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닉스도 모르는 아이가 국제학교에 간다고?!

베트남 조기 유학 열풍 속으로

by 밤이 키운 아이

해외 주재원 발령을 앞두고 준비과정은 이러했다.


1. 아이의 학교 선정

2. 통학이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지 확보

3. 하교 후 아빠가 돌아오기까지 사교육 시간표 짜기 (특히 영어)

4. 집안일 도우미 찾기


해외살이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집은 첫째도 학교, 둘째도 학교 선정이 우선이다.

학교에 따라 2,3,4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집은 1번부터 큰 위기에 처했으나 자고로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다.

베트남의 국제학교 관련 자료를 찾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 하나.

최근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영어 교육을 위한 베트남 조기 유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자 문제가 덜 까다롭고 물가가 저렴한 베트남이 차선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호찌민에는 과연 어떤 국제학교들이 있을까.




타오디엔에 살아요. (Tôi sống ở Thảo Điền)


호찌민은 프랑스 파리의 구획처럼 달팽이 모양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며 1 군부터 19군으로 나눠져 있다.

그중 한인타운은 신도시 7군의 푸미흥을 꼽는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한국 교민이 거주하는 나라.

푸미흥을 가면 한글 간판으로 가득 찬 거리와 한국인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들이 즐비하다.

한국어 수업을 병행하는 호찌민한국국제학교(KIS)와 별빛학교 등이 7군에 위치하는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나의 아홉 살 집착남의 한국어 실력은 나름 또래 중에서도 유창한 실력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한국계 국제학교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파닉스도 못 뗀 우리 아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었으나 주양육자인 남편이 출퇴근하는 사무실과의 거리도 중요했다.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킨 호찌민의 자동차 교통정체는 악명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각종 주재원 사무실과 관공서는 대부분 1군에 위치해 있는데 푸미흥까지는 평균 40~50분 정도 소요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오죽하랴.


결국 우리는 1군과 거리가 가깝고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2군을 살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호찌민의 이태원,

또 어떤 이는 호찌민의 청담동,

한남 유엔빌리지에 빗대는 ‘타오디엔(THAO DIEN)’이다.




네 개의 학교, 네 번의 관문


정확히 말하면 타오디엔에 살고 싶었다.

꼬마 집착남이 2군 지역에 위치한 학교에 합격한다면.

2군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국제학교가 있는데, 그중 학부모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학교는 네 곳을 꼽을 수 있다.


***각 학교 소개 순서는 인기순위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각각에 대한 평가 역시 온갖 자료조사와 귀동냥을 통해 얻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임을 사전에 알립니다.


1. International School Ho Chi Minh City (ISHCMC)

소위 ‘이슈믹’이라 불리는 이곳은 호찌민 최초의 국제학교이다.

학원에서 상담 당시 ‘I can do it’ 정신을 가장 높이 사는 학교 중 한 곳으로 꼽은 곳이다.

미국식 교육을 표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때문인지 교실 내부도 꽤나 자유분방한 편이라고 한다.

책상이 아예 없어가 거대한 소파가 섬처럼 놓여있는 교실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피터팬’ 소설에나 나올 법한 교실이 이곳에 있다.

물론 ‘피터팬’은 공부를 하지 않겠지만.

학교 관계자는 저학년의 경우 교실을 꾸미는 건 담임 선생님의 재량이라고 했다.

포근한 카펫이 갈린 바닥에서 어떻게 공부를 한다는 건지,

도무지 상상이 가진 않지만 아이들은 행복할 것 같았다.


2. British International School Ho Chi Minh City (BIS HCMC)

영국식 국제학교로 알려진 BIS는 대한민국과 가장 유사한 교육환경을 갖춘 학교로 알려져 있다.

즉 성적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씀.

그만큼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했다.

나의 아홉 살 집착남에게는 입학시험부터 큰 고난이 예상됐다.

하지만 설령 조상 덕으로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 아이와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나와서까지 다시 아이를 경쟁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던 것 같다.

물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겠지만 고민은 자유이니까.


3. Australian International School (AIS) – Lotus Campus

이쯤 되면 학교들 특징 파악이 쉽다.

학교 이름에 국적이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연친화적인, 쾌청하고 밝은 호주를 떠올려 보자.

AIS는 엄마들 사이에서 입학 문턱이 비교적 낮아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친화적이지만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특히 수학 과목에서 영국식 교육의 열의를 맛볼 수 있는 곳.

이렇게만 말하면 미국식과 영국식 교육의 장점만 합쳐놓은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인기순위에서 약간 밀리는 느낌도 없지 않다.

왜냐, 기회가 화알~짝 열려 있는 만큼 한국인 친구들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베트남 국적 친구들 반, 한국인 친구들 반.

마치 LA 한인타운에 유학을 보냈더니 영어가 필요 없더라…

이런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온달까.

물론 오해다.

지금까지 만난 AIS 친구들의 영어실력은 다른 학교 아이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당시엔 우리 아이에게도 그저 호주의 관용이 베풀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4. European International School (EIS)

미국, 영국, 호주, 다음은 어딜까?

바로 유럽이다.

사실 EIS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학부모 경험담 등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지만 박박 긁어모은 정보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테니스 학교 대표 선수가 있다는 점이었다.

아홉 살 집착남이 꾸준히 한 유일한 운동이 바로 테니스였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의 둔한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집착남은 어릴 때부터 좀처럼 좋아하는 운동이 없었더랬다.

달리기도 만년 꼴찌에 사실상 운동을 좋아하기 힘든 유전자였다.

그나마 아빠의 테니스 동호회를 따라다니며 반 강제로 꾸준히 했던 운동이 테니스였다.

각 국제학교에서는 수영, 농구, 축구 등 학교 대표선수를 뽑는데, 테니스 대표 선수가 있는 곳은 당시 EIS가 유일했다.

호옥~시 집착남이 테니스 대표 선수로 뛸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막연한 망상에 시달리며 굳이 후보군에 EIS를 끼워넣기로 했다.


입학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각 학교에 결원이 있는지 이메일로 문의한다.

결원이 있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필기시험 또는 면접시험을 통해 합격 여부 통보를 기다린다.


우리는 학교 네 곳에 결원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 직후였던 당시,

때마침 모든 학교에서 입학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 시험만 합격한다면.

과연 파닉스도 떼지 못한 아이는 국제학교에 갈 수 있을까?

타오디엔에 살고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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