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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Ending

by 폴리

지금처럼 컴퓨터도 흔하지 않았고

게임기도 부잣집 자녀들의 특권이었던 어린 시절


어느 녀석이 품에 게임기라도 품고 오는 날엔

동네가 들썩였고

모든 꼬맹이들이 녀석의 주변을 에워싸곤 했다


“한 번만 보여줘”

“안돼 비싼 거야”


몇 번의 이런 실랑이가 반복된 후

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부지불식간 옷을 열어 품속의 게임기를 보여 준 후

순식간에 옷을 다시 닫아 버리곤 했다


“아........”


아쉬움인지 탄식인지 감탄인지 모를 신음 소리와 함께

모두의 입에선 ‘꼴깍’ 소리만 새어 나왔다


매년 벚꽃이 필 무렵이면

약속이나 한 듯이 비가 쏟아져

꽃잎을 떨구곤 한다


그래서 화들짝 핀

온전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자연인들 소중한 것을 오래 꺼내 놓고 싶겠는가


살아갈수록 그리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놓쳐버린 소중한 많은 것들이 쌓여 간다


사랑을 잃고 아파하고

부모를 보내고 슬퍼하고

단절된 친구를 그리워하고

더 없을 기회를 차버리곤 후회를 한다


우리는 소중함을 잊고 산다


무엇이든

곁에 두고 오래 보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고

어느 순간 그 소중함은 먼지가 쌓인 채로

퇴색되어 버린다


시간이 지난 후 찾아간 녀석의 방구석에

쓰레기처럼 나뒹굴어져 있던 그 게임기처럼


짧은 만남만 허락하는 벚꽃은

매년 설렘을 준다


벚꽃을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교훈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 본다





PS

사진은 '연남동 벚꽃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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