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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박성민 Dec 19. 2023

유보통합으로 한국의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

허장성세의 사교육비와 사교육을 조장하는 문화 - 보편적 도덕원리의 실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50대 중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만나는 MZ세대에게 이기적이니, 자기중심적이니,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인생을 멀리 보지 못한다거나, 자기 것만 챙긴다든가 하는 염려 속 대화의 결론은 그들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 세대의 자녀를 키울법한 어른들의 당연한 대화 주제이지만 가장 걱정하는 주제의 핵심은 부모로서 자녀의 자유로운 교제는 인정하지만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겠다는 단정적인 결정만큼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 베이비부머 세대를 넘어 386-586 세대 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대졸자가 30%인 시기를 살았던 부모들은 현재 대졸자가 70%에 이르는 시기의 영향을 마주하고 있다.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성공을 보장한다는 신화와 연결되어 있었고, 실제 일류대학과 이류대학의 연봉에 큰 차이가 없다는 기사를 접해도 일류대학 졸업 후 취업하면 그래도 연봉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고비용을 지불하며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 자녀에게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사유 없이 무엇일지 모르는 ‘자리’를 위해 맹목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채근하며 달리게 한 결과가 한국의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열심히 살아왔지만 일할 기회의 제한은 ‘좁은 문’ 때문이 아니라 나의 능력 부족과 신세를 탓하게 함으로써, 막연한 미래를 준비하고 희생하느니 차라리 현재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나만의 결론을 내어본다.      

  하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부족하다거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관리 부처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서, 두 기관이 통합된 학교가 아니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서 출산율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다. 심지어 최근에는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낮다는 기사까지 가세하며 여자가 많이 배우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여러 조사와 기사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서열화 교육, 사교육비, 청년 취업난, 고가의 주거비 등 다양한 측면의 영향일 것이다. 특히, 노후 자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는 한국 부모의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을 옆에서 지켜보며 성장했던 청년들은 대학까지 학비를 국가가 책임져주면 아이를 낳겠냐는 나의 질문에 자식 키우기 너무 힘든 세상에서 부모만큼 자녀를 위해 헌신할 자신이 없어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청년들이 이런 마음을 갖도록 국가는 그간 무엇을 한 것일까? 나 역시도 출산휴가를 다녀와서 겪은 일이 문득 떠오른다. 직장의 공정하지 않은 조직문화로 부당함에 힘겨웠던 기억을 소환하여 국가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둘째 아이 때부터 국가의 출산휴가가 2개월에서 3개월로 변화되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한달 반만에 출근했던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느낌이였다. 출산한 지 한 달 반만에 아이들 카시트에 실어 큰엄마 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며 미어졌던 마음에 비하면 둘째 아이는 근 백일가량을 더 키우고 출근할 수 있어서였다. 작은 아이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 삼일 전에 학교의 관리자와 동료들에게 복귀 인사를 드리러 큰아이와 함께 학교에 들렀는데 마침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 계시어 식당으로 찾아가서 아이와 함께 인사를 드리고 기분 좋게 돌아왔다.

  문제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며칠 후에 발생하였다. 교육청 지정 연구학교의 연구진이었던 나는 출산으로 인한 3개월의 업무 공백이 있었으므로 연구진에서 제외하였다는 통보였다. 나는 ‘출산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다하고 왔는데, 내가 담당하던 업무를 출산휴가 동안 단 한번이라도 운영한 실적이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어떤 진척도 없으면서 사전에 당사자에게 상의도 없이 출산휴가 동안 국가에서 지정한 휴가 3개월을 쉬고 왔다며 일방적으로 연구진에서 제외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나의 지적에 적잖이 놀란 관리자는 제대로 복직 인사를 했냐며 괜한 트집을 잡으셨다. 나는 복직 전 아이와 함께 인사드린 것을 공식적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다. 그 이후 당연히 나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나를 대신해 업무를 담당했던 남자 교사에게 업무와 연구점수를 안겨주었다. 이것이 2000년대 초반의 한국 학교의 모습이었다. 개인의 자아실현을 차치하고라도 출산휴가는 직장을 위해서는 죄가 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육아휴직을 자녀마다 연이어 신청하면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내색하여 세자녀의 육아휴직을 내다가 결국 사표를 내었던 동료도 있었다.      


  공식적으로 휴가가 보장된 학교에서도 이러할진대 사기업 등 다른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의 삶은 어떠할지 가늠이 되는 단편적인 사례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한층 나아졌지만 이와 같은 조직문화가 완전히 변화된 것이 아니기에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20년간 점진적으로 누적된 저출산은 여성의 출산에 대한 뿌리 깊은 직장문화의 차별적 인식이 현재의 출산율로 귀결된 것일 수 있다. 개인적인 자아실현 욕구가 높은 경우는 출산을 미루거나 회피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이미 OECD 국가 중 대졸자가 70퍼센트가 넘는 한국의 저출산 해법으로 단순히 유아교육기관과 보육기관을 통합하는 것만으로 출산율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면 맥을 잘못 짚은 것이다. 


  저출산이 미래의 재앙이라고 하는 요즘 개인의 선택권도 중요하므로 다양한 해법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의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이 줄지 않는 연속적인 사교육비 부담의 구조 속에서, 육아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직장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요원하다. 교육기관이 아이 한 명을 돈으로 계산하는 운영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하며, 출산과 육아의 가치에 대한 여성의 인식을 바꾸라고 하기 전에 국민 의식의 성숙이 전제되어야 저출산 극복이 가능하다. 나아가 주거의 안정이 현실적인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은 콜버그의 보편적 도덕원리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존엄성, 평등성, 정의 등의 실천을 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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