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스키장 상급 코스 같은 밤나무 언덕 비탈을 오른다.
휘어진 가녀린 나무 허리가 내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질까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고 대신 발바닥에 빠짝 힘을 준다. 갈색 낙엽이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는 대신 바스락바스락, 운동화가 움푹움푹 들어간다.
길 없던 비탈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돌부리 쪽으로 길잡이 선생님은 날쌘 다람쥐같이 익숙한 돌부리를 딛고 올라간다. 낙엽 사이로 보이는 돌부리가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다시 돌부리에 발을 옮겨 놓는다. 또 눈을 바삐 움직여 디딜 만한 돌부리를 찾는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맛나게 난다. 먼저 올라가신 선생님이 얕은 비탈을 찾아 먼저 오르셔서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신다.
낙엽 아래서 뭔가가 튀어나올까 살짝 겁이 난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함께 오르는 중에 겁먹은 표정을 지을 수 없다. 비탈을 다 오르니 너른 공터에 아기나무들이 자생적으로 크고 있었다. 겨울과 어울리는 얇은 회초리 같은 가지들이 앞서가는 선생님의 얼굴을 찰싹 때린다. 뒤따라오는 꼬맹이가 한 번도 맞아보지도 못한 회초리에 놀랄까 가지 잡은 손을 놓지 못한다.
항상 반듯한 길이 있는 길만 걷다가 길 없는 길을 헤쳐 오르는 경험은 손에 꼽는 진귀한 일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기초가 있다.
처음 비탈을 오를 때의 마음은 저렇게 가파른 비탈을 어떻게 오르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근데 어느샌가 돌아보니 다 올라 있었다.
처음 하는 게 망설여지고 두렵다. 막상하고 나면 별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행위를 할 능력이 아니라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재능을 얻는 것이다.
최근 나는 새로운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눈에 뜨일 만한 그러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결과가 내가 하늘이나 빈 공간을 바라볼 때 내 시선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늘 만나는 이끼와 초목을 예전과 달리 보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다.(주1)
이건 할 수 있고 저건 할 수 없다고 미리 재단하고 한계 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보는 순간 그냥 안 하는 것을 해보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안 하던 일을 하면서 노하우를 얻거나 자신만의 생각이 뒤집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나씩 해보면서 실패를 해도 성공을 해도 자신만의 기준을 높이는 순간들이다.
그렇게 기준을 높이면 수준은 그냥 따라온다.
아마도 그렇게 하나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주1> 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