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0권 리뷰 도전기 02 - <곰스크로 가는 기차>
불쾌하다. 주인공에 이입돼서 읽을수록 그를 힘들게 하는 주변이 너무할 정도로 도와주지 않는다. 특히 아내, 그녀는 왜 주인공을 몰라주는 걸까? 기를 쓰며 '곰스크'에 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기차표를 사고 싶어도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일을 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표값이 생겼을 무렵에는 자식이 생기면서 모은 돈을 가족을 위해 써야 했다.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주인공의 꿈. 안타까운 주인공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지만 왠지 모르게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주인공과 같다고 하기 싫었다.
요즘 세대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 중에 '억까'가 있다. '억지로 까다'. 타인을 억지로 까는 부정적인 공격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억지로 까이는 당하는 입장의 마음을 대변한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 갑작스러운 악재는 내 삶을 '억까'하는 재난들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하고 싶어도 쓰나미처럼 덮친 이상 현상은 일개 인간이 풀기엔 어렵다. 결국은 푸념과 불만만이 남는다. 하지만 '억까'당했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고귀한 존재가 된다. 나 또한 '억까'가 많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나는 여러 '억까'를 만났다. 고집불통의 CEO와 함께한 스타트업 시절,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야외 활동 금지, 강제로 이사오게 된 경기도 광주, 나쁜 사람에게 사기당한 아버지의 일 등등 우울한 일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질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해소할 곳이 없어서 우울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상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언젠가 보답을 받을 거라 기대했다. 이만큼 고통받았으면 사회가 알아서 날 구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사회는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갔다. 현실을 바꾸는 건 결국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함을 배웠다. 주저앉지 않고 밖으로 나서다 보니 지금은 그간 '억까'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물론 내가 꿈꾸는 경제적 대박은 아니지만 삶의 작은 순간들에 소중함을 느끼는 태도의 변화가 크게 왔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한 인간의 삶으로서 정신적 성장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게 되었고, 읽는 내내 불쾌함을 느꼈다. 그렇다. 주인공의 모습이 억까당해 세상을 탓하던 내 모습과 같았다. 묘한 동질감은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삶에 경종이 울렸다. 하지만 이 알람을 한 번으로 그치기 싫어졌다. 원망하며 살던 이전의 내가 아니었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삶에 안주하고, 막연하게 미래를 꿈꾸는 건 여전했다.
그래서 더 변화되고, 움직이기 위해 배우고, 도전하려 한다. 누군가는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곰스크를 타고 가는 기차>의 주인공한테서 느끼는 불쾌한 동질감을 잊지 않으려 한다. 무한히 주어지고, 반복해서 도전할 수 있는 게임 속 세상이 아니기에, 일회용인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그래서 기차가 다가왔을 때 바로 올라탈 수 있는 용감함을 가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