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가보는 텃밭인가.
내가 하고 싶다고 만들어놓은 텃밭을 요즘은 신랑이 대신해서 새벽에 이것저것 수확해 온다.
깻잎은 무성히 나고 있었고, 고구마 줄기는 도랑을 넘어 줄기를 쭉쭉 뻗어내고 있었다.
밭을 분양받자 아스파라거스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한참 봄의 기운으로 줄기를 뻗어낸 아스파라거스를 따먹고 한동안 가보지 않았다. 그 사이 잎이 아주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중학교 때 단발머리처럼 단박이 잘라주었다.
“아차차~!! 오빠 감자 그때 맛보기로 캐고 작아서 안 캤었는데 감자 다 어디 갔지?”
‘어??’ 순간 당황해서 감탄사만 나왔다. 감자줄기와 잎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벌써 수확하기라도 한 것처럼 깻잎만 무성했다. 깻잎밑으로 들춰보니 여기 감자가 있는 자리를 말해주는 것처럼 말라비틀어진 감자의 줄기들이 보였다. 비닐을 들추고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푹 쭈그리고 앉으니 깻잎과 옥수수 밑이라서 해가 들지 않고 그늘져서 한결 캐기가 수월했다. 햇빛이 한풀 꺾기고 나왔다 생각했는데 완전 구슬땀을 흘리면 감자를 캤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썩었을 줄 알았는데 아주 튼실하니 잘 자라 있었다. 성인 남자 손보다 더 큰 것들이 막 올라왔다. 오호라~ 정말 신성한 무관심이 빛을 발했다.
집에 와서 호미에 찍힌 감자부터 깨끗하게 씻어서 소금 반스푼과 설탕 한 스푼을 넣고 삶았다. 저녁은 감자를 쪄서 먹기로 했다. 아이들도 복숭아랑 찐 감자와 유자에이드로 한 끼 해결했다.
그래도 호미에 찍힌 감자가 복숭아박스로 반박스나 있다. 조심해서 캐야 했지만 호미 가는 곳에 꼭 있는 감자가 야속했다. 찍힌 감자라 누구 주기도 뭣해서 또 궁리를 한다. 감자채 볶음을 하려다 너무 굵게 썰린 감자채를 보니 맛이 없을 것 같아 에어후라이어에 소금, 후추 넣고 돌린다. 엉~ 간간하니 과자 먹는 느낌도 나고 나쁘지 않았다. 한 번씩 간식으로 해줘도 좋을 듯하다.
다음에는 휴게소 알감자를 딸아이와 만들어볼 생각이다. 방학 동안 만들고 싶은 빵과 과자를 만들거라 한다. 스스로 잘 커준 감자를 수확한 덕에 이리저리 나누기도 하고, 또 아이들 간식도 하게 된다. 잊어버리고 있다 캔 감자라서 그런지 미안해서 더 애정이 간다.
호미에 찍힌 감자라 빨리 해 먹어야 해서 더 마음이 조급하지만 하루에 몇 개씩 없어지는 감자를 보니 썩히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도 같이 든다. 다음번에는 조금 얇게 썰어서 감자채 볶음도 해보고, 전으로 부쳐먹어보기도 해야겠다. 감자조림, 감자튀김, 알감자버터구이, 감자채볶음등 아마 많은 감자요리를 돌아가면서 물릴 때까지 먹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막내는 걱정한다. 하하하~
사서 먹는 것보다 알뜰살뜰 더 챙겨서 먹는다.
엎드려서 책만 읽는 것보다 부끄러운 일이 또 있겠는가. 장작 패는 법이라도 배우라. 학자도 땀 흘려 일하고, 여러 사람과 대화하며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봐야 한다. 노동은 책 읽는 것 못지않게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자신의 글 속에서 쓸데없는 잡담과 감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을 움직여 일을 하면 당신은 그 시간 동안 생각의 흐름이 끊어졌다고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녁에 방 안에 앉아 그날의 경험을 단 몇 줄이라도 적어보라. 상상력은 뛰어나지만 게으른 공상에 불과한 글보다는 더 힘 있고 진실성이 담긴 글이 될 것이다. 작가란 노동의 경험을 글로 옮겨야 하며, 그 자신의 삶의 원칙도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하는 노동, 특히 야외에서 하는 노동은 글 쓰는 일에 종사하는 이에게는 무척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런 육체적인 노동은 글 쓰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주)
책도 보고 나머지 시간을 엄한데 낭비하지 말고 텃밭 한 바퀴 돌면서 풀 뽑기를 하든 집안일 한 가지를 더 하든 좀 더 몸을 움직이는 일도 하면서 하루를 꾸려야겠다.
하루 중에 잠깐 나가서 일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소로우의 말처럼 노동의 경험이 또 글 한 편을 쓰게 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
주>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데이빗소로우, 오래된미래,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