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과신하지 말자
하루에 응급실을 두 번 찾았다.
그것도 아침, 저녁으로 말이다.
그 하루는 가보지 않았지만 지옥 같은 마음이었다.
출근길 운전 중 곧 멈출 줄 알았던 코피가 지혈이 되지 않아
한 손은 휴지 뭉치로 코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 20분을 운전하여
병원으로 향했다.
코피가 코에서 꿀렁꿀렁, 목으로 꿀꺽꿀꺽
이렇게 삶을 마감하나 싶은 걱정이 들었다.
그 와중에 남편, 아이들에게 전화를 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압이 거의 200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때 몇 번 코피 흘리고,
20대 교사 시절 제자의 헤딩으로 코피가 났던 경험 이후로
코피와 관련하여 큰일이 없었는데
병원에서 콧속 지혈 장치를 꽂고
혈액 검사를 하고
어느 정도 지혈이 되자 이상이 없다고 퇴원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하루 이틀 지나서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지혈 장치를 떼라고 하였다.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으라는데
평소 허리 두통이 있는 나는 바닥에 오래 앉아 있기가 어렵다.
앉아 있기 힘들어 잠시 누워서 잠을 자고 일어나 앉아 있는데
문제는 저녁에 콧속 장치 사이에서 다시 코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병원을 가도 같은 처치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할 수 없이 운전 2시간 거리의 병원 응급실로 이동하였다.
콧속을 지지는 것보다 마취가 더 아프다고 하여
콧속 세 곳을 마취 없이 지지고서야 코피가 멈추었다.
혈압도 평소보다 높았지만 정상 범위에 있었다.
응급실 의사에게 혈압이 평소보다 높아져서 걱정이라고 하였더니
응급실에 온 환자들은 모두 혈압이 높다며 안심을 시킨다.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몇 번 오간 느낌이었다.
혹자는 머리로 안 터지고 코로 터진 것이 다행이라 하고,
누군가는 일을 줄이라 하고, 누군가는 좀 쉬라고 하고,
팔순의 엄마는 이제 네 나이도 생각하라고 하신다.
아이들은 일중독과 쉴 때의 죄책감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요즘 육순을 바라보며 예전보다 동작이 느려진 나를 느낀다.
여유 있는 출근 준비를 위해 1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점차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이 어렵고 제한된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줄어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많은 일의 일부는 덜어내거나 업무 부탁을 거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모두 아프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일도 조금씩 천천히 하며, 서로를 돌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