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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선씨 Dec 22. 2021

눈물이 날 것 같을때 즐거움을 기억한다

<<당신 그리고 나>>

 ‘아! 아프다. 울고 싶은데’

오랜만에 유리에 베어버린 손가락은 난생 처음 겪는 고통인 마냥 자꾸 쓰라리게 아프게 느껴졌다.

그래도 피를 지혈해 가며 하던 음식들을 마저 마무리하고 다하를 데리러 갈 시간을 맞추며 들이와 짝지에게 도움을 주고자 애썼다. 그런데 계속 아팠고 피는 멈출 듯 멈추지 않고 손바닥의 상처도 더 발견되어졌다. 조청 병을 열었을 뿐인데 오른손 세군데가 비상비상 경보를 울리듯 아리게 아팠다. 그런데 눈물은 흘릴 수 없었다.​ 운다고 해결될 것이 없고 할일을 미룰 수도 없었고 주저앉으면 걱정거리들이 죄다 흘러나와 눈물 바다가 될 것 같았다

‘keep going!’


그렇게 그날 저녁은 늘 똑같듯

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이닦이고 가습을 챙기고 아기를 재우고 새벽의 중간중간을 수유하고 …

아침이 오면 언제 그랬냐 듯이 낫겠지 하며 애써 잠을 청했하며뒤척이는 새벽을 보냈다 (시원하게 울어 버리고 싶은데 이정도 아픔에 울수는 없는 것인지 눈물샘이 고장난 것인지 나오지 않는다 중얼중얼대며) 손이 다친 가장 아픈 순간에 그냥 마구 울어버릴 걸 그랬나 싶다 이상한 후회를 남기며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왜 울어버리지 못하는지 어렴풋이 떠오르는 답이 있었다 나의 신랑 짝지,내가 사랑하는 사람 현


몇 년 동안 회사의 스트레스가 많아 마음 고생을 꽤나 하는 그는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에 대해서도 할말은 많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말을 아끼게 되는 그 스트레스) 늘 집에 오자마자 바깥냄새를 지우려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입고 아이들을 돌보며 씻기며 집안정리를 한다 (난 밥을 만들고 차리고 저녁상에 우리가 앉는다) 우는 아기를 달래며 밥을 먹게하며 놀아주며 하루에 있던 일을 터놓으며 맥주 한잔을 식사시간에 곁들지만 피곤한 그는 너무 힘든 하루 였던 그런 날에도 그 일상을 지켜준다 도통 망가지는 일이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울 수가 없었다

그를 닮고 싶어서..! 맞다! 그 이유가 떠올랐다



그가 눈물이 나보다는 없는 사람이고 나처럼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걱정이 없고 두려움이 없고 화나 짜증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 그는 도통 흐트러지지 않으려 본능적으로 노력한다


난 그런 그가 좋았다

25살 그를 만난 나는 30살,

나의 우울이나 두려움 감정 상처들에 집중되어 망쳐버릴 수 있던 그 시절의 일상들 속에 그는 나에게 잘 털어 버릴 수 있는 ‘시간’과 ‘웃음’을 늘 주었다.

울며 너의 불안을 털어 내고 나면 그는

“그래.. 이제 머먹으러 갈까? 배고프다” 했다

타고난 그의 밝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타고난 배꼽시계 덕분은 분명했을지도..


그럼 난 툭툭 다시 잘 걸어서 나오고 방향을 잘 조준했다 그렇게 3년의 연애와 5년차의 결혼생활이 흘러갔다


그에게도 나에게 자신처럼 같이 울수 있는 시간을 주고 웃게 하는 웃음을 주는 사람이 있을까


난 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아직은 어설픈 모방자이어서 그를 따라하기 급급해 모양새가 안나지만 (어설프게 눈물을 참는다던지 애써 웃기려 한다던지 재미없는 주제를 던진다던지..) 또다른 나다움의 방법으로 그를 ‘또’ 웃게 할거다


그럼 그도 툭툭 털어버리고 방향을 다시 조준하고 가볍게 달려 나갈것이다 그 방법들이 열쇠가 되어 인생의 문들을 잘 열어가자고 말해주고 싶다



고마운 내 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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