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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어울리는 기쁨

by 라이프 위버 Mar 04. 2025

인생은 복궐복이라지만 그래도 나는 좀 억울하다. 남편도 조용하고 아들도 조용하기 때문에 살아오면서 우리 가족마주 보고 이야기를 별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웃을 일도 잘 없었고 한마디로 재미없게 살았다. (물론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내 탓도 있다.)


그런데 렇게 30년 이상 지내다 보니 나는 아들이 입을 열면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운다. 그렇다고 회사 다니느라 따로 떨어져 사는 아들에게 자주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들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여행이라도 같이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다행히 아들도 가족여행 소리가 나오면 잘 따라준다. 주변 친구들도 모두 가족여행을 다니는 분위기이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목적지가 고성이었다. 오전에 뒷좌석에서 한숨 자고 첫끼로 점심을 먹고 난 후 차 안에서 드디어 아들이 입을 기 시작했다. 12월에 미국 서부 쪽으로 여행을 간 것, 정선 강원랜드의 즐거운 체험 등 친구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남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아들 이야기는 얼마나 즐겁게 경청했겠는가? 또한 나는 질문의 여왕이다. 중간중간 질문을 해 가능한 상대가 더 이야기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아들은 말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과 어울리니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말고도 신세대의 문화를 맛볼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속초 중앙시장이다. , 그렇게 큰 전통시장은 처음 본다. 아들이 한 마디 했다. 전통장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고. 시장에 들어서니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이 대부분 손에 만석 닭강정 박스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곳의 매출은 상당할 것 같았다. 쏠림현상(herd behavior)에 대해 유튜브를 본 적이 있는 나는 부가 한쪽으로 몰리는 것이 좀 안타깝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아들의 인도를 기꺼이 따르기로 했다.

닭강정을 산 후 시장에서 줄 서서 술빵을 사고, 아들 회사에 가져갈 전통과자, 돼지감자와 현미로 만든 내 간식용 과자도 산 후 속초에 있는 숙소로 다.

숙소에 니 또 다른 깜짝쇼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관문에 부착된 예쁜 색깔의 우산 둘, 거실문 앞 향초, 침실에 흐르는 음악, 구석에 다소곳하게 놓인 기타, 읽을만한 책들로 채운 책꽂이, 꼬마전구로 불을 밝힌 실내 파라솔. 그리고 창밖에 이는 파도.

이러한 특징들 외에도 숙소 전체의 인테리어가 정성이 돋보였다.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숙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에어비엔비 콘셉트이었던 것이다. 부지런 젊은이가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발휘해서 숙소를 예쁘게 꾸며놓은 것을 보니 세상에 대한 긍정 마인드가  퐁퐁 샘솟았다.
 
고성 여행은 모처럼 아들과 소통하고 아들 세대의 문화를 공유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고성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가족여행?(내가 바빠서 한 이 년 만인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주도했다.(숙소는 아들이 예약했다.) 그러니까 당분간도 아들이나 남편이나 먼저 손을 내밀 확률이 낮으니 아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내가 더 노력해야 할 것 다.


속초 숙소

고성 화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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