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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Dec 23. 2022

MZ세대 공무원이 직장에서 존경하는 상사

나중에 이런 관리자가 되고 싶다

얼마 전에 올렸던 MZ세대인 내가 공무원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 (brunch.co.kr)에서, 제가 공무원을 계속하는 이유로 공직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을 든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부처라는 곳이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니만큼,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저는 체감상 좋은 분들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상사 두 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입은 닫고 귀는 열었던 A국장님

공직생활 n년차가 되었어도 상사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입니다. 특히 자주 마주하는 팀장님, 과장님도 아니고, 국장님께 보고 한 번 드리려면 심호흡 한 번은 해야 하죠.

국 회식 자리는 당연히 국장님이 주인공이 되기 마련입니다. 국장님이 공직생활 썰을 풀고, 술 한잔 주욱 따라 주시는 풍경이 그려지죠. 그런데 제가 만났던 A국장님은 참 특이한 분이었습니다.


A국장님이 부임 후 처음 갖는 회식 자리였습니다. 국장님과 같은 테이블은 아니었는데,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보니 이상하게 조용한 겁니다. 국장님 있는 데를 쳐다보니 국장님이 입은 꾹 닫고 열심히 상대방의 말을 듣고 계셨습니다. 가끔 '하하하'하는 큰 리액션과 함께요.


회식 자리에서 주최자의 말수가 적은 경우는 처음 봐서, 회식이 끝날 때까지 가끔 국장님 테이블을 곁눈질했습니다. 회식 끝날 때까지 똑같으시더라구요. A국장님이 말주변이 없는 분이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달변가에 가까운 분인데 정말 의외인 모습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보면,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을수록 말이 많으신 경우가 99%입니다. 사실 당연한 일이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높은 사람의 말은 사람들이 잘 들어 주고 긍정적인 리액션을 해 주기 마련이니까요. 굳이 높은 사람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저만 해도 후배와 이야기할 때 선배랑 있을 때보다 말이 많아지는 걸 느끼니까요. 오죽하면 모 국장님께서는 국장이 되고 좋은 점이 '사람들이 내 말에 많이 웃어주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A국장님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어지간한 인격 수양 없이는 국장님이 말을 적게 하기란 힘들다고 생각하니까요. 크고 작은 회식 자리에 가 봤지만, 그 자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말을 적게 하는 경우는 이제까지 A국장님 외엔 본 적이 없습니다. 존경심이 저절로 생기더라구요. 제가 나중에 고위직에 가면 A국장님처럼 '입은 닫고 귀는 여는' 리더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B과장님


중앙부처에서 과장님은 부서장이자 결재권자이죠. 제가 신입일 때는 선배가 '과장님 기분을 살펴서 보고를 들어가라'고 조언해 주기도 했습니다. 아주 나쁜 상사가 아니더라도 상사의 기분에 따라 부서 분위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현실이죠. 한 번은 정말 예민하고 감정기복 심한 상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근무 시간 내내 긴장이 되고 언제 어디서 불똥이 튈지 모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반면에 B과장님은 함께 일하는 1년여간 참 한결같으신 분이었습니다. 사람도 많고 사업도 많은 과여서 과장님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셨는데도, 보고를 하려고 하면 항상 친절하게 받아주셨습니다.

 어느 날 과장님께서 일주일 휴가를 내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자녀가 다음 주에 큰 수술을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 전까지 과장님이 한 번도 개인사로 힘든 티를 내신 적이 없어서 과원들은 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B과장님을 만나기 전에는 상사도 사람이니 상사의 감정기복은 어쩔 수 없이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B과장님을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저도 과장이 된다면 B과장님처럼, 과원들이 과장 기분을 눈치보며 하루를 보내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A국장님, B과장님은 모두 저희 부처에서 인망이 두텁고 일로도 존경받는 분들입니다. 길지 않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진심으로 존경심이 드는 상사를 만난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에 최악의 갑질 상사도 만난 적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닮고 싶었던 동료들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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