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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녀의 인생철학 Oct 24. 2021

문 안을 들어가지 못하는 호랑이

해님 달님 속 숨은 메시지(4)

문을 열어주지 않는 아이들
그 문을 열지 못하는 호랑이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러 온 호랑이가 아이들에게 말하죠.

“엄마야 문 열어.”
“어? 엄마다. 어… 그런데 엄마 목소리가 이상해요.”
“아… 엄마가 오늘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쉰 거란다.”

수상함을 느낀 아이들이 밖을 쳐다봅니다.
분명히 엄마 모습은 맞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엄마 손 좀 보여주세요.”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호랑이가 손을 불쑥 넣어 확인시켜 줍니다.

“:자 엄마 맞지? 빨리 문 열어. 엄마 춥다.”
"어, 엄마... 그런데 엄마 손에 털이 왜 이렇게 많아요?"

아이들은 수상함을 느끼고 결국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오누이는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엄마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수상해 문을 열어주지 않죠.

그럼 호랑이가 누굽니까. 힘이 센 동물이니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 있죠.

그러나 문을 부숴 들어가지 않고 계속 문 열어 달라고 재촉만 합니다.

아무래도 이 호랑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동물인 호랑이가 아닌 거 맞는 거 같죠?


예부터

문틈 밝지 마라. 복 나간다.”

이런 말씀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시지 않으신가요?



문틈

문틈은 닫힌 물이 열린 그 사이 공간, 문이 달려있는 모든 곳을 문틈이라고 해요.

이를 그저 하나의 미신이라 여기며, 크게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다니는 문틈.

요즘은 인테리어상 불편하고 보기 좋지 않다며 문틈을 아예 없애버려 더더욱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다니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요.

지혜로운 옛 선조들이 왜 문틈을 밝고 다니지 마라고 경고하셨는지, 이 전래동화에 잘 나타나 있는 장면입니다.


앞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이 호랑이를 ‘척신(慼神:누군가에 대한 원한을 가지게 된 사람이 원한을 풀지 못한 채 죽어서 된 원혼)’으로 호칭하도록 할게요. 척신도 ‘악마’나 ‘사탄’이란 표현을 싫어할 테니까 말이죠.


저쪽 세상에서는 이 ‘문틈’의 역할이 대단한가 봅니다.

집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문틈을 넘어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엘리트 호텔리어가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되면서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사장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생기는 특별한 이야기.


이 델루나 호텔은 죽은 영혼들이 저승으로 가는 삼도천 다리를 건너기 전, 인간으로 살면서 풀지 못한 남은 원한을 다 풀도록 도와주어 마음 편히 삼도천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금은 특별한 호텔이에요. 여기에 인간인 구찬성(여진구)이라는 엘리트 호텔리어가 지배인이 되어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죠.


드라마 '호텔 델루나 9회'우물을 지키는 대동정신(大洞井神)의 이야기가 나와요.






호텔 근처 마을에서 생산되는 막걸리의 맛이 아주 일품인가 봅니다. 장만월(이지은)은 그 막걸리 맛이 좋은 이유가 우물을 지키는 대동정신(大洞井神) 덕분이라고 이야기하죠. 이 신명이 우물의 맛을 지키고 있어 물 맛이 뛰어나 막걸리 맛이 일품이었던 겁니다.



좋은 물 맛 덕에 매출이 좋아 막걸리 공장에서는 주기로 우물을 찾아 제사를 지내곤 했어요. 그런데 수도관의 발전으로 수도관이 연결된 이후 더 이상 우물을 찾지 않게 되죠. 사람들이 더 이상 고마워하지 않고, 찾지도 않은 채 오랜 시간 우물이 방치되었어요.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자 슬픔에 찬 대동정신이 결국 우물을 떠나 호텔로 들어오게 됩니다.



신이 떠난 우물은 메말라버려

막걸리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고,

우물을 지키던 신이 들어온 호텔은 물바다가 되게 됩니다.


대순전경 교법 3장 2절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




이 드라마에서 이 '문틈'과 관련된 장면이 나와요.




그렇게 우물을 떠난 신이 호텔 델루나를 찾아옵니다.

그런데 들어오지 않고 문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죠.

호텔 매니저인 구찬성(여진구)이 문을 열어줍니다.

 

대동정신 : "나 여기 들어가도 돼?"

구찬성 : "물론입니다. 들어오시죠."


그렇게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은 받고서야 우물신은 호텔 안으로 들어오게 되죠.

그리고는 호텔이 물바다가 됩니다.


만약 구찬성이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면

대동정신은 호텔 안에 들어오지 못했겠죠.



지배인 : "이곳은 마고신이 관장하는 영역입니다.
허락받지 않은 다른 신이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요."

장만월 사장 : "누가 들여보냈나 보지."


이렇게 신의 세계에서는 허락 없이 함부로 문을 넘어가지 못한다고 해요.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함부로 열고 들어가지 못한 이 호랑이처럼,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등장했던 우물을 지키는 신처럼 말이죠.



혹시 누군가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신가요?

그럼 이미 마음의 문을 열고 호랑이를 내 마음 문 안으로 들여보낸 것일 수 있습니다.


대순전경 교법 3장 1절

心也者鬼神之樞機也門戶也道路也 (심야자귀신지추기야문호야도로야) :
마음은 귀신의 중요기관이고, 문호이며, 도로이다. 인간의 마음은 귀신과 신명이 들고 나오는 문이다.
 
開閉樞機出入門戶往來道路神(개폐추기출입문호왕래도로신) :
나의 마음 문을 여닫고 출입하는 신이 있는데,

或有善或有惡(혹유선혹유악) :
선한 마음을 먹으면 선한 신이, 악한 마음을 먹으면 악한 신이 드나든다.


대순전경 예시 1장 7절 

상제께서 이 세상에 탄강하여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서 신명이 사람에게 드나들 수 있게 하시고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자들을 찾아 쓰고 모든 것에 운을 붙여 쓰기로 하셨도다. 이것은 삼계를 개조하기 위함이로다.


나와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이 문틈.


과연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밟고 지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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