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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는 것은 대단한거야

전문가는 저절로 힘을 빼게 한다

by 유진 박성민

교사시절 미술 수업을 하고 나면 손톱에 물감이 끼어서 꼭 손톱때처럼 보이곤 했다.

남들이 손톱때처럼 보이는지 자주 묻길래 손에 무언가를 바르면 답답하다고 느껴서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던 내가 불혹이 다되어갈 때 네일아트를 접하게 되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가끔 힐링의 시간을 가지며 이제는 솥뚜껑 손과 손가락이 제법 고와졌다.

그런데 몇 군데의 네일샵을 다니면서 깨달은 점은

초보 네일아티스트는 자꾸 손과 손목에 힘을 빼라고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련한 네일아티스트는 저절로 손과 손목에 힘을 빼게 한다.

더 센스 있는 네일아티스트는 손가락과 손목에 힘을 뺼 수밖에 없는 환경(손목 받침대, 손가락 거치대)을 만들어 놓는다.


문제 행동의 지원과 관련하여 수많은 연구에서

문제행동 발생 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으므로 사후약방문보다

문제행동의 예방을 위해 사전에 환경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문제행동의 상당 부분이 해결 된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도전적 행동이든 문제행동 지원의 목표는 예방이다.


이건 미용실에도 적용된다.

초보 미용사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경륜 있는 미용사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단골 미용실에서는 내 머리를 믿고 맡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초보 교사는 학생들의 행동을 문제로 보고, 심각하게 생각한다.

노련한 교사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고 발달과 정서적 관점을 포함하여 가정과 연계하여 자연스럽게 지원한다. 누구나 치기어린 행동을 한번쯤 해봤기에 넓은 시야로 학생들의 종단적 발달을 이해하고

만약 어려움이 보인다면 그 행동을 지적하는 타켓팅보다 문제 행동으로 보이지 않게 하면서도 바람직한 행동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문제를 문제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장애를 장애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교수 기술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지도하기 힘든 학생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문제라고 하는 교사가 있다면 교수효능감을 들여다 봐야 한다. 전문가는 저절로 힘을 빼게 한다. 학생들을 잘 지도하는 교사는 몇년 살지 않은 학생을 탓할 가능성이 낮고, 자신의 지도방법을 어떻게 바꿀지 계속 고민한다.


그래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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