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먹기 위해 살기 위해 음식을 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 나의 음식들도 정말 실전의 음식이다. 결혼하고 정말 하나하나 알아가는 음식 노하우들이다. 아직도 못하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매일 카레와 된장찌개만 하던 사람이 많은 음식을 하게 된 것은 정말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이 걸린 문제였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던 매일한 엄마 음식들이 맛있다고 엄지척 올려주는 아이들과 함께 나의 실력도 자라났다. 그리고 (처음에는 정말 꿈에도 몰랐던) 맛이 없으면 손이 자주 가지 않고 맛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 음식 타박하지 않는 신랑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애써 만든 음식을 먹어주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테니까.
간을 맞추려 몆번을 먹어봐도 싱거운지 짠지 구분을 못하던 내가 몇 년의 시간이 지나니 디테일한 맛의 변화나 무얼 조금만 더 넣으면 맛있을 것 같은 '맛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 주방에 발을 들여 놨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앞으로 전진하는건지 뒤로 후퇴하는 건지도, 직진하는 건지 돌아가는 건지도 몰랐다.
근데 지금껏 해온 음식들을 돌아보면 실패해도 또 먹고 싶다는 아이들말에, 또 어쩌다가 한번씩 정말 맛있게 된 경험을 했기에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디테일
김에 싸먹을 간장.
나는 간장안에 재료가 많이 들어간 쫀득한 간장을 좋아한다.
봄철에는 달래, 다른 철에는 부추를 넣을때도 아님 깨소금이랑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밀도를 높인다.
거기에 많이 말고 정말 살짝 식초를 더해주면 감칠맛이 돈다.
이런 디테일은 음식을 계속 만들면서 알게 되었다.
여전히 싱싱하고 좋은 재료로 맛없는 음식을 만들까 걱정을 하면서 하지만 생각은 잠깐,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여 할 수 있다는 내면의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확신 덕분에 레시피도 안 보고 감으로 그냥 쉽게쉽게 한다. 그러다가 맛이 없을 때도 있지만 또 그것을 발판으로 다음에는 각인된 실수로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각자의 삶에서 경험이 쌓이고 그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나는 주부이면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작가이다. 주부라는 타이틀이 참 싫었던 적도 있지만 음식 인문학을 쓰면서 나도 세월을 그냥 보내지는 않았구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쌓이는 것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라는 타이틀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또 공저로 [엄마의 유산]의 책을 쓰면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책상에 앉아서 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미숙하나마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도 배웠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음식을 처음 만들고 레시피도 보지 않고 뚝딱 만들어내는 지금까지의 과정과 몇달동안의 [엄마의 유산] 공저하는 과정이 너무 닮아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음식뿐만 아니라 뭔가를 제대로 할 때에는 뭘 하느냐가 다를 뿐 그것을 소화하는 과정은 모두 닮아 있었다.
특히 [엄마의 유산] 공저를 하면서 글쓰기의 끝판왕을 경험했고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정말 나 자신을 갈아넣어야 했다. 글이 그냥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의 유산] 공저는 나 개인으로서도 너무 큰 성장이었고 공저 전체를 봐도 돌아가는 원리는 다 똑같았다. 공저 한번에 다는 아니겠지만 세상사는 원리가 다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마음먹고 일을 한번만 제대로 한다면 모든 일의 원리를 깨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만 알아서 일하는 사람과 세상의 원리를 깨친 사람이 일하는 것은 다르다.
원리를 알고 무엇을 시도한다면 정말 가능성은 무한대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