기를 한 후 밤의 지지향은 어떤 느낌을 지니고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편한차림을 하고 1층 지지향으로 내려갔다.
숙박하는 사람들만 밤에 이용이 가능한 만큼 독서광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모녀인듯한 사람들… 연인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듬성듬성 자기 자리를 잡고 서로서로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어느새 두권을 다 읽고… 퇴고를 하다 보니 밖은 어둠으로 가득한 자정시간을 지나 있었고 사람들도 하나둘 주제가 있는 자기방으로 돌아가고 나도 내 방인 빛의 방으로 잠에 취해 올라왔다.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다 지쳐 올라간 방은 처음이라 낯설게 느껴지기보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책 테마들로 꾸며져 있어 ‘뭔가 배려받는 느낌’으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기 전에도 빌려온 책을 읽다 잘 생각으로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 밖은 이미 자정이 지나 어둠이 들어차 있었지만, 처음 방을 열고 들어왔을 때 본 빛을 가득 품은 통창과 빛을 주제로 한 따뜻한 책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 하루가 떠오르면서 ‘하루종일을 전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 놓은 것 같아… 뭔가 뭉클한 기분이 밀려왔다. ‘
한번씩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꾸며진 공간이 그리울 때….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에..
이곳 지지향으로 좋아하는 책을 만나고 글을 쓰러 다시 오고 싶어질 것 같다.
오늘도 멀리가 아닌 가까운 경기도 파주에서, 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찬 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며 여행을 마무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