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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Nov 10. 2023

플랜 B가 더 좋았어!

작년 이맘때 썼던 글입니다. 저는 점점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조금씩 뭔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인 것 같습니다.




“Take me back to my own home~”

상도근린공원 산책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아는 여인은 소리 내어 따라 부릅니다. 청년시절 여인이 좋아했던 팝송 “Reflections of my life”가 블루투스를 타고 흐릅니다. 비 개인 가을 숲. 바닥에 내려앉은 후박나무 잎, 대왕참나무 잎, 복자기 나무 잎 등이 마지막 가는 길에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가을의 정취를 듬뿍 선사합니다.


여인은 전 날 인터넷 검색까지 하며 오늘 삼성산 불영암능선으로 올라 호압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머릿속에 그려놓았는데 점심 식사 후 비가 꽤 쏟아지는 것을 보고 포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산을 쓰고 관악 현대아파트에 들머리가 있는 까치산이라도 갈까 하다가 점심 먹은 것을 소화시킨다고 미적대다가 오후 3시를 넘겨버렸습니다. 그러다 여인에게 국사봉이 떠올랐습니다. 관악산, 삼성산을 다니느라 요즘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잊고 있었던 국사봉이 다행스럽게도 기억이 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도근린공원과 국사봉에서 여인은 지난주 삼성산에서 보게 된 것보다 훨씬 풍성한 단풍을 마주합니다. 참나무 계통 나무들은 벌써 갈변 중이지만 꽤 많은 단풍나무들이 제대로 물이 들어있습니다. 여인이 이 부근에서 몇 년을 사는 동안에 가끔씩 보던 단풍 중에서 가장 멋진 단풍을 구경하게 됩니다. 하이라이트는 상도근린공원 전망대 부근과 국사봉 정상에서 대방동 방향 하산 길에 있었습니다.


자신이 느낀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지만 사진들의 비주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날씨도 흐리고, 폰도 별로고, 사진 찍는 솜씨도 별로니 당연하지 하면서 낙천적인 여인은 바로 잊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오늘의 플랜 B는 플랜 A보다 더 좋았다고 신나 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위스트 킹”의 비트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2022.11.12)




그 별로인 사진들을 한 곳에 모아서 캡처해 보았습니다. 가을이  느껴지시나요? 남은 가을 더 충만한 시간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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