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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려는 사람들

by 폴리

동물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들었던 강의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여러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보면

말썽을 부리거나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녀석이

꼭 한 마리씩 있기 마련입니다.

그 행위들을 교정하려는 목적으로

독방으로 분리를 시키는 것을 추천하진 않습니다.

주인이 보는 앞에서는

당장의 체벌을 피하기 위해 얌전할 수 있지만

자기들끼리 남게 된다면

더 날뛰고 괴롭히게 될 겁니다”

기독교는 인간을 타락한 죄인으로 정의한다

태어날 때부터 죄인으로 태어나고

인간의 마음속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칼뱅주의 교회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더욱 심해진다

어린 시절,

그 영향으로 나는

마음속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악한 것이라고 규정했고

거창하게도 선과 악의 싸움을 날마다 수행했고

어떻게 해서 든 악마를 내 마음에서 분리시켜

독방에 가두려고 노력했다

그런 지난한 노력 끝에 남겨진 것은

자기 비하였고 죄책감이었다

인간의 감정은 도우 위에 올려지는 토핑과 같다

여러 토핑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피자의 맛은 최상으로 살아난다

동물들 중 말썽을 부리고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다면

분리를 시킬 게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관찰하고 이유를 모색해봐야 한다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은 없다

때론 배려하는 마음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우유부단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 대한 들끓는 분노와 미움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쁜 것이라곤 그 감정들을 규정하고

낙인을 찍는 것일 뿐

어떤 감정이건 다 소중한 자신의 감정이고 인정해주어야 할 감정이다

좋기만 한 사람도 없고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세상이다

감정도 그저 있는 것이고 자신의 역할을 할 뿐이다

자기 자신에게 폭군이 되진 말자

스스로에게 가장 큰 적이 되진 말자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던 나는

커다란 상처를 준 누군가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이런 넋두리를 하곤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으면

신이 싫어할 것 같아 무서워”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세뇌라는 것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다

그렇게 오래 교회를 다니고 기도를 했지만

내 마음은 조금의 진전도 없어 보였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다워야지 왜 신이 되려 하지?”

차라리 내가 그때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들은 신을 저버리고 바벨탑을 쌓으며

스스로가 우상이 되고 신이 되려 한다

그래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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