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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독백이 나에게 왔다.

by 지음 Mar 20. 2025


사람들은 절대적인 사물이 아니라 현존하는 제도나 인습에 매인 사물만을 말할 따름이다.

진실로 절대적인 사실을 진술한다면 그 진술은 상식의 영역을 나와 신화적 의미나 보편적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주1)


오늘 새벽에는 소로우의 독백이 나에게 왔다. 이 구절은 주방에서는 늘 적용이 되는 말인데.. 주방이랑 철학자의 말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 약간 민망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이제껏 읽지 않았던 책들을 나의 것으로 빠르게 흡수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연관을 지어서 해석을 해본다.     

오늘 아침만해도 토스트를 좋아하는 큰아들에게 딸기쨈을 내놓고 쨈이 다 떨어져 덜렁 남게 된 딸기쨈통을 물그러미 바라봤다. 

내 인습에 이것은 사람들은 절대적인 사물이 아니라 현존하는 제도나 인습에 매인 사물만을 말할 따름이다. 진실로 절대적인 사실을 진술한다면 그 진술은 상식의 영역을 나와 신화적 의미나 보편적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주1)     

빈 쨈통은 인습대로라면 나에게는 재활용감이다. 하지만 여기에 신화적 의미나 보편적 의미를 나는 부여해보기로 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조금 우습다. 문장 하나에 매달려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나. 하지만 나는 지금 훈련중이다. 매일 새벽에 읽는 글이 내 삶에 적용해보기 위해서 항상 머리 속에 글과 일상의 손을 맞부딪혀 보는 것이다.


나의 경험에 비춘 빈 쨈병이 아니라 다 각도의 눈으로 바라 본 것이다.

그냥 다 쓴 쨈병은 의미를 잃고 재활용통으로 들어갈 뻔했다.

쨈통이 아닌 본질의 뚜껑 달린 유리병으로 보면 여러 용도로 사용할 것이다.

유자에이드 컵, 스킨을 담은 꽃병, 딸의 슬라임 악세사리통... 지금 사용하는 영역은 여기까지이지만 더 늘어날 수도 아님 불필요한 용도는 없어질 수도 있겠지.     

감각적인 주부들은 이렇게 재활용도 아기자기하게 잘하지만 투박한 나는 이런 경험이 없다. 이런 내가 갑자기 이렇게 유별나게 구는 이유는 순전히 글때문이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잘 표현하고 싶고, 문장 문장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 보는 것이다. 용기내서 다가 갔으니 뭐라도 주지 않을까하는 마음. 그리고 그렇게 해야지 철학자들의 말이 지식에서만 머물지 않고 실천적인 삶으로 나를 데리고 갈 것 같은 마음에서이다. 이제껏 책을 읽어도 바뀌지 않던 내 삶을 실천을 통해서 바꾸고 싶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내가 일상과 책에서의 배움을 맞부딪히는 훈련이 된다면 소로우의 말처럼 과학의 메마른 눈으로 사물을 보지 않고 무능한 젊은이의 시심으로 보지 않고 세계를 혀로 맛보고 위장으로 소화시키는(주1) 글을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소로우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너무 막 가져다 썼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나는 주부이니 주부의 시선에서 철학책을 해석해봤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경험한 것들이 세상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나에게는 그 경험들이 전부이기에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내 것이 제일 작아보이고 아파보였던 것이다. 경험들을 감정 꼬리표를 달지 않고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없이 경험했던 사실들을 써내려가다보면 진실이 드러난다. 그러니 꾸미고 포장하려 하지 말고, 날것으로 봐라.     


그냥 순전히 나만의 해석이다.



주1>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 소로우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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