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나를 반기는 것들

by 라이프 위버

서울에서 상주로 이사를 했다. 소위 귀촌을 한 것이다.


3월에 귀촌을 해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봄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은퇴와 동시에 시골로 내려와 많은 것이 낯선 내게 지금 응원이 필요한데, 친구도 지인도 봄만큼 나를 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주시청을 통해 빌린 집은 바로 옆에 있는 캠벨 포도밭과의 경계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대강 둘러본 나의 동네에 이렇게 나무가 많이, 키 큰 나무들도 있는 집은 없는 것 같다. 오른쪽 이웃집에는 감나무 두 그루 정도 있고, 왼쪽 이웃집에는 관목만이 한 두 그루 있다. 인사차 들린 부녀회장님 집에 스카이 로켓 향나무가 여러 그루 심어져 있었는데 조경용인 그 나무들을 세월을 버텨내고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는 우리 집 나무들과 어찌 견주겠는가? 그런 점에서 나의 주거지가 무척 자랑스럽다. 가죽나무 두 그루, 목련, 은행나무 두 그루, 탱자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까마귀밥나무, 사철나무 세 그루가 그 주인공들이다.


나무 아래는 텃밭이다. 꽤 넓은 텃밭이 신기하게도 마당보다 20센티 이상 높아서 혹시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나온 옛집터 흙들을 쌓아놓은 것인가 했다. 그런데 어제저녁 노인회장님 댁에 들렸다가 의문이 풀렸다. 이 집 텃밭은 원래 이렇게 높았다고 한다.


텃밭에는 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주에 오자마자 발견한 꽃은 별꽃과 개쑥갓꽃이다. 그런데 어제 드디어 꽃이 올라온 광대나물 한 촉을 보았다. 그리고 냉이가 많이 자라나고 있다. 그 외 이름 모를 풀들이 고개를 내밀며 나와 눈 맞춤을 한다.


가장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수선화다. 어제는 여기저기서 붉은색을 띠며 썩어가고 있는 모과를 치우다가 옆집 텃밭까지 들어갔는데 거기서 우리 집 나무 뒤에 숨어서 자라난 한 무더기의 수선화잎을 본 것이다.


나무의 새 잎들이 올라올 것이다. 목련의 봉오리들이 꽃필 준비를 하고 있고, 광대나물도 이제 앞다퉈 꽃을 피울 테고, 수선화도 조만간 꽃대가 보일 것이다.


아직 짐 정리로 하루를 보내고, 매일 밥 해 먹는 것도 힘들지만 오직 나만을 응원해 주는 나무와 풀과 꽃들이 있어 기운을 차린다.


현관에 흙을 묻혀온다고 남편이 타박을 해서 텃밭에 갈 때 신을 운동화를 뒷문에 가져다 두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매일 더 예뻐질 나의 봄꽃들을, 조만간 찾아올 눈부신 나의 나뭇잎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대문 사진: 개쑥갓, 아래사진: 별꽃)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