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지인을 만났다. 여행을 간다고 일주일정도 빠진 것이 지인을 걱정시킨 것이었다.
“안 그래도 오늘 전화해 볼 참이었는데 나왔네.”
“왜 안나오나 했지.”
“그럼 그렇지~!! 이유없이 안 나올 사람이 아니지~!!”
“그럼 그렇지~!! 이유없이 안 나올 사람이 아니지???????”
내가? 내가 이렇게 신뢰가 높은 사람이었나?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귀가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이 변했음을 직감했다.
지난 주 여행 때문에 1주일 수영장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내 안부를 묻는 지인덕에 난 '소중한 나'를 발견했다.
‘변하고 있는, 이미 변한 나’
나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변해 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신뢰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너무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내 몸을 휘감는 뭔가가 쫘르르 소름이 느껴졌다.
수영복만 입어서가 아니었다.
항상 포기와 친구였던 내가 스스로를 다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하기 싫으면 변명거리를 찾아 정당화시켰던 내가 ‘탓’하지 않는 내가 된 것이다.
하기로 한 것은 타협하지 않기로 작정한 내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수영을 빠짐없이 매일 나가게 한 원동력은 뭘까?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습관을 들인 뒤부터인 것 같다.
사실 나는 헐레벌떡 늦잠자고 일어나 얘들부터 서둘러 깨우고 늑장부리는 아이들 다그치고 재촉하고 시간없다고 아침도 대충 먹이고, 그렇게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느라 진을 다 빼버리는 엄마였다.
하지만, 벌써 7달째 나는 새벽에 일어난다. 그것도 4시 반.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따뜻한 물 한잔으로 5시 발행할 브런치 글을 수정한다.
5시 발행~
5시부터는 새벽독서를 시작한다.
"6시입니다."라는 지담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새벽토론에 참가한다.
1시간이 후딱간다.
토론한 것을 나름 잠깐 정리하고, 7시 30분부터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식사를 챙긴다.
그리고 8시 10분 수영을 하러 먼저 나간다.
"갔다올께~ 잘 챙겨서 등교해~"
"네~ 다녀오세요."
이렇게 아침시간이 휘리릭 지나간다.
아침 시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아침 공기를 가르며 수영 가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부분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핵심에서 더 벗어나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주변에 빛을 발하거나 그늘을 만들지 않는 부분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주1)
부분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이렇게 와 닿을지 몰랐다. 예전같으면 그냥 ‘좋은 말’이었을 이 한문장이 나는 여실히 나의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역시 실천의 경험만이 진리의 정수를 알게 되는 듯하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 하나가 나에게 ‘신뢰있는’,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선물했다. 포기가 일상이었던 나였기에 이러한 변화는 극단적인 변화인 것이다.
변명하며 타협하는 에너지를 행동으로 해내는 쪽으로 쓴 것이다. 사실 포기가 제일 쉽다. 근사한 변명 하나 만들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니까. 뭐, 내가 그리 대단히 나라를 구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하나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그저 나만 질끈 눈감으면 그만인 것들이다. 수영장을 가는 것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모든 것이 다 그저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사실’ 하나가 내게 ‘신뢰’라는 수식어를 갖게 했다면 나는 이제 더 큰 꿈을 꿀 수도 있을 듯하다.
신뢰는 신독일 때 얻어진다는 사실도 이제 깨달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읽기,
매일 1편의 글을 쓰고 매일 새벽 5시에 발행하기.
이 2가지는 내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다.
왜?
난 지켜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나의 행동이 전체를 바꿀 것을 믿으니까.
어떤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이 진실하고 자연스럽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들어맞는 점이 있을 것이다. 비록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모든 행동은 오직 하나의 의지에 따라 조화를 이룬다. 조금 멀리,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서로 다른 종류들은 보이지 않게 된다. 하나의 경향이 그 모두를 아우르기 때문이다.(주2)
소로우와 에머슨. 절친 아니랄까봐 나에게 서로 조언을 해준다.
참 감사하다.
주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소로우의 일기
주2> 랄프 왈도 에머슨 저, 자기신뢰철학
[연재날]
월 새벽 5시 발행 [음식으로 풀어보는 인문학]
화 새벽 5시 발행 [엄마는 테스형이고 싶다!!]
수 새벽 5시 발행 [이상관계]
목 새벽 5시 발행 [엄마는 테스형이고 싶다!!]
금 새벽 5시 발행 [음식으로 풀어보는 인문학]
토 새벽 5시 발행 [엄마는 테스형이고 싶다!!]
일 새벽 5시 발행 [이상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