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튀김
겉바 속촉한 가지 튀김.
겉은 바사삭
속은 촉초리 촉촉 촉촉촉~
텃밭에 따온 가지를 튀겼다.
나를 포함한 우리 집 사람들은 가지를 싫어한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올해는 잘 먹을 거야 라는 마음으로 계속 텃밭에 가지를 두 나무씩 심는다.
왜 그렇까?
싫어하는데 심는 그 마음은 뭘까?
텃밭에서의 가지의 첫인상이 나를 그렇게 매년 심게 만들었다.
가지를 심어 보면 안다. 커다란 잎을 내면서 연보랏빛 꽃과 진보라의 매끈한 자태를 뽐내며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몸체를 보면 당장 따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따는 손맛을 보는 순간 매년 심을 수밖에 없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음식으로 만들어진 가지는 첫인상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넣고 볶기도, 쪄서 간장으로 무치기도, 또 고춧가루 넣고 매콤하게 무치기도 했다. 작년에는 어떻게 하면 가지를 맛있게 먹을까를 놓고 시도도 많이 해보았다. 물커덩한 식감이 시도와는 다르게 우리 집 사람들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졌다.
나는 저자들이 자기 작품의 개정판을 내어놓는 경우 설사 그것이 문학적으로는 훨씬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작품을 해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인상은 우리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다.
인간은 원래 어떤 신기한 일이라도 쉽게 곧이듣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일단 곧이듣고 믿게 되기만 하면 단단히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을 다시 지우거나 말소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주)
하지만 가지 튀김은 달랐다. 첫인상이 좋았다고나 할까!
출출한 늦은 오후, 뭐 먹을 것 없나 살피다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번 집에서 튀겨보자.
기름 튀는 것 때문에 튀김류는 잘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마음이 동했다.
그렇게 둘러앉아서 옹기종기 양념간장에 찍어 먹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는지 딸아이는 종종 가지튀김 노래를 부른다.
괴테의 그 '딱한 일'을 우리 가족이 해냈다!!
가지 튀김은 비닐봉지 한 장으로 다 해결가능하다.
먹기 좋게 썰어서 봉지에 넣고 소금 간을 약간 해서 흔들어준다. 그리곤 키친 타월 3장 정도를 넣어 흔들면 수분이 날아간다. 그리고, 전분가루와 메밀가루를 넣어서 흔들어준다.
그리고 튀겨낸다.
겉바 속촉으로 먹으려면 빠른 손과 입이 필요하다.
뜨거운 것도 잘 먹을 수 있는 입이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가지의 식감을 이겨낸 텃밭에서의 강렬한 첫인상이 계속 가지를 심게 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좋지 않은 식감을 바꾸는 계기가 가지 튀김이다. 첫인상은 처음 딱 한번 느낌이 각인이 되면 되돌려 놓기가 정말 힘들다.
각인이 되어 비슷한 상황이 되면 저절로 행동으로 튀어나온다.
물커덩한 음식에서 겉바속촉의 튀김으로 거듭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 어떤 면에서는 속이 촉촉한 것이 물커덩과 비슷한데도 겉면이 바삭하니 잘 먹게 되는 것이다.
강렬한 한방이었던 튀김이 우리 가족에게 먹혔던 거다.
이기기 힘든 첫인상을 이겨낸 우리 가족의 인간승리이다!!
주>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부북스,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