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참견과 조언 삼가기
설명절을 보내러 시댁에 가면 차례상에 올릴 음식 준비를 마치거나 차례를 지낸 다음날 형님과 목욕탕을 함께 가곤 한다. 쉽게 가기 힘든 해수탕이라서 시댁에 올 때마다 꼭 가고 싶은 곳이다.
설 다음날이어서인지 시끌벅적한 목욕탕의 분위기는 여전했고, 노소 구분 없이 사람들이 가득했다.
가장 인기있는 몇몇 탕에는 손주를 두었을만한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부분 조용히 대화를 나누시다가 동네의 아는 이들이 오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 중 탕 안에 굵은 금목걸이와 팔지를 찬 할머님은 어느 목욕탕에나 가면 눈에 띄는 목욕탕의 왕언니로 보였다. 일단 몸의 자세와 동작이 휘하를 거느리는 듯한 완연한 리더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왕언니와 목욕탕에 늦게 오신 할머님 따님의 안부 인사를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따님이 친정의 설을 쇠고 다다음날 시아버님 제사를 모셔야 해서 다음날인 오늘 상경했다는 소식이었다.
곧장 왕언니는 설인데 시아버지 제사를 모시지 말고, 친정에 더 있다 상경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따님에 대한 참견에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으시고 다른 탕으로 이동하시어 대화는 중단되었다. 옆에 앉아서 대화를 듣던 나는 집마다 가풍과 가족문화가 있을텐데 남의 집 시아버님 제사를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안부 인사에 기가 찼다.
선을 넘는 참견이나 조언으로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목욕탕에서 간혹 목격하는 모습이지만, 사람들이 간혹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참견이나 조언이 근거나 근본이 없을 때가 있다. 명절에는 조카들과 주고 받는 안부인사(대학 입시, 취업, 결혼 등)가 섣부른 참견이나 조언의 장이 되어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직업상 간혹 상담을 할 때 제한된 시간 내에 혹시 내담자가 실질적 어려움이 무엇인지 드러내지 않으면 정점에 도달하지 못하기에 피력한 표면적 상담내용에만 집중하다보면 공자왈 맹자왈 훌륭한 솔루션도 실제로는 적용과 실천이 불가능한 복잡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나도 참견과 조언에서 자유로울까.
도움이 되는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진심을 전달하는 언어도 중요하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업보(業報), 구업(口業)에 대해 가중치를 두고 있기에
말을 예쁘게 해야 나도 상대도 행복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왕이면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부드러운 언어는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다움은 삶을 평온하게 한다.
마침 직장 내 괴롭힘을 AI로 상처를 덜 수 있는 법조인 출신 대표의 스타트업 회사 창업 기사가 나왔다. 신고자와 피신고자 모두 회사에 꼭 필요한 유능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 둘 다 떠나보내야 할 수 있고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며 일선 학교 폭력 문제 처리할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며칠 동안 직장내 괴롭힘 기사가 계속 뜨고 있다. 소수의 시기심과 질투가 개인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조직 자체를 와해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인성을 완벽하게 평가할 최적의 검사도구가 없다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인관계에서 지켜야할 조직 문화 규범 또는 법률(헌법) 규정을 고려하였으면 한다.
부모자식간
형제간
부부간
타인간
인간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예의와 도를 이해하고 지킨다면 마음이 풍요로울 것이다.
세배를 갔을 때, 명상을 해오신 작은어머님께서 인간은 소우주이고, 몸이 영리하여 신체의 이상을 더 빨리 알아차리며, 화가 날 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면 더 큰 갈등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시며 나의 영향력이 우주에 미친다는 것 알기, 방대한 불경을 한단어로 요약하면 '마음(心)'이니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씀이 계속 떠오른다. 앞으로 구업을 덜 짓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새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