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노력과 보이지 않는 노력
단골 미용실에 가면 내게 꼭 간식을 주신다. 머리 손질에 많은 비용 쓰지 않기에 미용실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갈 때마다 더 먹고 싶어 손이 가는 과자는 ‘그레이스’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왜 이렇게 땅콩 과자 맛이 한결같이 맛있을까 생각하다
문득 포장지에 적힌 ‘since 1985’를 발견하였다.
비록 가끔이지만 40년간 내가 이 과자를 먹고 있다는 생각에
이 과자의 맛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넘도록 일품 맛에 중독되었으니 말이다.
내친김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오랜 기간 인기 있는 간식의 역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00 맛동산 1970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변함없는 맛 브라보콘 1970
심심하거나 맥주 안주 대용으로 먹는 새우깡 1971
달달하니 언제나 맛있는 꿀꽈배기 1972
은근히 중독된 누가바, 바밤바 1974
남편이 좋아하는 쌍쌍바 1979
반찬이 딱히 없을 때나 단백질이 필요할 때 먹는 참치캔 1982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바와 양파링 1983
가장 맛있는 라면 ‘휴게소~라면’ 신라면 1986
대부분 약 40년 이상을 구가하는 일품 맛과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처음 그 맛을 낸 이유는 무엇이고, 그 맛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특정 맛에 학습된 것일까, 중독된 것일까.
초가공식품도 중독성이 입증되었다는 의사들의 견해를 보면 일면 이해가 되지만
40년 이상 지속되는 되는 인기는 첨가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상품만의 친근함과 꾸준함, 마켓팅 전략으로 성취한 결과는 아닐까.
누구나 좋아하는 맛은 다르고
어릴 때에 비해 지금은 간식을 적게 먹는 편이지만
오리지널 맛의 향수는 잊을만할 때 다시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부모 세대가 선호했던 맛을 자녀 세대도 선호하는 공감대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감칠맛이 잊혀지지 않도록 이 회사들의 지속적인 노력도 한몫했겠지만
인기 구가의 또 다른 견인은 나 같이 한결같은 소비자의 덕은 아닐까 싶다.
오늘 새치 염색을 하러 간 미용실에서 주신 간식 덕분에 포장지에 적힌 문구를 보며
문득 나에게 주어진 것은 전부 내가 성취한 것이 아니라는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은 누군가의 덕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감사한 일들이 많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